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양상선 세무조사〈9〉-⑧

2000.05.29 00:00:00

국세청, 제보·내사 토대 범양 탈법비리 집중조사




범양상선 세무조사 이즈음 사회는 온통 범양사건으로 이목이 집중되면서 범양의 사주와 기업이 지닌 부도덕성으로 관심이 증폭되고 있었다.

범양상선 朴健碩 회장의 투신자살의 성격이 외화도피 사건으로 인한 국세청 조사에 쫓긴 나머지 이를 모면하기 위한 `도피성 자살'이 아닌가 하는 짙어지는 의문과 함께였다.

이와 함께 기업소유주와 고용사장간의 이전투구격 부조리 사례 등이 터져나오면서 회사내부의 복잡한 비리와 朴 회장과 韓相淵 사장 두 사람 관계 뿐 아니라 회사경영을 놓고 대립해 온 양파의 내분이 회사의 경영부실을 부채질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1조원이 넘는 빚을 진 회사의 최고 경영진들이 호화생활을 하면서 외화도피 탈세비리 등 사욕채우기에만 급급했음이 차차 드러나면서 이같은 탈법비리를 차제에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가고 있었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韓 사장과 뉴욕 지사장을 지낸 김영선 전무, 이문치 상무 등 임원 4명의 신병을 확보, 국세청에 들어온 비리관련제보와 그동안의 내사결과를 토대로 朴 회장과 韓 사장의 외화도피, 탈세, 기업자금의 변칙운용에 대해 집중조사를 벌였다.

특히 외화도피 및 탈세의 수법과 규모, 도피자금의 행방, 관련자들의 은닉재산, 회사자금의 유용여부를 집중적으로 캐기 시작했다.

이 조사에서 국세청은 이들이 선반운임 하역비 기름값 등을 조작하는 수법 외에 해외의 화물터미널 건설비용 조작 등의 수법으로 수백만달러의 외화를 빼돌렸으며 이 중 대부분은 미국으로 도피시킨 사실을 밝혀내게 된다.

국세청은 조사를 국세청 조사실에서 진행하기보다는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시내의 호텔을 이용해 조사를 실시했다.

21일에 韓 사장과 김영선 전무, 이문치 상무를 국세청 조사실로 불러 철야조사를 시작해 22일부터는 북악파트호텔, 23일 올림피아호텔, 24일 삼성동 뉴월드호텔 순으로 조사장소를 옮겨가며 외부노출을 차단하는 데 주력, 철야조사를 벌였다. 25일에는 시내 프라자호텔에서 마무리 작업을 벌였다.

특히 조사과정에서 국세청의 신병확보와 관련, 韓 사장은 숨어있을 경우 도피했다는 오해를 받을 것 같고 회사에 출근하기도 쑥스럽고 그렇다고 집에 있으면 보도진에 시달릴 것 같아 22일 국세청에 스스로 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조사과정에서 보도진들을 따돌리기 위해 호텔을 이용하면서도 적잖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해운업계가 어렵다는 것은 물론 범양이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만 알려져도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도 철저한 보완을 필요케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당시 安武赫 청장은 “부실기업주는 몰라도 기업은 살려야 한다”고 강조, 조사를 신속히 하고 개인에 국한해 외부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개했다.

조사가 호텔에서 진행되면서 국세청 조사팀과 보도진들과의 머리싸움은 치열했다. 23일 올림피아 호텔 5층에 투숙한 직후 이 사실을 눈치챈 보도진들이 호텔 로비에서 정부의 간부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투숙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을 목격한 국세청의 한 조사요원은 즉시 프론트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다시 5분여후에 6층으로 투숙을 옮기는 기민함으로 보도진들을 따돌리는 등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는 것이 당시 국세청 관계자의 회고다.

이후 보도진들의 집요한 추적이 이루어지자 국세청팀은 부랴부랴 삼성동 뉴월드호텔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25일 하오 11시경) 이곳 역시 보도진이 덮치는 바람에 25일경 국세청팀과 합류한 검찰은 밤 11시경 관계자들을 검찰청사 15층으로 데려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처럼 단기간에 韓 사장이 스스로 보호를 요청해 온 것과 함께 그의 자백에 따라 입수한 비밀장부 외에 '86.8월부터 '87.3.23까지의 뉴욕 현지법인의 비자금명세서를 조사결과 발표날인 27일 아침 6시에 긴급 입수하는 개가를 올린다.



서주영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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