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새정부에 바란다 - 현진권]

2003.01.01 00:00:00

"분배불균형 해소 위해선 투명 과세기반 확립 우선"



현 진 권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1. 서론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우선 대통령이 젊고 원리원칙을 강조하고 누구에게도 정치적 빚이 없으므로, 조세개혁을 이해집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원칙에 따라 강도있게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이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분배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정책기조도 분배를 강조하게 될 것이다. 분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수단들이 여러 가지 있지만, 아마 조세정책만큼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조세정책도 분배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분배 불균형을 완화하는 것은 조세정책이 추구해야 하는 여러 가지 원칙들 중 하나이므로, 반대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정확한 과세기반이 확립되지 않은 조세환경 하에서는 분배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세개혁은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우리 나라 조세개혁이 공평하게 효율적으로 집행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과세기반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새 정부는 조세개혁을 통해 소득분배를 개선한다는 명분에 집착하지 말고, 소득분배를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해 필요한 정책기반으로 과세기반을 투명하게 만드는데 역점을 기울일 것을 권한다.

2. 투명한 과세기반을 확립을 위한 기본방향

과세기반인 소비, 소득, 재산에 대한 납세자들의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조세정책의 인프라이므로,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높은 행정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러나 과세기반을 정부에서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가능하지도 않다. 즉 아무리 행정비용을 높인다 해도 납세자들의 경제행위는 납세자별로 서로 다양하기 때문에 개별 납세자들의 과세기반을 모두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경제규모가 증가하고 다양해짐에 따라 경제여건도 단기간에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정부는 대체로 1년을 주기로 파악하므로, 변화하는 과세기반을 탄력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정부에서 과세기반을 파악하는 기본방향은 과세기반인 소비, 소득, 재산이 시장에서 거래될 때, 이러한 시장가액을 정부에서 전부 파악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유인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즉 민간시장에서 일어나는 시장가액이 그대로 정부에 보고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게 되면, 과세기반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데 소요되는 행정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소비의 경우 주류거래 전용카드제나, 소득의 경우 국세청에서 매년 생산하는 업종별 표준소득률표, 재산의 경우 공시지가, 기준시가, 건물분 재산세과표 등의 업무를 모두 없앨 수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과세기반의 정보를 정부에서 모두 파악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함으로써, 현재보다 훨씬 정확한 과세기반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행정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3. 소비기반의 과제

소규모사업자들의 행정적 편의를 주기 위한 특례제도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탈세를 유도하는 정책적 요인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2000.7월부터 기존의 과세특례제도를 폐지해 간이과세제도로 대체하고, 기존의 간이과세제도는 일반과세제도로 바꿨다. 이러한 개혁에도 불구하고, 부가가치세제의 특례조항인 간이과세 대상자가 여전히 전체 납세자의 54%를 차지하고 있어, 소규모사업자들의 조세행정편의를 위해 바람직한 면도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탈세를 야기하게 하여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하고 있다.

특례과세제도는 탈세를 조장하는 제도적인 요인으로 오랫동안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돼왔던 제도이다. 소규모사업자를 위한 특례조항은 과거 정치적 목적으로 확대된 경향이 있으므로, 정치적 논리가 또다시 재현되지 않도록 국민적 합의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소규모사업자를 위한 특례과세제도의 기본방향은 간이과세 대상자를 전체 납세자들의 10%이하가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과세 면제자가 상당한 수준을 차지하므로, 장기적으로 일반과세자와 과세면제자로 이분화하고, 과세면제자의 비율을 10%에서 점차적으로 축소하는 방향도 검토할 수 있겠다.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소득세 공제제도, 복권제 도입 등으로 인해 신용카드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대했으며, 과표 양성화 측면에서 바람직한 정책방향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 사용을 억제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너무 높은 수수료율을 들 수 있다. 평균 수수료율을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우리 나라의 경우 약 3% 수준이나, 프랑스 0.81%, 영국 1.6%, 미국 1.9%, 호주 2.3% 수준으로 우리 나라가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나라의 수수료율이 높은 이유는 부실채권 등으로 인한 부담이 전부 수수료율에 전가되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은 경영혁신을 통해 수수료율을 인하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지만, 카드시장의 구조상 원가절감을 통한 경쟁을 촉진할 자극책이 없는 실정이다.

