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3.29. (금)

관세

삼수에도 조세소위 넘지 못한 '수정수입세금계산서'

기재부·관세청·무역업계·관세사회 등 민·관 의견 일치

소소위서 여·야 간사 조건부합의 했으나 결국 조세소위서 좌절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미발행시 대기업·외국계기업 조세소송으로 해소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행 조건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관세포탈죄 등으로 고발 또는 통고처분 등을 받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미발급토록 하는 부가세법(제35조) 개정안이 국회 조세소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보류됐다.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미발급제도가 도입된 2013년 7월 이후 올해까지 총 3차례 걸친 개정 시도가 있었으나, 지난 2017년 미발급 예외사유를 ‘단순착오’에서 ‘착오·경과실’ 등으로 일부 확대한 것 말고는 여전히 가로막혀 있는 상태다.

 

 

수정수입세금계산서 제도의 연혁을 살펴보면, 2016년 6월 이전에는 수입업체가 부가세를 과·오납한 경우 제한없이 수정수입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았으며, 심지어 관세조사로 탈루사실이 밝혀지더라도 세관장에게서 발급받은 수정수입세금계산서에 따라 추징한 수입부가세를 모두 매입세액공제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탈루 여부에 관계없이 수정수입세금계산서를 발급했으나, 2017년 7월 납세자의 성실신고를 유도한다는 취지 하에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미발급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미발급으로 인해 매입세액 불공제 등 실질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함께 무역업계의 거센 항의가 잇따르자, ‘벌칙’,  ‘고의·중과실’ 외에는 수정수입세금계산서를 모두 발급토록 하는 정부입법안이 2017년에 추진됐으나, 국회 논의과정에서 ‘착오·경과실’만 발급토록 하는 등 발급범위를 일부 확대하는데 그쳤다.

 

3년 뒤인 2020년 수정수입세금계산서를 원칙적으로 발급하는 정부안이 상정됐으나, 소위 논의과정에서 관세청 내부의 반발과 함께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결국 상정이 불발됐다.

 

1년 뒤인 올해 기재부는 관세청과의 내부조율을 통해 수정수입세금계산서를 원칙적으로 발급하되, ‘관세포탈죄 등으로 고발 또는 통고처분을 받은 경우’,  ‘부당한 방법(중가산세 적용 사유)으로 과세표준·세액을 과소신고한 경우’,  ‘수입하는 자가 이미 통지받은 바 있는 오류를 반복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대한 잘못이 있는 경우’에만 미발급토록 하는 부가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재상정했다.

 

종전의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제도가 ‘원칙적 미발급, 예외적 발급’ 구조였으나, ‘원칙적 발급, 예외적 미발급’ 구조로 변경하는 것이 주된 골자다.

 

특히 지난해 조세소위에서 수정수입세금계산서를 확대 발급할 경우 대기업·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시도 등 불성실신고 우려가 높다는 지적에 대응해, 명백한 고의가 없더라도 고의에 준하는 중대한 잘못에 대해서도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을 제한해 성실신고 담보를 효과적으로 제고했다.

 

이와 함께 관세법 개정안에서 특수관계거래 자료 미제출시 과태료를 종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하는 등 고의적인 과소신고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 개정도 함께 추진했다.

 

기재부와 관세청 등 주무부처와 함께 무역업계와 한국관세사회 등 민간부문에서도 모처럼 합을 맞춰 추진했던 올해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 확대 시도는 그러나 조세소위 논의과정에서 여·야 간사의 의견일치에도 불구하고 결국 상정이 불발됐다.

 

정부 부처 및 무역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26일 열렸던 조세소위에서 소수의 소위 참석 의원이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 확대를 반대하자, 28일 열렸던 소소위에선 여·야 간사의 별도의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일 소소위에선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 확대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해당 의원의 이의가 없으면 조세소위에서 통과시킨다는 조건부 합의가 이뤄졌으며, 정부 측은 28일 조세소위 개최에 앞서 해당 의원을 찾아 법안처리를 위한 물밑작업에 나섰으나, 반대의견을 꺾지 못함에 따라 결국 조세소위에서 통과되지 않아 기재위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확대를 위해 총 3차례에 걸친 정부입법안이 좌절된 점도 이채롭지만, 민·관의 일치된 의견은 물론 국회 기재위 여·야 간사의 조건부 합의에도 불구하고 조세소위의 전원합의체에 밀려 결국 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무역업계에서는 수정수입세금계산서 완화 개정안이 이번 조세소위 문턱을 넘지 못한데 대해 법안 내용 보다는 또 다른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국회 기재위 전문위원실에서 발표한 법안검토보고서에서는 수정수입세금계산서 확대가 납세자 권익보호를 강화하고, 실질과세원칙에 보다 부합하다고 봤다.

 

또한 예외적 발급사유인 ‘착오’, ‘경미한 과실’, ‘귀책사유 없음’과 같은 불명확한 개념에 대한 납세자의 입증책임을 면하게 함으로써, 법률의 명확성을 제고하고 과세관청의 권한남용 가능성을 축소할 수 있으며,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미발급시 매입세액을 공제받지 못하는 등 중복제재의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수정수입세금계산서를 원칙적으로 허용할 경우 납세자의 성실신고를 담보하는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명백한 법령위반은 물론 동일한 신고오류를 반복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미발급토록 하고 있어 여전히 성실신고를 담보하는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았다.

 

지난해 조세소위에서 ‘성실신고 기능 담보’ 유무가 상정 불발된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 만큼, 올해 정부안에서는 이를 보완하는데 중점을 뒀고 실제로 전문위원실에서도 높게 평가한 셈이다.

 

그러나 앞서처럼 조세소위 논의 단계에서 소수 의원의 반대로 인해 상정이 불발되자,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미발급 이후 불복 과정을 둘러싸고 전문자격사간의 업역 다툼이 아니냐는 의구심 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부가가치세 수입분은 36조3천억원으로 전체 부가가치세액 중 55.9%를 점유하고 있으며, 같은 기간 동안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미발급 세액은 612억원, 불복건수는 11건이다.

 

또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미발급세액 1천723억원 가운데 다국적기업이 1천219억원, 대기업은 286억원 등 미발급액 대부분이 대기업·다국적기업(87.3%)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들이 제기한 조세불복의 경우 행정심 단계에선 기각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조세소송에선 상반된 결과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관세사업계에서는 이번 조세소위에서 다수의 의원들이 찬성하는 것은 물론, 전문위원실에서도 긍정적인 입법보고서를 펴낸 상황임에도 조세소위 문턱을 넘지 못한데는 전문자격사 단체간의 업역다툼이 빚어낸 결과로 관측하고 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