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정 반세기일 그 주역들의 회고

1999.06.03 00:00:00

김종상(金鍾相) 세무사〈前 부산지방국세청장〉


 소비세 신고 권장과표가 만들어지면 납세자들을 불러모아서 성실한 신고·납부를 권장하여야 하는데 이렇게 중요하면서도 부담스런 납세자 간담회의 회의소집과 관련해서 이 당시의 경험담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런 간담회는 보통 유흥업소의 종류에 따라 10명 정도씩 납세자들을 소집하여 음료를 나누며 좌담회 형식으로 하였던 것인데 중요한 것은 우선, 참석하는 납세자들이 도착하여 명함교환을 하거나 참석자 명단을 기록할 때 주의깊게, 그리고 재빠르게 누가 어떤 업소에서 참석하였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고 회의진행을 하면서는 `○○업소에서 오신 ○○○ 사장(또는 전무)님 말씀 좀 해 보십시오'하는 식으로 이름을 지명하면서 말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그 다음분하는 식보다 훨씬 효과가 있으며, `그러면 ○○업소도 비슷한 말씀들을 하셨지만 우리 업소는…'하고 무엇이든 자신들의 어려운 실정을 반은 애원조로, 또는 반은 엄살조로 되풀이하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더라도 일방적으로 우리쪽 즉, 관청의 이야기만을 할 것이 아니라 납세자인 참석자 모두에게 발언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분위기를 한껏 조성한 다음 개별적인 업소별 신고 권장과표를 주게되면 얼마간 불평이 있더라도 지방청에서 자신의 존재와 업소를 잘 기억해주고 있다는 안도감과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그리고 가슴에 맺혔던 사연(?)을 털어놓으니 그래도 얼마만큼은 스트레스를 풀고 간다고 느끼는 듯하여 큰 마찰없이 신고·납부의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安武赫 청장님 시절에도 고질적이며 만성적이었던 국세행정의 치부라 할 수 있는 세무공무원의 금품수수 등 세무 부조리 문제였는데 이에 대해서도 安 청장님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발본색원하시려 하였다.

 이를 위한 여건조성을 위해서 세무공무원의 실질적인 활동비를 현실화하도록 노력하여 세무조사 등의 출장비와 업무추진비를 충분치는 못하더라도 그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증액시키고, 관서당 운영비도 최대한으로 예산을 확보토록 노력하여 나중에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관리관실에 두 번이나 근무한 필자의 시각으로 볼 때 이 당시에 비로소 국세청의 살림살이가 그 틀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이와함께 부정과 부조리를 예방하고 적출할 수 있는 행정분야별 분석과 대책이 치밀하게 추진되어 새로운 세무행정, 달라진 세무공무원상을 정립하도록 하였던 것이었다.

 그런데 국세청장이하 전 조직원의 공직기강쇄신의 집념과 노력은 느닷없이 발생되는 한두 사람의 실수와 사고로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던 것이다.

 예를 들면 어느 세무서에서 세무조사 또는 과세자료처리를 하면서 납세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이, 지금까지 최고기록으로 몇 천만원이었다는 사실이 크게 보도되는 일, 대중세 혁신등 여러가지 대비를 했음에도 업소를 방문(속칭 戶巡)하면서 어떤 직원이 하루에 받은 봉투가 이 주머니 저 주머니에서 수두룩하였다는 사실 등이 적발되면 흡사 해변가에 쌓은 수많은 모래성이 한 번의 파도에 휩쓸려 흔적도 없어 사라지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서주영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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