신용카드의 수수료율을 인하하기 위한 기본방향은 시장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며,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할 성격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신용카드 시장이 9개 정도의 공급자에 의해 이뤄지는 시장인 만큼 경쟁을 촉진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직불카드 사용을 일반화해 경쟁을 촉진시키는 정책적 자극이 필요하다.

4. 소득기반의 과제

소득기반을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정책수단이 세무행정이다. 납세자들의 자발적인 성실신고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세무조사와 탈세가 발각되었을 경우에 적용하는 가산세 수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세무조사는 과거 정권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오용돼 납세자들의 불신은 매우 높으므로, 세무조사라는 정책수단에 대한 납세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세무조사에 대한 불신을 없애는 기본방향은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과정을 과학화해, 자의적인 판단이 조사대상자 선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납세자들의 과세자료를 중심으로 개별 납세자들의 성실납부 수준을 추정할 수 있는 모형을 개발하고, 이를 중심으로 세무조사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

과학적인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절차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로 미국을 들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세무조사 대상자를 과학적으로 선정하기 위해 납세자들의 탈세수준을 파악하는 기초자료를 우선적으로 확보한다. 즉 일정비율의 납세자들을 무작위 추출한 후,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통해 납세자들의 특성별 탈세수준을 파악하는 TCMP(Tax Compliance Measurement Program)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개별 납세자들의 성실도를 분석한 후, 가장 불성실도가 높은 순위대로 조사대상자를 선정한다. 이러한 절차는 통계적인 모형과 전산에 의해 이뤄지므로, 주관적인 판단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납세자들의 소득정보를 정직하게 신고하게 하는 정책수단으로 납세의식 제고를 위한 홍보정책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은 세무조사와 같은 처벌위주의 정책이 아니나, 매우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하고 있다. 홍보와 관련된 중요한 수단으로 조세 관련 정보를 납세자들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개별 납세자들의 조세관련 정보는 절대로 공개돼서는 안되지만, 소득계층별, 업종별, 직업별 세부담에 대한 정보는 관련 계층의 자발적인 납세협력을 유도하는데 유인책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조세관련 정보는 납세자들에게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측면도 있지만, 납세자들간에 서로 견제하는 심리를 유도할 수 있으므로, 행정비용이 거의 없으면서도 효과적인 정책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

5. 재산기반의 과제

우리 나라 부동산 관련 세제는 종합토지세와 건물분 재산세로 이원화돼 있다. 따라서 토지와 건물로 이원화됐으므로 토지가격과 건물가격 산정을 위해 정부는 높은 행정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물분 재산세의 경우에는 건물가격이 시장에서 파악될 수 없는 허구의 가치이므로 이를 바탕으로 이뤄진 세제는 근본적으로 불공평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동산 거래가액은 토지와 건물분을 합한 부동산에 대한 가액이므로, 이러한 시장가격을 바탕으로 세제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종합토지세와 건물분 재산세를 통합하는 것이 우선과제이다.

실거래가액으로 양도소득세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담합하지 않고 정직하게 신고하도록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 1가구1주택에 대한 면세조항은 너무 많은 가구에 적용되므로, 폐지할 필요가 있다. 1가구1주택 면세조항이 중산층이하에 대한 형평성 제고를 위해 고려된 정책인 만큼, 이러한 취지를 만족시키면서 실거래가액을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인 디자인이 필요하다. 즉 1가구1주택의 경우 양도소득의 일정부분(예를 들면 5천만원)을 면세함으로써 실거래가액에 대한 시장정보를 행정비용없이 확보하는 반면 1가구1주택 가구에 대한 세제의 형평성을 더욱 높이는 추가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채흥기 기자 info@taxtimes.co.kr
- Copyrights ⓒ 디지털세정신문 & taxtime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발행처: (주)한국세정신문사 ㅣ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7안길 11 (서교동, 디.에스 빌딩 3층) 제호:한국세정신문 │ 등록번호: 서울,아00096 등록(발행)일:2005년 10월 28일 │ 발행인: 박화수 │ 편집인: 오상민 한국세정신문 전화: 02-338-3344 │ 팩스: 02-338-3343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화수 Copyright ⓒ 한국세정신문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