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隨筆]남산에서(산행 에세이) (上)

2005.01.24 00:00:00

이종욱(서대구서)


새벽부터 서두른 탓인지 벌초가 일찍 끝났다.
내 어릴때부터 바라만 보던 신비의 산, 한국에 있는 대여섯개의 남산 중의 하나인 청도 남산을 올라보리라던 숙제를 이제야 한번 해보기로 하고 벌초하던 자세 그대로 장화를 신은 채 나섰다. 기도원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신둔사 근처 계곡 입구에 섰다. 정상까지는 약 2.5킬로미터이다.

이 지역 주민들에게 남산은 지리산만큼이나 많은 사연을 가진 곳이다. 어른들은 남산골에 가서 농촌에서도 귀한 귀쑥이나 나물을 뜯어 왔다. 6·25때에는 빨치산의 슬픈 이야기-어릴때는 무서웠던-를 들어 왔었다. 요즈음 들리는 이야기로는 다 이웃, 일가, 친척들이었으니 이념이란 것이 인륜을 저버릴 만큼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투벅투벅 계곡을 향해 발을 들여놓았다. 대구, 부산에도 많이 알려져 등산 리본이 많이 붙어 있다. 추석 바람이 시원하다. 그동안 산여운팀과 동행하며 기른 체력과 등산의 기본을 배운 탓인지 정상이 제법 아득하지만 혼자만의 등산도 자신만만하다.

리본은 개울을 건너 숲 속에 숨어 있었지만 노련한 술래처럼 감으로 척척 찾아가며 올라가니 나의 등산 이력도 이제 내밀어 볼만하지 않은가?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에는 노송이 하늘을 덮어주어 그을리지 않아 좋다. 산 구비마다 흐르는 작은 폭포들과 암벽을 타고 흐르는 계곡 물은 산 길을 가볍게 걷게 한다.

정상을 바라보니 길은 좌측 계곡으로 뻗어 있고 경사가 매우 급하다. 아무래도 삼천포로 빠지는 느낌이 드는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전혀 없다. 그냥 등산로를 하나 개척해 보나 고민을 하다 주제파악을 해 꼬리를 내리고 리본을 따라 계곡을 건넜다.


최삼식 기자 echoi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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