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세무조사 어떻게 보나 〈下〉

2000.06.12 00:00:00

선진화된 세정방향



국민의 정부 출범이후 국세청은 정도세정의 기치하에 그 어느 정권보다도 실질적인 국세행정개혁을 이끌어 냈다.
국세청의 조직을 개편하여 청 및 세무서를 과감하게 통·폐합하고, 납세비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지역담당제도를 기능별 조직으로 전환하였으며, 납세서비스를 제고하고자 납세자보호담당관제도와 납세서비스센터를 신설하는 등 여러 가지 그 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국세행정을 개선하였다.


김석중 전경련 상무 

그리고 그에 따른 성과도 이미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최근의 대그룹 세무조사 소식을 보고 보완해야 할 몇 가지 세무행정관련 문제점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지난 4월말 언론보도로 알려진 4대그룹의 주식이동관련 세무조사 소식은 그 시기나 조사의 초점으로 미루어 아직도 우리의 국세행정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단면을 보여 주었다. 정부는 이번 세무조사가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정기 세무조사로 특별히 체벌적인 조사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총선이후 재벌개혁 방향이 무엇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시기라는 점과 조사 초점이 과거의 주식이동에서 드러나는 탈법, 상속·증여관련이라는 점에서 여론은 총선후 2차 재벌개혁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에 위배된 탈세는 당연히 조사되고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법에 의해 처벌받아야 마땅하며 이러한 사실이 새롭거나 특이한 사건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그 책임이 언론이든 정부이든 간에 이러한 평범한 세무행정을 사건화하는 후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국세행정이 선진화된 국가에서는 정기적인 세무조사가 뉴스가 되지 않도록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며 실시하고 있다. 왜냐하면 세무조사를 받게 된 것 자체가 탈법행위를 한 것이 아니며 세무조사 결과 탈법행위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으나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알려질 경우 기업의 이미지 및 신인도에 미칠 악영향이 막대하고 이는 곧바로 기업경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는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전적 공표는 지양하고 사후적 결과만을 공표하는 것이다. 만약, 사전적 세무조사 공표로 인해 정직하고 투명한 기업이 억울하게 선의의 피해를 받았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며, 그 피해로 인해 기업이 치명적인 피해를 본 후엔 가해에 대한 보상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또한 선진화된 세무행정에서 정기적인 세무조사는 조사기관과 조사대상기관의 상호 편의를 위해서라도 사전에 조사대상 조사항목 조사기간 등에 대한 예고를 통해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시행하지 형사사건의 수사와 같이 갑자기 들이닥치는 식의 세무조사를 지양하고 있다.

이렇듯 세무행정은 조직과 시스템을 개선하는 하드웨어 개혁도 중요하지만 하드웨어를 실행하는 방식인 소프트웨어의 선진화도 하드웨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다.

끝으로 우리 국민의 납세에 관한 선입견의 후진성을 지적하고자 한다. 선진국에서는 탈세와 절세를 철저히 구분한다. 탈세는 비난받아도 절세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법과 제도를 위배한 탈세는 처벌받아 마땅한 악행이지만 현존하는 법과 제도하에서 절세를 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유능하게 평가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유능한 회계사 세무사 변호사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절세도 비난받는 풍토가 형성되어 있다. 현행 제도가 비도덕적인 절세를 가능케 하고 있다면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절세 자체가 나쁘다고 매도해서는 안된다. 자본주의와 도덕적 이상주의를 혼동해서는 안된다. 비도덕적인 절세가 가능한 제도가 있다면 앞서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며 세무행정은 현존하는 법제도하에서 평등하고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하며 세무와 무관한 목적을 갖고 세무행정이 집행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세무당국부터 이러한 개념상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집행해야 우리의 세무행정도 하루 빨리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것이다. PBEC사무총장인 Robert G. Lees의 “재벌을 체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업과 무관한 탈세조사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위험하다”는 말을 곰곰이 되새겨 보아야 한다.



서주영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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