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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9.29. (일)

[취재파일]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


부가세 확정신고를 위한 전자신고창구는 올해도 어김없이 북적거렸다. 그리고 창구에 들어선 납세자들이 국세청의 지침과는 달리 직접 신고서를 작성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자기 작성이 직접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세무서 측은 "직접 작성하라고 하면 한사람당 20∼30분 소요된다"며 "사람이 이렇게 북적거리는데 언제 이 많은 사람들이 작성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묻는다. '다음 신고부터는 우편 또는 전자신고에 의해 신고토록 유도하겠다'는 국세청의 의도는 탁상공론에 그치고 말았다.

 

세무서 직원들은 밀려드는 사람을 보면서 "납세자들은 또 세무서를 찾아와서 작성해 달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라는 것이 납세자들의 성향을 잘 아는 직원들의 얘기다.

 

신고 때마다 인원이 동원돼야 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이다. 세무서 직원들은 관내에 몇만명이나 되는 신고 인원을 관리한다는 것은 이미 쾌적한 서비스 제공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납세자들이 집에서 전자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세무서에서는 작성해 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킨다면 납세자들이 자기 작성을 해달라고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무서 직원들은 이 말에 대해 불신한다.

 

"납세자들이 찾아오는데 원칙을 지키겠다고 하고 작성해 주지 않으면 분명 납세자들과 갈등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그럴 때 민원이 생겨나고 인터넷에 불친절한 세무공무원이라고 쓰게 되면 우리만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한다.

 

한 직원은 "내 생각이지만, 아마도 납세자들과 갈등이 생겨나게 돼 불려가게 될 때 윗선의 방침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하면, 그들은 분명히 '우리가 언제 납세자들과 민원을 일으키며 방침을 따르라고 했느냐. 방침과 문제는 별개다'라고 말할 것이다"며 자조섞인 말을 했다. 문제는 그러한 직원 말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윗선에 대한 불신이 문제인 것이다.

 

신뢰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에서 온다. 그리고 원칙을 지키는 것은 그만한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국세청의 방침인 전자신고의 자기작성이 성공하려면 결국 이 원칙을 아무리 어렵더라도 지키려는 의지가 수반돼야 한다. 원칙을 지키려는 직원을 나무라는 것으로는 '추상같은 명령'이 성립되지 않는다. 국세청은 전자신고의 자기작성이 계속 미뤄지는 것에 대해 이런 원칙을 고수하기 위한 고통을 감내하기 위한 각오와 노력을 해왔는지에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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