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일 前 국세청장(3대·전 건설부 장관)-①

2005.05.26 00:00:00

어려울 때마다 국세청은 국가기둥역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울 때면 언제나 세무공무원이 중심에서 기둥역할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역할은 변치 않을 것으로 봅니다."

우리나라 세정발전에 선구자적 역할을 한 것으로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고재일(高在一) 전 국세청장(3대)은 "국세청은 그동안 국가사회 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 막중한 역할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高在一 전 국세청장이 '국가가 어려울 때면 국세청이 항상 중심기둥 역할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본사 회의실에서 가진 한국세정신문 창간 40주년 기념 특별대담에서 고재일 전 국세청장(전 건설부 장관)은 '어느 조직이건 조직의 힘과 능력은 구성원들의 자질이 좌우한다'면서 '어려웠던 시절 국세청이 국가발전을 위해 소임을 다 할 수 있었던 것은 국세청에 소명의식이 투철한 엘리트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고 전 청장은 청장재임때 역점을 뒀던 분야는 ▶공평인사(人事) ▶행정의 능률화 ▶납세도의 함양 ▶세정 과학화 등이었다고 술회했다. 그 중에서도 인사쇄신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고 했다.

"인사가 공평하지 않으면 조직을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가 없을 뿐더러 내실있는 업무집행이 안됩니다. 그래서 부임하자마자 인사쇄신 차원에서 사무관이상 인사는 직접 내가 챙겼지요. 그리고 인사고과는 시험성적 등 객관적인 자료만을 근거로 했습니다."

시험성적을 인사기준으로 삼았던 것은 직원자질 향상과 인사에 대한 외부청탁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었다고 말했다.

고 전 국세청장은 재임 당시 일선 순시 중 브리핑을 잘못한다고 현지에서 벽지로 발령을 낼 정도로 인사에 관한한 가혹하다 할 정도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 숱한 화제를 남겼다. '브리핑 성적'을 인사고과에 반드시 포함시켰는데, 그것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공부를 하게 하는 등의 파급효과를 얻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세무서장 등 서기관급 115명을 한꺼번에 퇴직시킨 일도 있다. 이 사건은 세무서장쯤 되면 최소 국회의원 한두명은 뒤에서 봐주고 있다던 당시 상황으로선 도저히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해냈고, 그것이 계기가 돼 국세청 기강은 타 부처에서도 부러워하는 '정예조직'으로 재탄생했다는 것이 공론이다.

그는 당시 인사문제로 본의아니게 '원망'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보면 너무 가슴 아프고 미안한 일이지만 전체 조직을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고, 강제로 국세청을 떠났던 분들이 훗날 자신을 이해한다면서 다가왔을 때는 지금도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술회했다.

고 전 청장은 또 "조상징수가 정리됐다고 보고하자 박 대통령은 사실 말은 안했지만 내가 빚지고 있는 것 같았는데 속이 후련하다"면서 무척 기뻐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72년 내국세수가 3천143억원이었는데 조상징수한 세금이 전체 세수의 20%에 육박하는 600억원에 달했다. 그래서 정부는 미리 당겨 쓴 이 돈을 3년에 나눠서 예산에 반영하는 방안을 모색할 정도로 국가적인 큰 과제였다. 그런데 국세청장에 부임한지 4개월만에 그것을 해결했으니 대통령의 신임은 물론 정부내 그의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지 설명 안해도 짐작된다.

그는 또 "무풍지대나 다름없던 주류업계의 질서를 바로잡은 일, 내무부 소관인 부동산 재산세를 국세 측면에서 정상화한 일, 정부기관 최초 최대형 컴퓨터 도입을 통한 과학세정 지향, 세수 조(兆)단위 시대 조기 달성 등은 지금 생각해도 보람있었던 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많은 세정인들은 우리나라 세정사(稅政史)에서 고재일 전 국세청장이 남긴 족적은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거대한 산맥이나 같은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나는 영원한 세정맨이며, 후배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에서 지금도 남다른 자부심과 보람을 느낍니다."

고재일 전 국세청장은 '세무공무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뛰어난 자질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라면서 '세무공무원들은 프라이드와 높은 자긍심을 가지라'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서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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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삼식 기자 echoi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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