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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4. (수)

내국세

"상속·증여세 공제금액 상향 필요"…과세방식 전환엔 '신중론'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상속·증여세제 개편방안' 공청회

권성오 부연구위원 "20년 넘게 세율체계·공제제도 큰 변화 없어…세부담 증가"

"증여세, 연간 기초 공제제도 도입·통합 공제제도 설계 검토 필요"

 

물가 상승률, 자산분포 변화를 고려해 상속·증여세 공제금액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년 넘게 상속·증여세의 세율 체계와 공제 제도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는데, 과세대상은 증가하고 자산 가격은 상승해 세 부담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속·증여세의 국세 대비 비중은 2010년 1.7%에서 2020년 3.7%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권성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상속증여세제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상속·증여세 공제금액 상향조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권 부연구위원은 “상속세 과세대상을 고자산가로 잡는다면 공제금액을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세대상 범위 조정 여부는 물가상승률과 자산분포 변화 등을 고려해 결정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증여세 공제금액 상향조정 필요성도 피력했다. 그는 “부의 이전을 원활히 하고 공제수준을 현실화한다는 측면에서 공제금액을 상향조정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미국과 일본처럼 연간 기초 공제제도를 도입하거나 통합 공제제도를 설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속세와 증여세의 과세방식 일원화 논의와 관련, 유산세 방식과 유산취득세 방식의 장단점도 짚었다.

 

유산세는 피상속인이 남긴 총자산 규모에 따라 세액을 결정하고 부과하는 방식이다. 반면 유산취득세 상속인 개개인이 이전받은 금액에 따라 세액을 결정하고 부과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상속자산에 대해서는 유산세 , 증여자산에 대해서는 유산취득세 형태로 과세하고 있다.

 

유산세 방식으로의 통합은 세무행정 및 세수 확보 용이 등의 장점이 있으나, 피상속인의 관점에서는 이중과세 논란, 상속인 관점에서는 과세형평성 문제가 있다.

 

유산취득세 방식 통합은 과세형평성 문제와 이중과세 논란은 완화될 수 있으나 모든 상속인・수증인이 이전받은 재산을 추적하는 데 따르는 과세행정 부담과 위장분할 등 조세회피, 현행 세율체계와 공제제도 유지시 부의 재분배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그는 상속·증여세의 과세방식 전환은 공제 제도·세율 등 과세체계를 전반적으로 개편해야 하는 작업으로 면밀한 사전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가업승계 지원제도 합리화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면서 상속세 납부를 가업상속재산 양도시점 등으로 연기해 기업의 계속 경영을 유도하고 상속세가 투자, 고용 등 기업 활동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일본식 납부유예 제도를 참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완일 세무사 "과세인프라 충분히 구축유산취득세 방식 전환 바람직"

최승문 교수 "가업상속공제 확대, 상속세 회피수단 악용 소지"

윤지현 교수 "상속·증여세 부담 완화는 ‘잘못된 신호’ 보내는 것"

 

이어진 토론에서는 상속·증여세 공제금액 상향,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의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다.

 

김완일 서울지방세무사회장(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은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현행 유산세 과세유형은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하기 때문에 적은 재산을 받은 상속인도 더 많은 재산을 상속받은 상속인과 같은 세율이 적용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대납부의무에 따른 상속인 사이에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 외국에서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도입하는 추세이고, 우리나라 역시 유산취득세 방식의 도입에 필요한 과세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됐다고 밝혔다.

 

그는 유산취득세 방식의 도입에 따른 업무량 일시 증가, 세수 감소는 현재의 상속세 및 증여세 과세방식을 정부부과과세제도에서 신고납세제도로 전환하고, 세수 감소에 대비해 각종 상속공제와 세율의 조정 등을 통해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과도기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가업상속공제와 영농상속공제 통합, 상속세 및 증여세 납세의무자가 납세의무를 이행할 때 세법에서 정하는 대로 신고하면 신고내용에 오류 또는 착오가 없는 한 그대로 확정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최승문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그는 “상속세가 무상으로 이전된 자산에 대한 과세라는 점에서 무상으로 소득이 발생한 상속인에게 과세하는 방식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다”고 밝혔다.

 

또한 상속인(자녀) 기준 과세로 전환될 경우 이중과세 논란도 완화될 수 있으며, 누진적 유산취득세는 부의 분산을 유도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가업상속공제 확대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가업상속공제대상의 확대가 경영권 상속때 상속세 회피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자녀가 기업을 승계하지 못하고 매각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객관적 통계와 증거가 부족하고, 기업의 경영권이 무조건적으로 자녀에게 상속되는 것보다 가장 잘 경영할 수 있는 사람 또는 조직에게 매각되는 것이 오히려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속세 부담 완화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그는 “최고세율 적용대상은 극히 소수”라며 “이들 역시 대부분 실효 세율이 최고명목세율보다 크게 낮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2016~2020) 연도별 상속세 과세비율 및 실효세율을 살펴보면 전체 피상속인 중 과세대상은 2.9%에 불과하다는 것. 같은 기간 전체 상속자산 대비 상속세액은 8.6%다.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통합하는 것이 형평성 관점에서 타당하다“며 ”상속과 증여에 대한 세부담 격차가 완화되는 방향으로 상속증여세의 개편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세방식, 공제제도, 가업상속공제제도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편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세방식을 유산취득세로 통합할 경우 상속세의 일괄공제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며, 상속공제는 현행 수준보다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괄공제를 허용할 경우에는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상속재산을 일괄공제한 후 유산취득세 방식을 적용해야 하므로 상속공제 개편시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외에도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공제제도를 상향조정하거나 과세방식을 유산취득세로 통합하면서 공제제도를 상향조정할 경우에는 상속세 부담이 낮아질 수 있는 만큼 가업상속공제제도 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윤지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속·증여세는 조세수입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며 "현재 경제적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상속·증여세 부담을 낮추는 것은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상속·증여세는 소득세나 법인세, 부가가치세에 비해 전체 조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턱 없이 작고 효율과 공평 특히 공평이 그 존재이유인 세목"이라고 강조했다.

 

즉 상속·증여세가 올바로 운용되지 않는다면 세제가 상당 부분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세제 전반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은 “새 정부가 부자 감세 시행을 예고하고도 다른 세원 확보 계획 없이 긴축 재정기조를 내걸고 있는 상황은 매우 우려된다”고 밝혔다.

 

유례없는 물가상승과 치솟는 금리, 경기침체가 예견되는 위기상황인 만큼 위기극복을 위해 정부가 담세력 있는 납세자에 대한 과세 강화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낙수효과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미 실패를 인정한 정책“이라며 힘줘 말하고 ”보유세 완화, 주식양도소득세의 사실상 폐지, 기업 세제 감면 확대 및 법인세 완화 기조는 위기 대응대책일 수 없으며 오히려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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