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일기9-시와 또 다른 글의 만남

2006.01.16 00:00:00

등나무 아래 앉아-


늦은 저녁 숙소 앞 등나무에
묵은 마음 걸어놓고
희미한 불빛아래 앉아 별자리를 더듬는다
아, 이 밤에 잠들지 못한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불빛아래 불꽃으로 와 애태우며
일제히 달려드는 나방이들은
풀섶에 나서 풀섶에서 밤을 날 일이지
하필이면 내 곁에 와
아우성이면 어쩌란 것인지

그런데 사람들아
우리의 삶이 늘 그렇듯
사람이 필요할 때 사람을 돌아보면
아무도 내 사람이 아니다
또 한 번 준비도 없이 어긋난 삶은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는데
거부하면 거부할수록
끈질기게 달려드는 나방이들 위해
이 밤,
마음에 등불 하나 내 걸었다


오관록 기자 gwangju@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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