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비화, 범양상선 세무조사〈9〉-④

2000.05.01 00:00:00

언론피해 장소 옮겨가며 조사팀 철야조사 강행군



범양상선 세무조사 국세청의 범양에 대한 세무조사는 박건석(朴健碩) 회장이 자살한 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조사는 서울시내의 한 호텔에서 진행됐다. 朴 회장의 자살로 인해 사회적 파문이 커진데다 기자들의 취재공세를 피해 차분하게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국세청은 19일부터 25일까지 계속 장소를 옮겨가며 한상연(韓相淵) 사장과 관련임원에 대한 철야조사를 강행했다.

무엇보다 이 사건의 조사는 사망사실과 관련해 빠른 수습을 요한 탓에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본청에서 직접 조사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의 세무조사처럼 서울청에서 조사를 하고 본청이 보고를 받는 형식으로 진행될 경우 시간이 낭비되고 지휘계통에 혼선이 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재빨리 수습하지 않고 본청에서 조사를 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의혹을 낳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 내사를 직접 담당했던 본청이 조사를 한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과정에서 당시 조사팀의 한 관계자는 “19일부터 조사 첫 3박4일 동안은 단 1분도 잠을 자지 못했다. 6박7일간의 사투였다”고 회고했고 “25일에 韓相淵 사장 등을 검찰에 인계하고 프라자호텔로 옮겨 마무리작업을 하면서부터 겨우 2시간 정도 눈을 붙일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여기서 국세청은 대부분의 탈세조사의 경우 45일 가량, 길게는 1백20일까지 진행해야 밝혀낼 수 있는 대기업의 탈세 및 외화반출사건을 이처럼 일주일만에 다 밝혀낼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던져 주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다름 아닌 사건의 핵심인물인 韓相淵 사장이 국세청의 조사에서 비밀장부를 전격 공개한 것이 주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20일경 김영선 전무와 함께 국세청에 자진출두한 韓相淵 사장은 처음에는 “내가 한 일은 없다”, “월급쟁이 사장인 내가 어떻게 마음대로 할 수 있느냐, 사업하는 사람이면 다 안다”며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또 韓 사장은 “비밀장부는 뉴욕지사에서 2~3개월에 한 번씩 본사로 보내지만 나와 朴 회장이 본 후에 소각해 버리기 때문에 찾을 수 없다”고 해 조사팀은 한때 물증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韓 사장은 국세청 조사팀 관계자들의 끈질긴 심문이 4시간여를 넘기자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중대한 결심을 했다”며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당시 韓 사장은 그의 처 김희평씨의 동생집에 전화를 걸어 金 여인에게 “내가 전에 싸 놓은 보따리를 가져오라”고 말했고 조사반원은 이날밤 롯데호텔 커피숍에서 동생과 함께 온 金 여인으로부터 서류보따리를 전달받게 되었다. 이 서류가 국세청이 기대하던 바로 비밀장부였던 것이다. 이후 韓 사장은 국세청의 조사에 비교적 협조적인 태도로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주영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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