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비화 범양상선세무조사 〈9〉-⑦

2000.05.22 00:00:00

韓사장 뛰어난 두뇌, 사업운 급상승선 타



朴健碩 회장과 불편한 관계로 알려진 韓相淵 사장이 처음 朴 회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66년 범양상선의 전신인 범양전용선의 창립 멤버로 참여하면서부터다. 경기고와 서울상대를 나와 당시 대한해운공사 관리계장으로 있던 韓 사장은 대학 6년 선배인 朴 회장에게 스카우트돼 범양전용선의 기획실장으로 발탁됐다.

韓 사장은 해운업이 한창 호황을 누리던 7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탁월한 경영 수완을 발휘, 회사를 굴지의 대기업으로 발전시키면서 능력을 인정받아 70년대에는 기획관리담당 상무로 승진됐고, '78년에는 범양전용선의 공동대표로까지 올라섰다.

韓 사장이 이처럼 빠르게 정상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그에게 붙여진 `숫자의 귀신' `컴퓨터'같은 별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컴퓨터를 능가하는 빠른 두뇌회전과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숫자감각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당시 韓 사장의 조사를 맡았던 국세청 조사팀의 한 관계자도 “진술을 하면서 밝히는 숫자내용 등이 아주 정확했으며, 매일매일의 진술이 일치되는 것은 물론 제시하는 숫자 등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에서 숫자감각은 물론 상당한 두뇌의 소유자라는 것을 감지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조사를 맡았던 조사요원들은 韓 사장과 김영선 전무를 함께 불러 조사할 때 각방에 분리시켜 놓고 한쪽에서 들은 얘기를 다른 쪽에서 확인하는 방법을 썼는데 金 전무는 오랜 미국생활 탓인지 사고방식이 합리적이어서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은 순순히 털어놨으며, 韓 사장은 워낙 치밀해서 숫자 등을 잘 기억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밤새 되풀이해 물어도 숫자에 틀림이 없었고 아침에 조사요원들이 피로해 축 늘어졌어도 그는 끄떡없었다고 회고했다.

여의도에 있는 65평 아파트에 살면서도 고교생인 막내아들의 교육을 위해 VTR을 사 주지 않을 만큼 엄격한 성격을 지녔었고, 회사에서도 말단 직원에게는 비교적 관대하지만 임원급에게는 조그만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였다는 것이 韓 사장의 측근으로 있던 한 직원의 이야기다.

그러나 朴健碩 회장이 자살을 하자 우리 나라의 정서가 죽은 사람에게는 관대하다는 측면에서 당시 언론의 경우 朴 회장에게는 관대했고, 韓相淵 사장에게는 홀대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당시 세간에서는 “월급쟁이가 주인에게 이럴 수 있느냐”는 여론도 팽배했다.
국세청은 조사에서 23일경 韓 사장이 내놓은 비밀장부가 사건의 핵심인 것으로 단언하고 이 때부터 세무조사형식을 `세무사찰'로 전환했다.

이 장부에는 범양의 외화유출이 이루어진 지난 '79년부터 '85년까지 뉴욕지점장을 지낸 김영선 전무를 상대로 외화도피 과정을 집중 조사하는 한편 이 장부로 이같은 도피가 확인됨에 따라 수년간의 기밀비, 접대비 등 지출경비에 대한 정밀분석에 들어갔다. 조사는 각 세법과 조세범처벌법에 의한 세무조사로 국세청 이근영 조사국장을 책임자로 하는 정예조사요원 18명이 투입됐다.

조사대상은 朴 회장과 韓 사장 개인이 중심이 되었고 법인인 범양상선(주)에 대해서는 외화수입누락 기업자금의 변태지출에 관련되는 증빙 등의 확인대사를 병행했다.
조사방법은 그동안의 내사 결과 인지된 부정의 유형·수법·규모 등 거의 완벽에 가까운 내사 자료와 조사착수 당일 韓 사장으로부터 제출받은 해외유출외화의 수입지출을 기록한 뉴욕지사의 비밀보고서를 기초로 해 韓相淵과 그 관련 임직원 4명에 대한 질문조사, 회사에서 제출받은 증빙과의 대사, 대금결제에 대한 은행거래 추적조사, 주식부동산의 위장명의에 대한 실소유자 및 공부상의 등재명의자 대사 등 필요한 모든 조사절차를 예의 진행했다.

또 범양상선의 뉴욕지점이 보관중인 비밀장부를 현지 주재 세무관을 통해 긴급입수하는 작업에도 들어갔다. 이에 앞서 국세청은 21일 오후 韓 사장을 비롯한 임원 3명  외에 朴 회장의 사위 김철영씨 등 8명의 출국정지를 법무부에 요청했으며, 법무부는 이 날짜로 이들에 대해 출국정지조치를 내렸다.



서주영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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