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稅政詩壇]태백역에서

2003.06.16 00:00:00

-조영경(삼척署)


역 떠나면 타향객지
나는 또 어디로 가야하나
비내리는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막장 끝에서 또 간다면 어딜까
항상 죽음을 곁에 달고
기차굴속 같은 어둠 속에서
부평초처럼 가볍게
온몸을 내맡기고 탄을 캐던 시절
애국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산업의 역군이라는 말도 몰랐다
그냥 저들이 하기 좋은 말
아무리 힘들어도
지하보다 이승이 좋다고
탄가루 섞인 밥 한 덩이를 위해
생과 사가 하나되어
끊임없이 세상의 벽을 향해
곡괭이를 휘둘러야 했던 시절
떠날 때는 올 때처럼 빈 몸
늙어진 몸뚱이만 시류(時流)의
칼날에 힘없이 난도질당한다
철마야 너는 아느냐
갈고리 같은 내 손아귀에서
얼마나 많은 탄이 너에게 부어졌는지
얼마나 많은 한이 너에게 맺혀있는지
휘어진 허리를
역사(驛舍) 탄색등걸이에 맡기고
경계선 없는 어둠과 탄 빛을
구분해 내려는 듯
흐려진 눈을 질끈 감는다.


채흥기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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