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회계제도 선진화 방안에 대한 검토-①

2003.06.02 00:00:00

균형잡힌 성과표이용 경영 다면평가 일반화


한국세무학회(회장·이남주 서강대 교수)는 지난달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투명한 기업문화의 창조와 회계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30주념 기념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성균관대 송인만 교수는 '우리 나라 회계제도 선진화 방안에 대한 검토'라는 내용의 주제발표를 했다. 내용을 요약했다. 〈편집자 주>



주제발표 : 송인만
성균관대 교수

외환위기이후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지속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한 결과 우리 나라 회계제도는 상당히 국제적인 수준에 접근했다. 그러나 아직도 제도개선이 기업현장에서 관행으로 정착됐다고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정부는 대내외 여건을 감안하고 미국의 회계개혁법을 적극 참조해 지난해 7월에 '회계제도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이같은 최근의 회계제도 선진화 방안은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단기적인 처방에 의존하다 보면 지나치게 규제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게 된다. 시장과 규제의 기능이 적절한 조화를 이뤄야 하고, 시장실패와 규제실패 모두가 나타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규제기관에 의한 감리나 법에 의한 규제보다는 시장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면 감사인을 지정하지 않고 기업이 자유 선임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감사시장의 정상화에 크게 공헌했다고 본다.

시장기능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이번 회계제도 선진화 방안을 분석하고 추가적인 상황을 검토해 봤다.

【1】
첫째로 회계정보 생산자인 기업 및 경영자들이 좋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인을 갖도록 해야 한다. 경영자를 지나치게 단기실적에 의해 평가한다든지 일부 대주주에 대한 충성도만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지양해야 한다.

최근에는 경영자에 대한 보상으로 스톡옵션을 널리 사용하게 됐다. 특히 IT기업들의 경우에 더욱 그렇다. 지나친 스톡옵션 남용은 단기실적·주가 중심으로 기업이익을 조정하려는 유인을 낳게 된다. 전적으로 주가에만 의존하는 스톡옵션보다는 균형잡힌 성과표 등 다면평가의 방법을 일반화하는 것이 좋다.

또 기업 내에서 감시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기업내부의 적절한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이 선진화 방안에서 강조하고 있는 내부고발제도와 같은 부정적인 시스템 구축보다 우선순위가 되야 한다. 독립된 감사위원회나 이사회를 통해 지배구조를 정상화시키려는 시도는 타당하다고 보나 이를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필요하다.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보다도 사람이다. 능력있고 믿을 수 있는 인력이 내부통제시스템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즉 기업들이 회계분야에서도 능력있는 종업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많은 전문인력을 채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부감사인 자격제도를 도입하고 내부감사인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내부감사인협회 등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 공인회계사에게 추가 교육을 시키면 내부감사인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감사위원회의 전문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회계정보 산출자인 기업들이 매우 다양한 집단으로 이뤄졌음을 인식하고, 이해관계자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소규모 또는 비상장·비등록 기업에 대해서는 비교적 비용과 노력이 많이 요구되는 회계의 정보 유용성이라는 측면을 강조하기보다는 수탁책임을 정확히 보고하는 기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회계기준과 감사가 수행되도록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2】
둘째로 수요자, 즉 회계정보 이용자들의 역할을 살펴봤다. 이제까지 수요자들은 주어진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했다. 게다가 그 결과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비판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들이 이러한 비판을 할 만큼 회계정보 산출과정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회계정보 이용자들의 관심과 각성이 요구된다는 측면에서 추가적인 사항들을 검토해 본다.

기업이 적자 또는 실적 하락으로 인해 지나치게 큰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풍토를 정착해야 한다. 기업을 하다보면 항상 승승장구할 수 있는 것만 아니고 때로는 실적이 하락한다든지 심한 경우에는 적자를 볼 수 있다.

수요자의 힘을 발휘하는 시스템, 예를 들면 집단소송제도 등이 활성화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수요자들도 결과에 대한 책임만을 물어서는 안되고 평소에도 생성되는 회계정보의 양과 질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수요자들이 책임있는 행동을 하지 않을 때 시장의 기능은 활성화되기 어렵다.

최근에는 정보중개인(information intermediary)의 역할이 점차 증대하고 있다. 현대의 회계는 기본적으로 최종수요자보다는 전문적인 정보중개인을 정보의 수요자로 보고, 이에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일반목적의 재무정보를 제공한다든지 다소 복잡한 정보라도 최소한 주석으로라도 공시하도록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정보중개인이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느냐가 회계정보의 유용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보중개인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되고 운영돼야 한다. 그들이 재생산하는 정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 이 때 정보중개인들이 기업에 유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정보이용자는 회계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이는 정보이용자들이 전달된 회계정보를 보다 정확히 해석하기 위해서이다. 또, 자산 및 부채 평가방법 등의 회계처리방법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파생상품회계 등 다소 복잡한 회계처리와 주석으로 공시되는 다양한 정보들이 기업가치와 기업의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로써 정보이용자들은 기업에게 보다 나은 정보의 생산을 요구할 수도 있고, 회계정보산출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기업자금의 상당부분이 간접금융으로 조달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국과는 달리 어떤 금융기관도 의견을 회계기준 제정단계에서 내는 적이 없고, 회계감사제도에 대한 정책결정단계에서도 큰 목소리를 냈다는 소식이 없다. 이는 우리 나라 금융기관들의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이 되고 있지 않다는 단적인 증거이다. 따라서 다양한 수요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희복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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