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양상선 세무조사 <9> - ⑤

2000.05.08 00:00:00

韓사장은 `나쁜사람' 국내언론 집중포화




물론 본격적인 조사는 세무조사 사실이 알려진 19일부터라고 하지만 국세청은 그동안 접수된 제보와 지난 2월부터 성북구 성북동 朴健碩 회장의 집과, 방배동과 여의도동 소재 韓相淵 사장의 집을 수색하는 등 내사해 온 자료 등을 토대로 4월16일부터 실질적인 조사를 진행했다.

16일 朴 회장과 韓 사장의 가택을 수색해 외화도피 등에 대한 물증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했다.
당시 17일 朴 회장의 성북동 자택을 수색해 거액의 외화도피증거를 적발했다는 설이 나돌았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당시 언론들은 기사화했다. 여기에서 “수색후 증거가 있었다면 즉시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조치가 취해졌을 것”이라는 당시 국세청 관계자의 회고대로 가택수색에서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17일에는 朴 회장과 韓 사장이 국세청 조사실에서 참고인 조사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국세청의 조사가 착착 진행되면서 외화도피 및 탈세 등 자신의 비위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朴健碩 회장은 19일 국세청의 재차 출두요구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이날 오후 3시50분경 투신자살을 시도했다.

여기서 이 사건의 열쇠가 될 수 있는 朴健碩 회장이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느냐를 가늠하기 위해 朴 회장 및 韓相淵 사장의 이력과 두 사람의 관계를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朴健碩 범양상선 회장은 갈수록 악화되는 기업경영으로 수년전부터 무척 고민해 왔으나 측근이나 가족들에게 이를 일체 내색하지 않아 사고소식이 전해진 후에 많은 사람들은 그의 숨겨진 고뇌를 짐작할 수 있었다.

朴 회장의 자살원인은 회사내분 외화도피설 경영악화 등으로 추측되고 있으나 유서내용으로 보아 회사내분이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당시 해운업계는 '85년부터 적자 등으로 인해 경영환경이 상당히 악화되었다)

특히 朴 회장은 창업이후 20여년 동안 자신의 심복으로 함께 일해 왔던 대학후배 韓相淵 사장과 회사경영방침 등을 둘러싸고 심각한 내분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내분은 朴 회장이 '86년 미국에 있던 사위 김철영씨를 상무로 앉혀 함께 경영실무를 맡았으나 내부의 반발이 투서를 통해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해 일어난 것으로 풀이됐다.

회사 재정상태가 악화되자 韓相淵 사장은 朴 회장에게 “89년경이면 해운업계가 살아날 수 있으니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사재(2백억원 가량으로 알려짐)를 내놓는 등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朴 회장으로서는 이를 韓 사장이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했을 가능성이 있고, 그 딴 생각을 차단하기 위해 자신의 사위를 재정본부장(상무)으로 임명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여기서 오히려 韓 사장은 朴 회장이 자신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다고 판단, 그에게 반감을 가졌을 것이라고 유추된다. 즉 이 과정에서 朴 회장과 韓 사장, 韓 사장과 金 상무간의 갈등이 빚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이후 '88년부터 국내 해운업계는 살아나기 시작했고, 오너보다는 전문경영인의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도덕적으로 죽은 자에게는 관대하고 산 자에게 혹독한 우리 나라의 사회적 환경에 따라 韓 사장은 정말 나쁜 사람으로 비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당시 국세청 조사관계자들의 회고다. 특히 “인간이 되시오”라는 朴 회장의 유서는 이러한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로 작용하기도 했다.

당시 국내언론들은 韓 사장을 비유해 내연의 처가 있고, 또 이 처가 호화생활을 하고 있어 집에는 이태리제 가구, 스포츠카, 골프채 등이 있다는 등 여과없는 표현들을 쏟아내곤 했다. 심지어는 이혼후 재혼한 부인을 내연의 처로 표현하며 `강남의 이멜다'라는 웃지 못할 표현까지 등장하곤 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당시 16일경 국세청이 韓 사장의 가택을 수색한 결과 전혀 사실무근으로 드러났으며, 내연의 처도 아닌 이혼후 재혼한 부인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서주영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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