[창간 36돌 기념 祝詩]서른 여섯, 내 나이 때쯤

2001.11.01 00:00:00



박정원시인
국세청 총무과 인사계


보아라, 저 장년의 사내
폐가(廢家) 맞은 편 상엿집을 지나
추수 끝낸 논바닥을 거슬러
그치지 않는 김수영의 폭포를 찾아
산에 오른다
빛처럼 빠른 소리를 꺾어 붓으로 만들고
오간 데 없는 바람을 붙잡아 활자로 남겼다
불끈 쥔 두 주먹으로 양심을 얘기했고
단풍든 사람의 마음을 밤낮으로 노래했다
그러나 누가 사내를 앙 다물게 하는가
누가 사내를 단풍들게 하는가
먼 지평(地平)을 향해
하루에 두 끼는 족히 굶었다
닳고닳은 구두창, 헤진 옷소매 사이로
보인다, 세상의 어둡고 슬픈 소리여!
어느덧 서른 여섯, 내 나이 때쯤
한 손엔 아들을 잡고 한 손엔 어린 딸을 이끌고
사랑하는 아내와 어디 한번 소풍이라도 가봤느냐
고맙다, 불평 한번 안 해준 사랑아!
형광불빛이 닳아 활자가 잘 보이지 않더라도
건물 내 외벽이 풍파에 떨어져나가도
끼니를 놓쳐 걷다가 핑그르르 돌아도
할 말은 하고 쓸 말은 써야겠다
서른 여섯 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곧은 소리는 소리다, 독자들이여!
오늘 밤 안에 사내는
저 산을 우렁차게 흔드는 폭포를 찾아
걸어야한다, 넘어지고 할퀴고 지쳐도
폭포수를 맞고 돌아오는 길
쓴소리는 쓴소리대로 단소리는 단소리대로
내 두 다리에 근력을 심어줄 것이니
십만 애독자들의 퀭한 두 눈을 벌겋게 달굴
뜨거운 마그마가 분출되는 저 산을 찾아
쉬지 않고 걸어야 한다, 가서
내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과 딸
그리고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따뜻한 밥 한끼
국물 한 그릇 얼큰하게 대접할 수 있을 때까지
양심이여, 칼보다 더 날카로운 붓이여!
삼천육계(三天六界)까지 덩달아 춤출 정의를 위해
당당하게 걸어라!



허광복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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