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양상선 세무조사 〈9〉-⑨

2000.06.05 00:00:00

자금 A·B로 구분관리 사용내역 매월 본사결재




이 자료는 뉴욕에 있는 범양상선의 美현지법인인 패노벌크사가 매월 1회씩(그러나 당시에는 대부분 2개월에 한번씩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李瑾榮 국장의 기자회견에서도 매 2개월로 표현되고 있음) 비자금의 수입·지출내용을 본사에 보고, 朴健碩 회장과 韓相淵 사장의 결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비밀자료들은 의외로 손쉽게 입수됐다.
당시 뉴욕·워싱턴주재 세무공무원(강무웅·배명식 서기관)의 재치가 빛나는 대목이다. 뉴욕주재 국세청 직원들은 국세청의 지시에 따라 이 현지법인을 찾아가 “25일자로 범양의 관계 임직원들이 해임되었다”고 알려주자 이 회사의 이용성 지사장 등은 “우리가 왜 그만둬야 하느냐”고 하면서 누명을 쓰지 않기 위해 이내 모든 것을 체념한 듯 관계 비밀서류를 내놓았다고 밝혔다.

특히 이 자료는 특급소화물로 비행기편으로 국세청 조사팀에 긴급 전달됐다. 분석 결과 朴 회장에게 보낸 비자금이 많았고, 韓 사장 몫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국세청 관계자의 회고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세청 조사관계자는 왜 朴 회장의 것은 많고 韓 사장의 것은 적냐는 세간의 의문대로 “당신(韓 사장) 것은 적고 朴 회장 것만 많으냐”고 따졌으나 韓 사장은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차이를 그렇게 모르냐”며 황당한 표정만 지었을 뿐이라고 회고했다.

당시 韓 사장의 범양에 대한 지분은 2%였으며, “비자금 장부를 회장보다 사장에게 먼저 보여주는 조직이 있겠느냐”며 반문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자료에는 이 기간중에 71만4천20달러의 외화를 유출했으며, 그 중 51만3천8백달러를 본사로 보냈고, 朴 회장몫이 1만4천9백70달러29센트로 '86년말 하주선물로 2천8백달러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당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이 비자금 명세서에는 朴 회장의 딸에게 지급된 경비, 미국 거래회사에 제공한 리베이트, 朴 회장 개인은행구좌로 넣어진 비자금 규모, 현지에서 접대비로 사용한 경비내역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비자금'이란 용어. 당시 국세청 조사를 맡은 한 관계자는 이들이 뉴욕지점으로부터 매월 보고받은 비밀장부에는 말 그대로 A어카운트 자금과 B어카운트 자금으로 나누어져 관리되고 있었으며 A와 B 즉, 이중으로 장부를 작성해 자금을 관리해 왔다는 것.

이 과정에서 조사팀은 이 자금 중 A자금은 그대로 A자금, B자금은 말 그대로 비자금으로 분류하기 시작했고 공교롭게 B자금과 秘자금이 일치하게 됐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때부터 `秘자금'이란 용어가 일반화됐을 거라고 회고했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 정부도 22일 오전 김만제 부총리 주재로 정인용 재무부장관과 사공일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안무혁 국세청장, 정연세 해운항만청장, 이원조 은행감독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사건을 조기에 수습, 경영을 정상화시킨다는 방침을 세우고 세무조사를 빨리 매듭지으며, 필요할 경우 운전자금을 긴급 지원키로 한다.

또 검찰도 23일 범양상선 韓相淵  사장 등 회사간부들에 대한 국세청 조사가 끝나 고발돼 오는 대로 조사서류 및 신병을 넘겨받아 수사에 나설 방침을 세운다.
검찰은 국세청에서 수사권을 발동할 수 없는 외화도피 회사자금횡령 공무원뇌물공여 등에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을 세운다.

특히 검찰은 범양의 주거래은행인 서울신탁은행 임직원, 재무부공무원, 관급품수송 등과 관련된 조달청 공무원, 해운항만청 및 국세청 공무원 등도 수사대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의 조사가 검찰의 손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이에 앞서 국세청은 신병을 검찰에 넘기기에 앞서 지금까지의 조사에서 朴 회장의 혐의사실을 대부분 밝혀내고 韓 사장의 외화도피 탈세 재산은닉 등에 대한 1차 조사결과를 검찰에 넘겨주고 조사가 미진한 부분의 보완조사에 집중했다.



서주영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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