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이전가격 사전합의제도의 경제적 의미-②

2003.06.16 00:00:00

(납세자와 세무당국간의 게임 이론적 접근)


납세자
이전가격조사따른 위험벗어나 경영전념
세무조사 준하는 자료제출 비용부담
과세당국
조사행정력 절감 안정적 세수확보효과
방대한 자료분석따른 전문지식 필요


# 이전가격사전합의제도 #
최근 들어 우리 나라 기업들의 해외진출형태는 과거처럼 단순히 수출이라는 형태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해외투자를 통해 국내 및 국외에 각각 기업을 설립하고 필요에 따라 국내기업과 현지국외기업이 서로 기업내부거래를 하면서 기업 전체의 목적을 추구하는 다국적기업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진출이 국외에 설립한 현지기업을 통해 이뤄질 경우 이 회사가 현지(또는 국내)에서 모든 생산과 판매를 하더라도 부분적으로는 국내(또는 현지해외)기업의 자금이나 원재료 또는 반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들간에 있어서 국제적 기업내부거래가 이뤄질 때 이는 단순히 국내에서 이뤄지는 기업내부거래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특히 국가간의 법인세율의 차이가 있을 경우 기업간에 이동하는 재화의 가격은, 즉 사내 대체가격 또는 이전가격은 동일한 경제실체라고 할 수 있는 국내소재기업과 국외소재기업 전체의 현금흐름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할 유인이 있다. 예를 들어 법인세율에 있어 한국의 경우보다 미국이 높다고 한다면 한국에 있는 국내소재기업은 미국에 있는 현지기업에 제공하는 재화의 가격을(법인세율의 차이가 없을 때보다) 높게 책정해 기업 전체의 현금유출을 줄이고자 하는 유인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국적기업의 유인을 염두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세청이나 미국의 IRS는 이전가격을 조작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이전가격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이전가격결정방법, 즉 정상가격 산출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방법에는 비교가능 제3자 거래법, 재판매가격법, 원가가산법 등이 있다.

그러나 실제 기업들에 있어서 이들 각 방법을 적용하기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조세당국 입장에서도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각 기업의 원가자료를 포함한 여러 정보를 요청해 검토해야 하므로 상당한 세무조사 비용이 부담된다. 특히 이러한 절차는 매 회계기간마다 이뤄지고 있어 기업이나 조세당국의 입장에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OECD를 포함해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다국적기업의 이전가격 결정에 있어 사전적으로 구체적인 거래형태나 관련자료, 그리고 적용하는 이전가격 결정방법을 기업으로 하여금 제시하게 하고 이를 조세당국이 검토해 이를 받아들이는 경우 특정기간동안 이전가격에 대해 자료제출이나 검토없이 그 기업의 이전가격을 인정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이를 이전가격사전합의제도(APA)라 한다. 미국에서 80년대 IRS와 GM간의 이전가격 사전합의를 한 예로부터 시작해 90년대 초반 제도로서 확립되기 시작했으며 그 이후 여러 나라에서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96년 국제조세조정에관한법률을 통해 이 제도를 채택하기에 이르렀으나 그 제도의 도입 자체가 필요성에 의했다기보다는 세계적인 추세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보여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해외진출기업과 국내투자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국세청에서 이전가격세제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함과 동시에 APA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APA의 장점으로는 다국적기업으로 하여금 이전가격조사에 따른 위험을 덜게 하고 경영에 전념하게 한다는 것과 국세청 입장에서는 조사행정력을 절감하고 안정적인 세수를 확보한다는 점이 있다. 그러나 APA신청시 세무조사에 준하는 자료제출이 필요하고 국세청의 입장에서도 방대한 자료분석과 분석을 위한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다.

만약 조세당국에 있어서 실제로 국내에 소재하고 있는 다국적기업이 치밀한 세무전략에 따라 이전가격사전합의제도를 요청할 경우 이에 대한 전문인력을 갖추지 못한 조세당국은 오히려 중요한 세원을 잃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또한 해외에 진출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에 있어서도 해당 국가의 조세당국이 APA로부터 기대하고 있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어떠한 경우 이전가격사전합의의 효익이 그 비용을 초과하는가에 대한 기준을 수립하고 있어야만 이 제도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이 APA의 원래 취지는 다국적기업에게 법인세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해소시키고 이전가격의 진실성 여부를 판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무조사 및 법률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였으나, 그 취지처럼 다국적 기업 또는 조세당국이 이 제도로부터 항상 혜택을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우선 이전가격과 관련해 조세당국에 합의신청을 하고 수락을 받기까지에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기업 내부의 중요한 정보를 조세당국에 제공해야만 한다. 물론 다행스럽게 이전가격 사전합의가 성사된 경우에는 향후 특정기간동안 감사의 위험이나 법인세의 불확실성, 세무신고의 불성실로 인한 가산세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만약 합의신청이 기각될 경우 엄청난 비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업의 중요한 정보를 조세당국에게 제공하는 결과만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세금신고에 있어서 전략적으로 불리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APA를 신청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조세당국역시 이러한 효과를 염두에 두고 APA를 신청한 다국적기업의 세무전략을 판단하고 이 신청을 수락할 것인가 아니면 기각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APA와 관련해 납세기업이나 조세당국은 APA의 단순한 입법취지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분석 및 분석결과 #
모형의 분석은 Signaling게임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해법(Cho and Kreos, '87)으로 분석했다.

위와 같은 분석을 통해 APA제도가 도입되면 일부 타입의 다국적기업들은 APA를 신청해 이를 통해 법인세 관련 현금유출액을 줄이려는 노력을 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다국적기업들은 모두 과세소득을 높게 신고해 결과적으로 균형하에서는 세무조사활동은 없게 된다. 또한 국세청의 경우에도 일정조건만 만족하면 APA를 도입하는 것이 세수를 증대시키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현실상황을 보면 APA를 신청하는 다국적기업도 있고 세무조사 과정까지 겪게 되는 다국적기업도 존재하기도 해 본 분석이 현실적인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것이 부분적으로는 분석과정에서 누락된 변수 때문일 수도 있고 제시한 가정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일지도 모르지만 본 분석의 결과는 APA제도가 다국적기업의 납세전략이나 국세청 조세전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해줄 수 있다.

APA제도는 불확실한 세무조사나 법정의 결과에 따른 비용을 피하고 법인세 문제에 따른 불확실성을 제거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었으며, 이의 활용을 통해 현금유출액의 절감으로 많은 다국적기업들이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국세청입장에서는 그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다국적기업의 타입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효과적인 세수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국세청은 이 제도를 활용하는 기업의 존재로 인해 세무조사보다도 효과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며, 나아가 더 많은 다국적기업들의 참여가 유발되고 다국적기업과 국세청간의 정보불균형이 해소돼 다국적기업의 전략적 행동의 범위를 줄여 세수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분석상의 어려움으로 APA의 기각가능성, APA의 다기간 문제, 소송의 가능성 등을 모형화에서 배제시켰다. 이것이 본 연구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이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추후 별도의 연구 주제로 다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장희복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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