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隨筆]소풍

2003.05.12 00:00:00

-이운우, 영덕


가느다란 봄비가 내리던 날 淸河面 소재 內延山으로 등산(춘계체육대회행사)을 갔다. 전직원 20여명이 함께 모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대자연속으로 소풍을 다녀왔다.

맑은 공기와 계곡엔 바닥이 훤하게 보일 정도로 희고 푸른 깨끗한 물이 쉴새 없이 흐르고, 나무마다 갓 피어오른 연두색 새싹들은 함초롬하게 봄비를 머금고는 온갖 이름 모를 산새들을 불러모아 합창으로 우리를 반겼다. 사찰 담장 너머에 만발한 왕벚꽃은 거만스러울 정도로 흐드러지게 피었고, 산비탈의 연분홍 山桃花는 수줍은 듯 피다만 듯하고, 오솔길가에는 자주색 제비꽃과 허리 굽은 할미꽃, 노란 병아리처럼 생긴 양지꽃 등…. 봄에 피는 꽃은 다 피어나고, 흰 민들레는 어느새 홀씨 되어 어디론가 날아갈 채비를 하고 있고, 모든 것이 움직임은 없지만 부풀어 오르는 터질 듯한 긴장감으로 하여금 소리없는 함성이 되어 산천을 울리는 팽팽한 봄의 전경이었다. 

늘 보아온 우리의 山河이지만 오늘 따라 이처럼 자연경관이 마음에 와 닿는 까닭은 주위의 경치가 좋은 것만  아닌 것 같았다.

소풍은 언제나 즐겁고 유쾌하게 다녀와야 하는 것, 잠시 가정과 사무실의 잡무를 잊고 소원하고 낯선 동료직원과도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준비해간 음식과 酒로 회포를 풀 수 있는 시간이 뜻 깊었지만, 무엇보다 대자연의 품에 안겨 흙내음과 꽃향기, 물소리, 새소리, 그리고 비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어릴적 소풍은 새 신과 새 옷, 그리고 맛있는 것을 마음껏 먹는다는 재미로 소풍 전날은 온통 밤을 지새우며, 장소가 어디든지를 불문하고 무조건 좋아라 했는데 나이가 들어서는 술 마시며 웃고 떠드는 재미로 갔었는데, 이제 지천명의 나이가 되고 보니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보다는 주위의 경치와 자연을 유심히 보아지고, 그 속에서 浩然之氣와 逍遙遊 같은 것을 느껴보는 재미가 솔솔하게 괜찮은 것 같았다     

어느 시인의 노래 중에 '이 땅에 소풍 와서 잘 놀다 가노라'고 읊은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잠시 소풍을 다녀가는 길목이라고 생각해보면 이 주어진 짧은 시간에 무엇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의 대답은 '즐겁고 유쾌한 소풍이 되도록 늘 깨어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춘계체육행사의 날에 2003.4.19)


채흥기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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