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寄稿]稅關과 制服

2003.06.09 00:00:00

박광수 한국관세사회 회장



세계 모든 국가의 군대가 제복을 입듯이 세계 모든 국가의 세관직원은 제복을 입는다. 물론 국가에 따라 또는 예산형편에 따라 총무, 회계 등 내무를 보거나 지원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에게는 제복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사복을 착용하게 하는 세관도 있다.

세관직원에게 제복을 입게 하는 이유는 단순히 세관직원이 공무원이기 때문이 아니다. 기강의 확립이 필요한 공무원이기 때문에 밖으로 계급장을 부착하기 위해서 또는 서열에 따른 명령체계를 세우기 위해서 제복을 입게 하는 것도 아니다.

우선 세관직원은 국경에서 주권을 집행하는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세관직원은 국경에 서서 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사람, 모든 화물, 선박 등 모든 운수기관에 대해 명세표를 제출받고 확인하며, 필요할 경우 검사를 하고 수색을 한다. 따라서 세관직원은 제복을 착용하고 국가 주권의 권위를 표시함으로써 우리나라에 입국하는 외국에 대해 이 주권에 복종할 것을 요구한다.

세관의 국가주권의 관례는 일찍이 절대왕권시대에 왕실 직속의 재정조달 기관으로서 국경을 통과하는 대상에 대해 왕권의 권위를 내세워 통행세를 받는 데서 비롯됐다. 그러나 근세에 와서는 산업혁명의 성공에 의한 자본주의의 발전과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른 식민지 확장 또는 불평등무역의 확산 등 외국의 지배와 영향으로부터 자국의 경제와 영토를 지키고 밀무역을 차단하기 위해 세관직원의 주권적 권위가 필요했다.

두번째로 세관은 공권력을 집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세관은 대외적으로는 국가 주권을 집행하는 기관이지만 대내적으로는 관세법에 의거, 외국을 왕래하는 내국인, 내국화물, 내국 운수기관에 대해 관세법을 집행한다.

우체국 직원이나 철도 승무원은 친절서비스를 표방하기 위해 제복을 입는 것이라고 한다면 세관직원은 수출입 물품에 대한 관세의 부과와 징수, 탈세의 방지, 마약 등 수입금지 품목의 거래, 기타 불법행위를 방지하고 적발하는 엄격한 법률 집행을 표방하기 위해 제복을 입는다.

세관직원 이외에도 제복을 입는 공권력 공무원의 예로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 교도관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타인의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기도 하며 사람 또는 화물, 장소를 검사하거나 수색을 하고 봉쇄하기도 하며 물품과 운수기관을 이동하지 못하도록 강제로 유치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세관직원의 국가 주권과 공권력 집행을 보장하기 위해 세관직원에 대해 필요할 경우에는 선박 등 운수기관의 출발을 정지시키며, 사람과 화물, 그리고 운수기관, 기타 화물의 장치장소 또는 판매장소에 대해 임검하거나 수색하고, 총기를 휴대하고, 만일 직무수행 중 세관직원의 힘이 부족할 때에는 군부대와 경찰에 원조를 요청하는 권한을 주고 있다.

세관직원은 국가의 주권과 공권력을 집행하는 공무원이지만 정작 세관을 위한 직무는 관세의 부과와 징수를 위한 직무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다른 법률과 남의 부처를 위한 업무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외무역을 규제하는 법률은 대외무역법, 약사법, 식품위생법 등을 위시해서 무려 55개 법률에 달한다. 이 중에서 통관과정을 통하여 수출입 요건이 적법하게 구비돼 있는지를 서류심사 또는 현품검사로 확인해 통관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권한이 세관직원에게 위임된 법률은 30개뿐이다. 이 30개 법률의 업무는 세관의 입장에서 볼때 세관 자신의 업무가 아니며 어디 까지나 해당 법률의 주무부처의 업무인 것이다.

그럼에도 세관직원이 무역업자 또는 납세의무자에게 서류 제출을 요구하거나 물품 검사를 하는 경우 일반인들은 세관이 아직도 불필요한 서류 제출을 요구한다거나 또는 필요없는 화물검사를 해 통관을 지체시킨다고 오해해 세관과 세관직원이 원망받는 일이 있다.

이에 대해 미국 관세청의 홈페이지를 보면 "미국 세관은 자신의 일을 위해 여러분들에게 서류 제출을 요구하지 않는다. 세관이 대신해서 업무처리를 해 주는 타 부서의 법령이 100여개도 더 된다"라고 공공연히 표명하고 있다.

오늘날의 WTO체제하에서 세관만이 국제규범에 의한 합법적 권한을 갖고 물품을 검사하며 위반물품의 통관을 불허할 수 있는 유일한 국경조치기관이다. 더구나 세관의 업무기준과 처리방식은 세계관세기구(WCO)와 WTO의 협약으로 규정돼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돼 있다. 

우리는 지금 2005년말까지 DDA협상을 타결시키기로 시한을 정해 놓고 있다. 그 중에서도 관세율 인하와 무역의 원활화가 중요한 협상과제에 속한다. 협상이 타결되어 관세율이 인하되고 무역이 더욱 원활히 되더라도 부작용이 없도록 세관이 국민과 소비자를 위한 국경기관으로서 통합적 기능을 보강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선 우리도 외국과 같이 국경업무에 해당하는 세관과 법무부 출입국관리, 식품 및 동·식물 검역기능의 Single window화 또는 One touch화를 모색해 봄직도 하며, 두번째로 통관과정에서 국경에서 확인되고 집행돼야 할 필요가 있는 모든 일들은 국민과 소비자를 위해 타 법령 타 부처를 따지지 말고 모두 세관의 통관절차에 끌어안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관세의 부과와 징수라는 세관 고유 기능은 관세율 인하로 점점 쇠락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타 법령 타 부처를 대신하는 일이 세관의 고유의 업무이며 고유의 기능이 돼 간다.


채흥기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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