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稅政詩壇]차동고개

2003.05.12 00:00:00

-이욱(영덕署)


내림 일차선, 오름 이차선 도로
오름 있으면 반드시 내림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나선형 길 따라 짐 실은 화물차 골골 힘겹다
그래도 오늘은 운수 좋게 뿌듯한 하루였는지 모른다
제 등-짝 빌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위세 등등하다
씨 값, 비료 값, 농약 값 빼면 뭐가 남느냐고
악다구니하던 정석이 어멈이 떠오르고
쟁기 질러 멀쩡한 밭을 갈아엎던 현종이 생각에
빙긋이 웃음이 절로 터지는데
아, 글쎄 도로에서마저도 2차선으로 밀려나 
오징어 먹물 같은 피를 흘리고
이마에 송골송골 돋는 땀 냄새 짜다
고무밧줄로 칭칭 매어진 등짐 뒷-칸에
숨이라도 쉬어야 산다고 궁둥짝 비비며 
배추 몇 포기 서로 핏대를 올리고 있다
한쪽 모서리 반쯤 깨어진 미등 전구-알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농부의 삶만큼이나 아리다
(몇 푼이나 한다고)
쏜살같이 1차선을 내달리는 승용차들의
가벼운 풋-동정은 골짜기에 낙엽처럼 쌓이고
어디쯤에선가 집나가 어둠 갉아 대는 도둑고양이 
큰 울음소리 터질 듯한 차동고개
대꾸도 없이 쌍불 켠 화물차 구불구불 기어오른다
밭에 남겨둔 얼굴들이 배추포기 마냥 아른거리고
그들의 수런거림과 배추밑동에서 흐르던
하얀 진액이 고갯길에 끈끈히 달라붙는다

※ 차동고개 : 충남 공주시와 예산군의 경계에 위치한 고개


채흥기 기자 info@taxtimes.co.kr
- Copyrights ⓒ 디지털세정신문 & taxtime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발행처: (주)한국세정신문사 ㅣ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7안길 11 (서교동, 디.에스 빌딩 3층) 제호:한국세정신문 │ 등록번호: 서울,아00096 등록(발행)일:2005년 10월 28일 │ 발행인: 박화수 │ 편집인: 오상민 한국세정신문 전화: 02-338-3344 │ 팩스: 02-338-3343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화수 Copyright ⓒ 한국세정신문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