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국회재정연구원(가칭) 설립의 의의와 운영방안-①

2003.04.14 00:00:00

재정건전성 기반제공으로 정책 실효성 제고


국회재정연구원 조속한 설립위해 국회 예산정책국 인력 보완돼야

한국재정ㆍ공공경제학회(회장ㆍ윤건영 교수)는 지난달 2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국회재정연구원(가칭) 설립의 의의와 운영방안'이라는 주제로 정책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국회가 과거의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정책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ㆍ관리하고, 수준 높은 정책분석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가칭 '국회재정연구원' 설립의 구체적인 추진방안에 대한 토론의 장이 됐다. 이날 임주영 서울시립대 교수는 '국회재정연구원 설립의 의의와 운영방안'이라는 내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내용을 요약했다.<편집자주>


임주영
서울시립대 교수

경제의 규모가 커지고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과거와 같은 의사 결정과정은 정부 주도의 경제운영 방식과 함께 오히려 시장 발전의 저해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이후 우리 경제의 세계시장 편입이 광범위하게 진전되면서 경제정책의 신속성ㆍ과감성보다는 지속성ㆍ안정성이 중요시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관련 당사자간의 긴밀한 협의와 국민을 대의하는 국회의 충분한 심의가 매우 절실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경제의 여러 분야 가운데에서 재정은 지금까지 행정부 중심, 소관부서 중심의 운영행태가 가장 완연하게 나타난 분야이다. 세출의 경우 예산실이, 그리고 세입의 경우 세제실이 거의 전권을 가지고 입안ㆍ편성해 왔는데 관련 부처와의 협의 및 국회의 심의 의결과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제기능을 다 했다고 평가하기 힘들다.

이와 같이 경제의 개방과 세계화가 가속되는 가운데 제반 정책과정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이동돼야 하는 만큼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가장 기본적인 고유권한에 해당되는 세출과 세입 관련 심의 강화를 위해 나선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재정의 기능과 국회의 역할
'재정을 이해하면 국가의 운명을 판독할 수 있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재정은 가장 중요한 정부의 경제적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원론적 의미에서 재정이란 시장 참여자로서 정부가 수행하는 일체의 경제적 행위를 통칭하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국민으로부터 징수하는 세금을 입출하는 행위인 세입과 세출은 가장 근본적인 재정행위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그 중요성을 감안해 세입은 세법, 세출은 예산회계법에 의해서만 이뤄지도록 규정해 재정법률주의를 구현하고 있다. 재정은 비단 국민으로부터 징수하는 세금이라는 점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입의 규모만으로도 현재 GDP의 22%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이며, 그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로 인해 경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나라는 전체 조세부담률이 지난 '66년 국내총생산의 약 11%에서 2000년에는 약 22%로 증가했는데 정부는 조세를 징수하는 과정에서 소득재분배의 기능과 자원의 효율적 분배기능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고, 세출을 통해서도 상기 두가지 기능은 물론 매년 정부가 인식하는 경제상황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이미 외환위기 과정에서 증명됐듯이 외부로부터의 위기에 취약한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 실정에서는 위기 발생시 최후의 버팀목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의기관인 국회의 경우 국민의 세금인 재정에 대해 심의하고 의결하는 것이 가장 고유의 책무 중 하나이며, 이는 선진제국에서 세입과 세출예산의 심의와 의결과정에 방대한 인력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점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현재 우리 국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세출예산의 심의와 의결은 매우 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결산이나 세입의 경우에는 정상적인 심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예산국회라고 불리우는 정기국회에서 세출에 대한 심의가 이뤄지는데 투여되는 시간과 인력의 규모로 본다면 정밀한 예산의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매년 세출예산안은 보통 9월에 당정 협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되는데 회계년도 개시 시점을 감안한다면 기간 내내 예산심의에 집중한다고 하더라도 불과 3개월 동안 심의가 이뤄진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또 예산심의에 투여되는 인력을 보더라도 현재 이를 담당하고 있는 예산정책국의 경우 3개 과에 총 40여명의 인원에 불과해 예산심의를 제대로 보좌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같이 세출예산의 사후평가 및 관리에 결정적인 기능을 하는 결산도 사실상 유명무실화돼 있으며 세입 예산의 경우 법제실과 해당 상임위원회인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소수의 직원이 담당해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세입정책을 담당하는 JCT, 세출정책을 담당하는 CBO, 정책 전반을 담당하는 CRS 등의 기구 등에서 방대한 인력과 시간을 투여해 재정에 대한 심의가 연중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보좌하는 기능이 수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총 8천300억원을 들이고도 결국 애초의 사업은 포기한 채 수질 개선만을 위해서 1조원을 더 투입해야 하는 시화호 사업, 원래 1조3천억원이면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 1조4천억원을 투입하고도 4조6천억원이 더 투입돼야 겨우 농지로 쓸 수 있다는 새만금 사업 등 현재 도처에 나타나고 있는 재정 낭비와 비효율성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재정사업에 대한 평가와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지방마다 방치돼 있는 공단 등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는 지방자치단체까지 내려가면 낭비와 비효율은 더욱 심해진다.

국회가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에 대한 심의를 실효성 있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과정과 많은 부분 중복될 수밖에 없는 예산과정의 특성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행정부의 소관 부서가 보유한 전문지식과 정보를 국회가 확보하지 못한 점에서 기인한다. 국회의 전문지식과 정보 축적이 행정부에 비해 낙후돼 결과적으로 행정부와 입법부간에 비대칭적 정보관계를 가짐에 따라 심의의 정상화는 물론 견제 기능조차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회는 예산과 인력을 확보해 조속히 재정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와 연구기능을 확보해야 한다. 재정에 대한 심의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이에 투입된 예산보다 훨씬 더 큰 재정절약 효과를 달성할 수 있으므로 단기적 예산 증액에 거부감을 나타낼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

◇국회재정연구원 설립의 의의
현 시점에서 국회재정연구원을 설립하는 것은 거시적인 의미에서 지금까지 행정부 중심으로 운영돼 오던 경제정책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 중심으로 옮겨올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미시적인 의미에서 재정의 심의과정에서 부족한 국회의 전문인력을 보충해 세출과 세입 심의의 실효성을 확보하게끔 한다.

또 국회재정연구원은 국가차원에서는 외환위기이후 위험시 되고 있는 재정의 건전성을 조속히 회복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수 있고, 금융의 자율ㆍ개방화이후 더욱 중요한 경제정책 수단으로 대두되는 재정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행정부 일각에서는 국회에서의 세입ㆍ세출 심의과정이 더 세분화되고 장기화될 경우 행정인력의 동원으로 인해 일상 업무에 중대한 장애가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이는 기존의 인식과 관행이 낳은 우려로 보인다. 그동안 해당 상임위나 예결위가 열릴 경우 담당사무관이상의 간부급 직원 전원이 국회에 참석해 장ㆍ차관의 질의응답을 보조해 왔으나 국회재정연구원이 개원된다면 재정 전문가들과 관련 인력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행정부는 행정부의 안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검토와 분석을 국회재정연구원에서 담당하게 됨으로써 행정부 인력의 동원이 불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행정부 인력의 국회 동원이 가급적 축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희복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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