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증축시 간접비용만 43개…복잡한 과표로 부실신고 허점
사후 세무조사 의존하는 지자체…과세전적부심 95% 집중
납세자는 가산세 폭탄, 과세관청은 행정력 낭비 악순환
지난해 지방세 총수입 120조9천억원 중 22.7%를 차지하는 지방세 최대 세목인 취득세. 연간 27조5천억원(2025년 기준) 규모의 이 거대한 세목이 허술한 신고체계와 복잡한 과세표준 산정구조 탓에 곳곳에서 누수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과세 사각지대를 막고 공정한 부과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카드로 ‘취득세 성실신고확인제’ 도입이 뜨거운 감자로 주목받고 있다.
현행 취득세 체계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복잡한 과세표준과 과거의 관행에 머물러 있는 신고시스템에 있다. 2023년 과세표준 개편 이후 취득세 산정의 복잡성은 3배 이상 폭증했다.
특히 건물을 신·증축하는 ‘원시취득’의 허점이 지적된다. 일반 매매(승계취득)와 달리 원시취득은 자산 취득을 위해 투입된 직접 비용 외에도 건설자금 차입금 이자·금융비용, 농지보전부담금 등 각종 법정부담금, 용역비·수수료·신탁수수료 등 간접비용이 무려 43개에 달해 과세표준 산정방식이 매우 복잡하다.
이 중 대법원 판결이 있는 항목은 10개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유권해석이나 하급심 판단에 판단하고 있다.
특히 기업회계기준 및 국세와 다른 포함·제외항목이 있어 납세자가 스스로 정확한 과표를 산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에 대법원·과세관청간 해석 불일치로 인한 견해 차이도 빈번하다. 2019년 한국지방세연구원 논문에 따르면 신·증축(원시취득)의 신고불성실 추정비율은 승계취득의 25배에 달한다. 지목 변경 등 일부 간주취득도 과세표준 확인이 어려운 허점이다.
더 큰 문제는 검증 시스템의 부재다. 국세청 시스템과 연동돼 즉시 검증이 가능한 매매신고와 달리, 신·증축은 지자체 내부 시스템만으로는 신고 자료의 정확성을 사전검증할 방법이 없어 사후 세무조사에만 의존하고 있다.
취득세 세무조사 중 가장 흔한 경우는 부동산을 취득하면서 투입된 건설자금이자, 설계비, 용역비, 수수료, 연체료 등 취득세 과세표준(취득원가)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간접비용을 장부에서 누락해 과소 신고한 사례다.
실제로 경기도가 진행한 2024년 지방세 세무조사에서 대규모 택지 개별 사업 시행자인 A법인은 지목변경에 들어간 각종 부담금과 기반시설 공사비 등을 누락했다가 취득세 등 192억원을 추징당했다. 화성시에 거주하는 A씨는 건물 신축시 시가표준액 약 19억원을 12억원으로 낮춰 취득세를 거짓 신고·납부했다가 장부 조사를 통해 3천만원을 추징당했다.
이같은 구조적 결함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다. 행정안전부 지방세 세무조사 통계에 따르면 2011~2014년 지방세 세무조사 추징액 중 73.32%가 취득세에 집중됐다. 사전 권리구제 절차인 과세전적부심 중 취득세 비중은 2024년 95.2%로 나타났다.
납세자는 예상치 못한 가산세 폭탄에 시달리고, 과세관청은 사후검증에 행정력을 낭비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국세 성공 공식 빌려온 ‘취득세 성실신고확인제’, 도입효과 얼마나?
취득세 신고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과 학계를 중심으로 ‘취득세 성실신고확인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세무전문가의 사전검증을 통해 부실신고를 원천차단한다는 취지로, 이미 국세 영역에서 실효성이 입증된 성공 공식을 지방세에도 들여온다는 구상이다.
지난 4월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신·증축(원시취득)과 지목변경에 대해 취득세 신고시 세무사·변호사·공인회계사가 작성한 성실신고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지방세법·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미제출시 산출세액의 5%를 가산세로 부과하고, 성실히 제출시에는 취득세의 5%(개인 120만원, 법인 150만원 한도)를 경감해 주는 ‘당근책’도 포함됐다. 대신 부실 확인이 적발된 전문가에게는 자격 등록 취소라는 강력한 책임을 지운다.
학계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제도 도입에 따른 효과는 상당하다. 윤성만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지난 4월 취득세 성실신고확인제 도입 정책토론회에서 “취득세 성실신고확인제가 도입되면 연간 2천억~3천억원 규모의 지방세수가 확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한 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세무조사 비용과 수십억원의 불복 처리비용·행정소송 비용 등 지자체의 행정적 낭비도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납세자 비용 부담?…확인대상 제한으로 7천여건에 불과
지방재정 확충과 세정 선진화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취득세 성실신고확인제 도입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납세자의 비용 부담 우려와 법무사와 세무사의 역할 충돌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성실신고확인제 도입이 결국 세무대리비용이라는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납세자에게 떠넘기는 꼴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세무전문가들은 “적용 대상을 30억원 이상의 원시취득과 일부 간주취득으로 한정하기 때문에 전체 준공건수(연 10만건) 중 원시취득 성실신고확인제 대상은 약 7%(7천여건)에 불과해 영세사업자나 서민에게 미치는 타격은 없다”고 반박한다. 장보원 세무사는 “전문가의 사전 검증비용이 사후 세무조사로 부과될 가산세나 불복소송비용보다 적어 납세자에게도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에 부동산 등기 업무를 대행하며 취득세 업무를 도맡아 하던 법무사업계는 업무영역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법무사의 본래기능인 보존등기 업무는 기존대로 유지하되, 복잡한 세법해석이 필요한 과표 산정 검증 영역만 세무전문가가 담당하므로 본질이 다르다”는 반론이 팽팽하다.
제도가 안착하기 위한 과제도 적지 않다. 세무사·공인회계사 등 성실신고확인자의 지방세 전문성을 끌어올리는 보수교육이 선행돼야 하며, 지자체 역시 서면신고에만 의존하던 기존 관행을 깨고 신고 내용을 전산 데이터베이스화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데이터가 구축되면 국세청처럼 AI를 활용한 불성실신고 리스크 관리 시스템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행정안전부 부동산세제과 관계자는 “취득세 성실신고확인제는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돼 온 사안”이라며 “현재 각계의 찬반 논리와 현장 의견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 단계이며, 다가오는 연말 국회 법안심의소위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