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세정이 꽃핀 이야기<14>

2000.07.03 00:00:00

■ 누군가 당신 이름을 훔쳐 쓰고 있다 ■


전혀 사업자등록증을 낸 적이 없는데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주민세가 고지됐다. 세무서에 확인하니 민원인의 주민등록등본이 첨부된 사업자등록증에 따라 정당하게 부과된 세금이므로 사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고 했다. 어찌하면 되는가?

주방장으로 음식점을 전전하던 한○○씨에게 어느날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주민세 고지서가 날아왔다. 뜬금없이 목재류 도·소매업을 했다는 것이다. 실직하여 누나집에 더부살이하는 형편에 엉뚱한 세금을 낼 수는 없다며 납세자보호담당관을 찾아온 한씨.

우스운 것이 사업을 했다는 것은 증명하기가 쉬운데 사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증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씨가 사업을 했다는 근거는 세무서에 사업자등록 신청서라는 이름을 달고 떡하니 있는데 사업을 하지 않았다는 근거를 찾으려니 참 난감했다.

우선 민원인 명의로 '96.2월초에 제출된 사업자등록 신청서를 찾아보았다. 일단 필체가 다르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5개월만인 6월말에 폐업한 사실도 확인했다. 민원인에게 부과된 세금이 발생한 기간을 보니 불과 2개월 동안 단 2개 업체와 2억2천여만원어치를 거래했으며 그 두 업체도 세금을 전혀 내지 않고 폐업한 상태였다.

사업자등록 신청이나 부가가치세 신고 형태, 또는 단기간에 거액을 거래하고 폐업한 것으로 미루어 전형적인 위장가공 사업자의 거래임을 알 수 있었다.

민원인 명의 사업자등록증에 기재된 사업장인 은평구 불광동에 가보니 김○○라는 사람이 ○○목재라는 상호로 '88.11월부터 목재류 도·소매업을 하고 있었다. 그에게 같은 장소에 사업자등록이 된 사연을 물으니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잡아뗐다.

우리는 ○○목재와 민원인 명의 사업장의 거래내용을 분석해 매입처 중 파주시 광탄면 소재 성북상회가 일치한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파주로 가 성북상회 주인에게 출장목적을 설명하고 '87년부터 김씨와 거래를 계속해 왔는데 '96.1기 부가가치세 예정신고기간에 한씨 명의로 된 사업자등록증을 가져와 동업자라며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달라기에 그 이름으로 발급해 준 적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위장사업자는 김씨였던 것이다. 우리는 한씨에게 부과됐던 세금(부가가치세 1백10만원, 종합소득세 4백만원)을 취소하고 김씨에 대해서는 직권등록 처리와 정밀조사를 통보했다.

흡사 수사관처럼 이리 저리 뛰어다녔지만 돈없고 빽없다고 낙심해 있던 한씨가 기운차게 세무서를 나서는 모습을 본 것 또한 기쁨이었다.


서주영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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