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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6. (화)

내국세

'충북혁신지서' 명칭이 낯설다…세정가 "지자체 갈등 조정 안하고 회피?"

신설 지서 명칭 둘러싼 음성·진천군 갈등에 기존 작명원칙 대신 파격명칭 입법예고
국세청, 관서 신설시 소재지 행정구역·세원관할지역 반영해 명칭 정한 게 관례

국세청이 이달 12일까지 3개 세무서·2개 지서 신설을 골자로 한 직제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충주세무서 산하에 두게 될 충북혁신지서의 명칭을 두고 일각에서는 지역을 유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달 28일 공고한 직제개정안에 따르면, 충주세무서 산하에 ‘충북혁신지서’를, 순천세무서 산하에 ‘광양지서’를 각각 신설한다. 

 

신설 예정인 충북혁신지서는 충청북도 음성군과 진천군을 세원관할지로 두며, 지서 소재지는 음성군이다.

 

중앙정부·지자체 등 공공기관의 경우 산하기관 설립때 해당 조직이 소재한 지역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그간의 관례로, 최근 들어 ‘완주소방서 혁신안전센터’, ‘전주완산경찰서 혁신파출소’ 등과 같은 이름이 등장하고 있으나 범용적이지는 않다.

 

국세청 또한 지방청과 세무서는 물론, 지서 신설때 해당 기관의 세원 관할을 지역납세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관서가 소재한 지역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 산하에는 총 17개의 지서가 있으며, 이들 지서의 명칭 모두 기관이 소재한 행정구역상의 지역명을 사용하고 있다.

 

충북혁신지서라는 명칭이 낯설 수밖에 없는 대목으로, 그간의 관례대로라면 충북혁신지서는 ‘음성지서’라는 명칭이 합당해 보인다.


■국세청 지서의 명칭·위치 및 관할구역(제19조제4항관련)

그럼에도 국세청은 이제껏 관서 작명에서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비행정구역 지명을 차용한 지서 명칭을 입법예고해 그 배경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충북혁신도시가 갖고 있는 지리적인 특별함도 이번 작명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혁신도시는 음성군과 진천군 등 두 기초자치단체의 행정구역에 걸쳐 있으며, 현재 혁신도시가 소재한 곳 가운데 두 개 지자체에 걸쳐 있는 경우는 한 곳 밖에 없다.

 

이번에 신설되는 충북혁신지서의 행정구역은 정확히는 음성군에 속해 있으나 혁신도시가 음성군과 진천군을 아우르고 있으며, 관할구역 또한 두 지자체를 두고 있는 탓에 양 지역민의 정서를 고려해 제3의 작명에 나선 것으로도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 충북혁신지서 신설 과정에서 지서 소재지를 두고 음성군과 진천군이 경쟁적으로 임차청사 제공 의사를 밝히는 등 유치 경쟁에 나섰으며, 지서 소재지가 확정된 이후에는 명칭을 두고 각 지역의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는 여론전을 벌어졌다.

 

두 지자체간의 갈등이 깊어지자 화해의 측면에서 나온 명칭 가운데 하나가 ‘음성진천지서’였으나, 그간의 관서 명칭상 행정구역 두 곳을 혼용한 전례가 없기에 수용되지 못했다.

 

이외에도 음성군과 진천군 소재지가 구도심에 속하는 반면, 지금의 충북혁신도시가 신도시로서 양 지역민들에게 익숙한 지명으로 사용되고 있는 점이 반영돼, 결국 양 지자체간의 갈등을 피하기 위한 고민 끝에 충북혁신지서라는 명칭이 탄생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전국 광역자치단체별로 속속 도입하는 혁신도시는 행정구역상의 정식 명칭도 아닐 뿐더러, 국가기관에서 이를 기관 명칭으로 사용한 사례도 극소수다.

 

특히 국세청 17개 지서 가운데 두 곳 이상의 군(郡) 단위를 세원 관할지역으로 두고 있는 지서는 6곳에 달하나, 이들 모두 지서가 소재한 행정구역명을 지서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동두천지서는 동두천시와 연천군을, 진안지서는 진안·무주·장수군을, 강진지서는 강진·장흥군을, 벌교지서는 보성·고흥군을, 의성지서는 의성·군위군을, 하동지서는 하동·남해군을 각각 세원 관할로 두고 있으나, 해당 지서의 소재지가 속한 행정구역명을 지서 이름으로 사용 중이다.

 

국세청 개청 이래 행정구역명을 사용하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이번 충북혁신지서라는 명칭이 극히 이질적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세정가에서는 이번 충북혁신지서 명칭에 대해 “지자체 간의 갈등을 피하기 위한 고민 끝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갈등 조정 없이 그간의 작명 관례를 벗어났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세정가 한 관계자는 “납세서비스 개선을 위해 각급 관서 신설을 추진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며 “지금처럼 복수의 군 단위 세원관리지역을 두는 관서 신설때 갈등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그동안의 관례에서 벗어난 명칭을 사용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인사는 “사공이 많으면 결국 배가 산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국세청이 보다 중심을 잡고 행정구역과 세원관리지역, 그리고 신설관서의 소재지를 기준으로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한편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양 지역에서 충북혁신지서라는 명칭을 사용해 줄 것을 충주세무서와 대전지방청 등에 건의했다”면서도 “지서 작명 당시 해당 지자체의 여론도 듣기는 하나, 최종적인 판단은 국세청이 한다”고 모호하게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이미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거쳐 지서명칭을 입안예고했다”며 오는 12일까지 직제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나 명칭 변경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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