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은행과 증권회사에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하자, 관련 업계뿐만 아니라 조세계에서도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1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8일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에 대해 비정기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에는 메리츠증권 비정기 조사 소식도 전해졌다.
이번 두 곳 세무조사가 주목받는 것은 정기조사가 아닌 비정기 조사이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경우 세무조사를 받더라도 업무 성격상 지금껏 정기조사 위주로 진행됐다. 은행 등 금융권 정기조사는 주로 대기업 조사를 전담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이 맡는다. 증권사 또한 서울청 조사1국에서 정기조사 위주로 진행했다.
그런데 이번 은행과 증권사 조사는 서울청 조사1국이 아닌 특별조사를 담당하는 조사4국이 나서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매우 이례적이다”고 평가한다. 서울청 조사4국 출신 한 세무사는 “은행 등 금융권 세무조사는 서울청 조사1국에서 정기조사로 많이 진행하며 세액 추징 등 실익이 그리 크지 않다”면서 “조사4국이 들어갔다는 것은 기업에 특별한 이슈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청 조사4국은 흔히 ‘재계 저승사자’, ‘국세청의 중수부’, ‘국세청장 하명수사 직할부대’로 불린다. 실제로 국세청장 및 지방국세청장이 특히 중요하다고 인정해 별도의 계획에 따라 실시하는 조사를 담당하며, 범칙조사를 진행하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서울청 조사4국이 나섰다는 것은 탈세 혐의 등 기업에 특별한 사안이나 문제가 있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에 대해서는 경영진에 대한 고액 연봉 지급, 퇴직자 고액 자문료, 계열사간 자금 흐름 등 여러 사안에 대해 들여다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납세자의 날에 ‘국세 삼천억원 탑’을 수상한 기업으로, 그동안 공격적인 투자은행(IB)·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영업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재작년 PF 대출 연장 과정에서 과도한 수수료를 받았다는 의혹 등과 관련해 금감원 현장검사를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융권 특별조사가 지난달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 역외탈세 조사 전문인력을 보강한 것과 연관돼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들어 국내 기업의 탈루 혐의와 과세 쟁점이 국내 거래에 한정되지 않고 국제 거래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며, 전문 조력자의 설계를 받아 법인 자금을 해외 자회사나 거래처를 거쳐 자녀에게 우회 증여하는 사례가 적발되는 등 국제거래를 이용한 탈루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국세청은 갈수록 지능화돼 가는 역외탈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의 조사팀 일부를 조사4국으로 이동시켰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전가격, 고정사업장, 거주자 판정 등 국제조세 이슈에 대해 풍부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보유한 국제거래조사국 인력을 조사4국으로 재배치했다”고 밝혔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세무조사 착수 시점에 주목하며 조사 대상이 보험사 등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지 주목하고 있다.
세무조사 착수 시점이 공교롭게도 정부와 대통령실이 금융권 구조개혁과 금융권 책임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시점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페이스북에 “은행은 완전한 민간기업이 아니다. 국가의 면허 위에서 예금자 보호라는 공적 안전망을 등에 업고 위기 때면 구제금융의 보호를 받는 준공공기관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