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납세자권익찾아주기(1)

2000.03.09 00:00:00

납세자 권익과 세무행정 개혁



최명근 (경희대교수)

국가 주인인 납세자 권익보장하고
권력세무행정 청산후 만족도 높이는
납세편의 봉사행정으로 개혁돼야



세금은 국민동의가 그 존립의 근거이다. 납세자가 나라의 주인으로서 그 동의에 근거하여 공동생활에 필요한 재원을 분담하는 것이 납세의 기본원리이다. 따라서 세금을 슬쩍 빼먹는 행위는 공동체에 대한 구성원의 배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체의 구성원은 세금에 대하여 정직해야 한다.

이러한 세금업무를 맡아서 집행하는 것이 세무행정이다. 물론 세금에 대하여 그 정직성이 완전한 나라는 거의 없지만, 만약에 공동체의 구성원이 모두 정직하다면 세무행정은 권력적일 필요가 없고 납세의 편의를 돕는 순수한 봉사행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이다. 세무행정은 권력행사의 대명사로 국민에게 군림하게 되고, 때에 따라서는 정직한 사람과 부정직한 사람을 제대로 식별하지도 못한 채 강력한 권력을 남용하기도 한다. 그러한 세무행정이 가렴주구로 이어진 사례는 역사에서 흔하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헌법상의 조세법률주의는 하나의 장식물로 전락하게 되고 국민의 기본인권은 만신창이가 된다. 추상적으로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지만, 권력을 위탁받은 과세기관이 난폭해졌을 때 현실적인 개개의 국민은 그 앞에서 무력감을 경험해야 한다. 대한민국 수립후의 우리 稅政史를 위와 꼭 같다고 비유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닮은꼴에서 자유롭지도 못하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요구되는 것이 납세자의 권익보장(납세자의 권리 보장)인 것이다. 이는 납세자가 나라의 주인으로서 동의한 대로 세금을 내는 지위를 도로 찾아야 한다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국세청이 지금 진행하고 있는 正道稅政 열린세정으로의 개혁은 그 목표가 납세자의 지위를 나라의 주인으로 되돌려 놓는 데 있다고 본다. 그간 국세청이 제시한 세정개혁의 방향은 나무랄 데 없고, 그 추진실적은 상당히 성공적이라고 중간평가할 수 있다. 지역담당제를 폐지하여 직원의 청렴도를 제고하고, 지난날 못마땅하게 여기던 시민단체와 대화하고 협력하며, 감추기만 하던 조세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하여 납세자의 알 권리를 신장시키면서 세정의 투명도를 높이고, 법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만들었던 각종 사무처리규정을 법에 맞게 재정비하여 행정의 적법성에 노력하며, 위법부당한 과세처분으로부터 납세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납세자보호담당관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하고, 부당한 세금부과에 대하여 담당자를 문책하는 기준을 마련하며, 납세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창구직원의 행동지침을 제정하고, 납세자에 대한 서비스헌장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 등이 납세자의 권익신장을 위하여 추진한 과제들이다.

이는 몇 해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하던 일들로서 세정의 舊態를 청산하는 일이며 봉사하는 세정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그러한 개혁은 아직 정착된 것이 아니다. 의욕의 단계를 겨우 벗어나서 실천의 단계에 접어들어 진행을 시작했을 뿐이다. 전국 행정관서에 대한 행정개혁 평가에서 그 성적이 首位를 차지했다고 자만에 안주한다면 반대로 앞으로는 실패가 기다릴 것이다. 이번의 세정개혁이 실패한다면 국민의 세정에 대한 불신은 그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고, 차라리 아니함만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더욱 분발해야 한다.

그런데 한가지 현 국세청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현 국세청장은 대다수의 납세자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고 아마도 통치권자로부터도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할 경우 인사의 원칙에 비추어 보거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대개는 국세청장의 자리를 떠나서 장관으로 영전하는 것이 통례이다. 현 청장에게도 이러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본인을 위해서야 이러한 기회가 얼마나 영달의 찬스이겠는가?

조직은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고 특히 그 조직을 이끄는 최고 책임자의 철학은 조직의 생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조직을 개혁하는 과제에서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개혁과정에서 우리 세정의 舊秩序는 흐트러졌고, 새로운 질서는 생성과정에 있기 때문에 아직 정착하지 못했다. 새로운 질서의 정착에는 앞으로 3~4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런데 일만 벌여 놓고 마무리를 하지 않은 채 영달을 위해서 다른 자리를 찾아 떠난다면 그것은 조직에 대한 배신이 된다.

또한 짧으면 1년미만, 길어봤자 2년정도 장관직을 지내는 것보다는 국가의 백년대계의 기틀이 되는 세무행정 한가지의 개혁을 완수하는 데 묵묵히 봉사하는 참된 삶이 오히려 많은 사람의 기억에 아름답게 남을 것이다. 현 국세청장은 납세자를 주인으로 모시는 세정개혁에 끝까지 혼신의 노력을 바치기 바란다.



박정규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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