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양상선 세무조사 〈9〉-⑥

2000.05.15 00:00:00

석유수송업 손대면서 해운재벌로 급성장



사훈을 `인화 성실 창의'로 내세운 朴健碩 회장은 부하직원들에게는 자상하면서도 스스로에게는 완벽주의를 지향했으며, 서구적·과학적·논리적인 경영스타일 등으로 재계에서도 독특한 인물로 알려졌다. 경제인들의 모임에도 잘 나타나지 않고 조용한 가운데 사업을 추진, 경제계에서는 `신비의 인물'로까지 입에 오르내렸을 정도로 소문이 나 있었다.

서울大 상대를 거쳐 미국 시라큐스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귀국, 범양상선그룹을 창업했으며 불과 수년만에 50대 재벌에 끼는 대회사로 키웠다.

재미실업인 박동선씨의 친형인 朴회장의 재벌로의 입신은 지난 '58년 작고한 부친 박미수씨로부터 석유판매대리점인 미륭상사를 물려받으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미륭을 인수받고 '66년 범양전용선(범양상선의 전신)을 설립하기까지는 별다른 업적이 없었다.

朴 회장의 입신은 석유수송에 손대면서부터다. 50년대 말 당시 대한석유공사에 합작파트너로 참여, 한국의 석유공급권을 독점하고 있던 美 걸프사가 석유수송을 맡아 줄 믿을 만한 국내 인물을 찾다가 朴 회장을 적임자로 발탁했던 것이다. 이때 朴 회장의 뛰어난 영어실력과 능란한 사교솜씨가 크게 한몫을 했다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 관측이었다.

걸프는 朴 회장에게 석유수송을 맡긴 뒤 석유를 실어 나를 유조선의 구입자금과 운영비까지 대 주었고 차관까지도 알선, 사업은 순풍에 돛단 듯 번창했다. 이 때문에 범양전용선은 창업한 지 불과 10년만에 국내 굴지의 해운재벌로 성장했고, 마침 70년대 중반의 세계적인 해운호황까지 겹쳐 순식간에 국내 50대 재벌로 부상했다.

그러나 朴 회장은 '84.5월 정부의 해운합리화 조치로 급격한 쇠퇴기로 접어들었다. 80년대 들어 기울기 시작한 해운경기로 엄청난 빚더미에 시달려야 했고 결국 해운합리화 조치로 회사가 큰 변화를 겪어야 했다.

`합리화'란 이름의 정부해운산업 시책에 따라 빚더미에 앉았던 세방해운 삼익상선 보운 등 3개사를 흡수·통합하고 삼미해운 영진해운 대양선박(주) 삼미 등 4개사의 선박 모두를 떠맡았다. 따라서 선박수는 84척에 선복량은 1백98만t으로 2배이상 불어났다.

유조선 광탄선 원목선 LPG수송컨테이너 등으로 영업분야는 넓어졌지만 수지는 악화되기만 했다. 통합이후 상호를 범양상선으로 바꾸었으나 불어난 선복량만큼 빚은 커졌다. 자본금이 3백83억원인 범양의 통합전 은행 빚이 3천2백21억원이던 것이 통합하면서 5천1백88억원을 끌어안아 '87년 당시 총부채는 1조2백50억원으로 26배나 불어났다.

이 과정에서 韓相淵 사장은 '89년정도가 되면 해운업계가 살아날 수 있기 때문에 朴 회장이 사재를 털어 회사의 빚을 갚는 등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朴 회장이 이를 거절,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와 달리 해운업계 전체적인 부분에서의 당시 해운불황은 세계적인 추세였지만 해운합리화가 `해운부실'을 부채질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여기에서 당시 언론들은 朴 회장은 회사 빚을 줄이기 위해 지난 '84년이후 주택도 은행에 담보로 잡혀 15억원을 내 썼으며, 그가 아끼던 외제 승용차도 처분했고 부동산과 유가증권을 처분해 6백31억원을 갚았으나 그래도 빚은 줄지 않았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국세청 조사결과를 통해 이 부분의 정확한 진상을 보면 이러한 자구노력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일부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朴 회장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는 대단한 의욕을 보인 사업가로 평가됐다.
해운회사 규모가 배의 척수보다 배의 크기에 따른 선복량으로 구분됐던 '87.3월 말 현재 朴 회장이 이끈 범양상선은 한국최대의 해운회사였다.

당시 우리 나라 34개 원양선사 중 선복량으로는 범양이 1백98만t으로 으뜸이고 그 다음이 현대상선 1백91만t, 세번째가 대한선주를 인수한 한진해운 76만2천t이었다. 범양의 1백98만t은 우리 나라 외항선종 선복량 7백30만t의 4분의 1을 넘는 비중이었다.

朴 회장은 과거 범양 전용선의 창업과 성장기의 영광을 되새기면서 최근에 해운업계가 당하는 사회적인 지탄에 몹시 번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주영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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