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세정이 꽃핀 이야기<19>

2000.07.27 00:00:00

■ 우리가 묘지로 간 까닭은 ■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밭을 팔면서 8년자경농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공부에 부친의 사망일자가 잘못 기재돼 세금을 물게 됐다. 이의신청을 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게다가 밭을 농어촌 진흥공사에 팔았기 때문에 감면받을 수 있는 50%조차 제때 감면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민원인은 분을 삭이지 못하며 국세청은 물론 행정부가 하는 일을 전혀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도움을 받으려고 온 것이 아니라 그저 분풀이나 하려고 납세자보호담당관을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83.8.10에 돌아가신 부친이 엉뚱하게 9월30일에 돌아가셨다고 기록된 것이나 세법을 잘 몰라 감면신청 기일을 놓친 것 뿐인데 그걸 이유로 마땅히 감해주어야 할 세금을 감해주지 못하겠다는 세무서나 배○○씨에게는 그저 `이놈의 정부' 하나로 통하고 있었다.

뭐 그렇다고 분풀이만 위해서 왔겠는가. 담당관은 그렇게 생각하고 배씨의 말을 들어보았다. 무엇보다 아버지 제삿날까지 속일 사람은 없을 것 같아서였다. 우선 국세심판원 결정문을 검토했다.

국세심판원는 배○○씨가 '83.8.12 양도토지를 산 것으로 등기부에 나와 있고 제적등본에 부친이 그해 9월30일 사망했다고 되어 있어 생전에 증여받았다고 본 것이다. 또한 50%감면 혜택도 농어촌진흥공사에서 적법한 감면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문제해결 열쇠는 부친의 정확한 사망일자였다. 민원인 말대로 '83.8.10인지 호적대로 9월30일인지.

사실 확인을 위해서는 관련공부가 보관된 곳으로 가야 했다. 털털거리는 시골버스 안에서 담당관은 이왕 시작한 일이니 정확한 사망일자를 가리자고 결심했다.

부여군 장암면사무소에 도착해서 제적등본을 확인하니 당연히 사망신고일자가 10월30일(사망일 9월30일)로 기재돼 있었다. 그래도 확인은 해야 했기에 묘지까지 갔다. 비석이 있을 테니 말이다. 묘비로 가서 비석을 보니 뚜렷하게 보였다. 돌아가신 날이 8월10일이라는 것이 아마 돌을 파고 고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쟁점토지는 상속된 것이 분명하고 8년자경농지로 세금은 면제되는 것이다. 다음 일은 잘못 받은 세금을 돌려주는 일이었다. 1천2백32만7천원.

분통이나 터트리려고 찾아왔다가 1천만원이 넘는 세금을 돌려받은 배씨의 심정, 말해 무엇하겠는가.


허광복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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