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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8. (목)

내국세

국세청 질문조사권 행사, 세무조사 범위에서 제외해야

이중교 교수, 외국의 경우 중복세무조사 완화된 기준 적용

우리나라 엄격한 중복조사 금지로 납세자 권익 향상 불구, 공평세부담 원칙 희생

재조사 예외적 허용사유 완화로 세탈루 방지…부분조사 사유 확대시 납세자 부담 경감

 

중복조사를 엄격히 금지하는 국세기본법과 이를 충실히 반영한 판례에 따라 납세자 권익이 크게 증대된데 비해, 담세력에 따른 공평한 세부담 원칙과 국세행정의 효율적 운용이라는 가치가 희생되는 등 부정적인 효과가 파생됐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또한 이같은 부정적인 면을 해소하기 위해 납세자의 사생활 보호나 영업의 자유에 중대한 영향이 없는 질문조사권 행사는 세무조사 범위에서 제외하는 한편, 재조사 허용 사유를 지금보다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개선방안이 지목됐다.

 

이중교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6일 국세행정개혁위원회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공동 주최하고, 국세청이 후원한 2020년 국세행정포럼(온라인 포럼)에서 ‘주요국 사례를 통한 중복 세무조사 개선방안 연구’ 기조발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1996년 국세기본법에 납세자의 권리(제7장의 2)가 도입된 이래 ‘세무조사의 정의’, ‘중복조사 금지’ 규정들을 명문화했다.

 

국세기본법 제 81조의4 제2항에서는 같은 세목 및 같은 과세기간에 대한 중복조사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조세탈루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에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법원은 판례를 통해 납세자 권익보호를 강조하는 입장에서 세무조사 범위를 넓게 해석하면서, 중복 세무조사 허용 사유를 법령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하는 방향으로 법리를 형성해 왔다.

 

일례로, 현장확인도 납세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형태로 질문조사권을 행사한다면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에 해당한다<대법원 2014두8360>, 재조사 허용은 조세탈루 사실에 대한 개연성이 객관성과 합리성이 있는 자료에 의하여 상당한 정도로 인정되는 경우로 한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두6083> 등의 판례가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엄격한 적법절차의 준수를 통한 납세자의 권익보호 측면이 지나치게 강조돼 이와 동일한 헌법상의 가치라 할 수 있는 담세력에 따른 공평한 세부담의 원칙과 국세행정의 효율적 운용이라는 가치가 희생되는 부정적 효과가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른나라와 비교할 때 세무조사에 관한 우리나라의 법령은 세무조사의 긍정적 기능이 잘 발휘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측면보다 부정적 기능을 억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제시했다.

 

반면 외국의 입법례 및 판례에 따르면, 외국은 세무조사 방식에 대해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고 있으며, 중복 세무조사 허용과 관련해 상당히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경우 크게 소환조사(Office examination)와 현장조사(Field examination)로 구분되며 광범위한 행정재량이 인정되고 있다. 또한 중복조사는 불필요한 조사가 아닌 경우 허용되며 대법원은 신고서 사기 여부 판단을 위해 납세자 장부정보가 필요했던 경우 해당 조사는 불필요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일본은 지난 2011년 세무조사 절차에 대한 규정을 국세통칙법에 마련했으나 세무조사에 대한 정의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또한 최초 조사 이후 해당 조사관이 새로 얻은 정보에 비추어 비위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재차 질문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은 사업장에서 진행되는 외부세무조사의 범위가 넓고 강도가 세며, 사실관계 확인 중심의 신고검증과 구분된다. 중복세무조사를 금지하는 규정을 명시적으로 두고 있지 않지만 새로운 사실 또는 증거가 발견되는 경우 조세통칙법 규정을 준용해 중복조사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영국에서 세무조사는 조세회피나 탈세 여부를 조사하는 행위로 정의되며, 장부상 오류나 세액계산상 잘못 등을 서류에 의해 검토하는 기술적 검토와 구분하고 있다. 또한 1차 조사 종료 당시 세무공무원이 소득누락 등의 사실을 알 수 없었던 경우가 아니라면 중복세무조사가 허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행정조사의 경우 동일 대상자·사안에 대해 재조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위법행위가 의심되는 새로운 증거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공정거래조사의 경우 조사권에 대한 남용금지 규정은 존재하나 별도의 재조사 금지 규정은 없다.

 

이 교수는 이같은 외국사례를 바탕으로, 규범통제의 대상인 세무조사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재설정할 필요가 있으며, 단순한 사실 확인행위에 해당하는 현장확인 등과 같이 납세자의 사생활 보호 및 영업의 자유에 중대한 영향이 없는 세무공무원의 질문조사권 행사는 세무조사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등 세무조사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법령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재조사 허용사유 또한 완화해, 가장 대표적이며 포괄적인 재조사의 예외적 허용사유인 조세탈루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의 ‘명백한’을 ‘새로운’ 정도로 요건을 완화하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이 교수는 ‘명백한’과 같은 지나치게 엄격한 요건으로 말미암아 적법절차의 준수와 납세자 권익보호의 수준은 제고할 수 있으나, 이로 인해 공평과세의 원칙이 훼손되고 행정자원의 효율적인 분배를 저해하는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특유의 통합세무조사의 문제로 인해 조사운영의 효율성이 저해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세무조사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면서 납세자의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현행 부분조사 사유를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부분조사만으로 충분히 세무조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통합조사를 강제해 납세자의 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뒤 “납세자의 사업규모와 유형, 납세성실도, 탈루혐의, 가용할 수 있는 조사인력의 정도 등을 종합해 과세관청이 신축적으로 통합조사, 세목별조사, 부분조사 등을 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행법령과 같이 통합조사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면, 부분조사 사유를 합리적인 범위로 재설정하고, 신고내용 확인의 경과 세무조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세무조사 가운데 특정항목에 대한 다른 과세기간의 조사범위 확대가 필요한 경우 등의 사유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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