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우스개 말이 있다.
한 부락에서 가장 높은 추장 보다 더 높은 것은 고추장이란다. 그런데 이런 고추장 위에 또 높은 것이 있는데 바로 초고추장이다. 이 초고추장 위에 또 높은 것이 있으니 바로 태양초고추장이다.
일종의 말장난인 셈인데, 요즘 국가행정에도 좀더 눈에 띄게 하기 위해 이처럼 단어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이 눈에 들어온다. '최고, 최신, 최대, 가장, 초' 등의 표현이 그러하다. 이러한 표현은 정책을 강조하려는 의미가 많이 담겨 있지만, 그러한 용어를 남발하는듯해 자칫 본래의 취지와 약효를 손상시키고, 한편으로는 전시성 행정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낳게 한다.
국가행정 조직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따르는 것은 조직구성원으로서는 당연하며, 국가공무원으로 국정시책 방향에 따라 이행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공무원이 국정 최고 책임자의 방향에 맞춰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공무원의 자세일 수가 없다.
그런데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지나치면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분명 각 부처 각 기관마다 목적이 있고 그 목적에 맞는 행동 지침이 있다. 조직은 일일히 명령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러한 지침을 숙지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적응해 움직이게 된다.
그런데 모든 기관장마다 최고 책임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만 추종하다 보면 피동적이고 비효율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런 윗선에서 내려오는 지시만 바라보는 태도는 조직원들을 힘들게 하고 결국 효율을 떨어뜨리게 된다. 조직원들은 위에서 나오는 명령만 기다리느라 현재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최근 벌이는 일부 정책에 대해 세정가 안팎에서 "다른 기관보다 오히려 너무 앞서가는 면도 있다"는 지적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세금을 징수하는 기관이라면 좀더 조용하고, 차분하게 집행할 필요가 있다"며 요란한 정책스타일은 국세행정집행에 대한 국민들의 일반적인 인식과도 상치된 면도 없지 않다고 한다.
소리나지 않게 거위의 깃털을 뽑는게 징세행정에서의 고전적 금언이다. 국세행정이 정부 거시정책과 조장정책에 지나치게 휩쓸리지 않고 소신과 원칙에 따라 의연하게 집행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