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寸鐵活仁]國政의 精和를 바라는 民心

2006.01.19 00:00:00

-어기면 孤傷한다


 

무풍대작(無風大爵)이라는 고어(古語)가 있는데 그 뜻은 높은 관직(官職)에 있으면서 아무런 말썽없이 무사태평(無事泰平)하다는 것이다.
즉 자기 주관(主觀)이나 사상(思想=생각)만을 고집하기 보다는 자기의 주장이나 견해(見解=자기의 의견과 해석)를 뒤로 하고, 남의 의견(意見)이나 결정을 잘 이해하고 수용(受容=받아들임)하는 그런 사람을 지칭(指稱)하는 일종의 풍자적(諷刺的) 표현이다.

예를 들면 조선조 선조조(宣祖朝)때 좌의정(左議政=정일품의 높은 벼슬)을 지낸 강사상(姜士尙)공이나 세종조(世宗朝)때 영의정(領議政=의정부의 우두머리, 首相)을 지낸 황희(黃喜) 정승 같은 분이 그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고 있다.

강사상공(姜士尙公)은 여럿이 모여 시사공론(時事公論=세상 일과 여론)을 논의(論議=서로 의논함)라는 자리에서는 말 못하는 '벙어리'가 되고 '자기 코끝'만을 만지작 거렸다. 당파(黨派)싸움에 말려들기 싫어하는 교묘(巧妙)한 '제스처'였다.

술을 좋아해서 술을 마시게 해서 그의 견해(見解)나 주관(主觀)을 유도(誘導=꾀어서 이끔)하려 해도 늘 '노코멘트(無言)'로 눈은 딴 곳으로 돌리고 코만 만졌다.

송강 정철(松江 鄭澈=선조때의 명신이면서 시인)의 조카 정인원(鄭仁源) 공이 은거 중(隱居 中)인 송강을 찾아가 호소(呼訴)하기를 "원컨대 아저씨는 입을 다무시고, 즉 직언(直言=곧은 말) 그만하시고 코나 만짐으로써 정승(政丞=대신) 자리 하나 얻으셔서 곤궁(困窮)한 가문(家門=문중)을 구원(救援)하십시요"하리만큼 강사상공(姜士尙公)의 코 만지는 것은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 그래서 강공(姜公)을 가리켜 '닦을 식(拭)자 식비대감(拭鼻大監)'이라는 별명까지 듣게 됐다.

그리고 그 청백(淸白)하기로 이름난 황희 정승(黃喜 政丞)은 모든 엇갈린 생각이나 견해와 사상(思想)에는 일리(一理)가 있다 해서 반발(反撥)이나 배격(排擊=물리침)없이 수용(受容)함으로써 어느 한 파당(派黨)으로 기울지 않는 공평(正平)한 태도를 일생을 통해 견지(堅持=굳게 지킴)했는데 그에 대한 에피소드(揷話)에 이런 것이 있다.

황 정승댁(宅)의 두 비녀(婢女=계집종)가 서로 머리끄댕이를 움켜쥐고 싸우고 나서 그 잘잘못을 주인 황 정승에게 판가름을 받기로 했다. 그 중 드센 한 비녀가 먼저 왈가왈부(曰可曰不) 자기가 옳다고 일러바치자 황 정승은 '네가 옳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비녀가 '그게 아니고 이리저리 해서 그리 됐다'고 상대방을 비방(=誹謗헐뜯고 욕함)하자 그 역시 '너도 옳다'고 했다.

곁에서 듣고 있던 그 부인(婦人)이 '일사이리(一事二理=한가지 일에 둘다 이치가 있음)가 있을 수 없고 모든 일에 옳고 그름이 있을 것이거늘 둘이 다 옳다는 말씀은 어이하신 말씀이신지요'하고 고개를 꼬니 '하기야 당신 말도 옳소'라 했다.

황(黃) 영의정과 강(姜) 좌의정 그 두 분은 모두 장기간 그 격렬한 '당파싸움'과 전란(戰亂)속을 아무런 풍파(風波)없이 만인(萬人=여러 사람)의 숭앙(崇仰=존경과 숭배)를 받으면서 입사(入仕=벼슬을 지냄)를 했던 것이다.

오늘날의 우리 처지를 보면 부정(不正)을 저지르고도 무사한 무풍대작(無風大爵)은 더러 있어도 곧은 말 하다가 쫓겨난 사람은 좀처럼 보기 힘든데….

국민만을 위한 위정(爲政)에는 '죽사발(가난)'에도 웃음이 번지고 당리당략(黨利黨略)이 앞선 정치에는 '밥사발'에도 눈물이 고인다고 해도 그냥 웃고말 일은 아니다.


오관록 기자 gwangju@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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