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稅政詩壇]파랑주의보

2006.01.23 00:00:00

이영식(시인, 의정부署)


파랑주의보

큰 너울이었다

바람과 비,
파도가 한 패거리가 되어
포구의 멱살을 잡고 나뒹군다
방파제 뒤 먼발치에서 구경하던
작은 목선들까지 싸움판에 끼어 들어
부딪고 깨지고 난장판이다

질척질척
어물전 골목 돌아온 빗줄기는
싱싱 횟집 귓불을 적신다

사람과 사람 사이
익명으로 남겼던 흔적
진창의 발자국들이 젖고
지워진다, 젖고 지워지는 일이
전부인듯
우리는 양철지붕 빗소리에 갇혀
막소주와 제첩국 한 그릇으로 목을 씻는다
더 지울 것도 없이 맑게 닦인
손톱만한 조갯살들
내 불안과 의심의 막사발 가장자리로 쓸린다

파랑 따라 거칠게 당겼다 놓는 바다의 음계
조율되지 못한 내 빈 속을 울컥
하수구에 쏟아놓는다.


오관록 기자 gwangju@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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