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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6.08.10. (월)

[현안기고]아스펜 안보 포럼이 한국경제에 던진 경고

관세가 안보 시대가 된 시대, 한국의 생존전략

 

2026.7.14.~7.17간 미국 콜로라도 아스펜에서 국제 안보 포럼이 개최되었다. 이 포럼은 특정 국가 간의 공식 정상회의는 아니지만 세계 안보 외교 경제 분야 최고위급 인사들이 초청을 받아 국제질서의 향방을 논의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안보 포럼이다. 올해에는 40여 국 이상의 국가에서 장관급 인사와 군 수뇌부, 외교관, 글로벌 CEO, 국제기구와 싱크탱크 전문가 등 천여 명이 참석하였다.

 

2026년도 아스펜 안보 포럼의 특징은 군사 안보 회의라기보다 세계 경제질서의 미래를 가늠하는 자리였다. 포럼의 핵심 화두는 중국과의 전략경쟁, 공급망 재편, 첨단기술 보호, 인공지능(AI), 그리고 경제 안보였다. 

 

참석자들의 발언에서 공통으로 확인된 메시지는 하나였다. 국가안보와 경제는 더 이상 분리될 수 없으며, 관세와 무역은 이제 국가안보를 실현하는 핵심 수단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은 동맹국 간 기술협력과 공급망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경제력과 기술력이 곧 국가안보를 결정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역설했다. 페니 프리츠커 전 상무장관 역시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과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은 더 이상 경제정책이 아니라 국가안보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니컬러스 번스 전 주중 미국대사는 중국과의 경쟁은 단기간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 기술과 산업, 무역을 포괄하는 장기적 경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의 발언은 미국 정책의 흐름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미국은 이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 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해 첨단산업의 자국 내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무역확장법 232조와 통상법 301조를 활용한 관세정책, 첨단기술 수출통제, 해외투자 심사 강화 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제 관세는 단순한 세수 확보 수단이 아니라 산업을 보호하고 기술을 지키는 전략적 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미국이 추진하는 관세정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겉으로는 무역적자 해소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전략산업을 보호하려는 경제 안보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자유무역시대의 효율성보다 국가안보와 공급망 안정성이 더 중요한 가치로 부상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변화 앞에서 누구보다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차지하는 세계적인 수출 의존 경제이며, 수출입을 합친 무역 규모는 GDP의 약 80~90%에 이른다. 미국은 우리의 핵심 투자시장이고, 중국은 여전히 최대 교역국이다. 양국의 전략경쟁이 심화할수록 우리 기업은 통상과 공급망, 기술규제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이제 기업의 경쟁력은 가격과 품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원산지 관리, 공급망 추적, 전략물자 관리, 수출통제 대응, ESG와 환경 규범준수 능력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 관세와 통관은 단순한 행정절차가 아니라 기업의 리스크를 관리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로 변모하고 있다.

 

정부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산업정책과 통상정책, 관세행정을 경제 안보 전략 아래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한다. 핵심 원자재와 전략물자의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AI를 활용한 스마트 관세행정과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국제규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 관세청은 밀수 단속과 세수 확보를 넘어 공급망 안정과 전략물자 관리, 경제제재 이행을 담당하는 경제 안보 기관으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기업 역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통상규범 변화를 상시 분석하고, 디지털 기반의 원산지 관리와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는 관세를 얼마나 절감했느냐보다 통상 리스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했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다.

 

아스펜 안보 포럼은 우리에게 분명한 경고를 보냈다. 앞으로 세계는 안보를 위해 경제를 활용하고, 경제를 통해 안보를 지키는 시대가 될 것이다. 자유무역만으로 성장하던 시대는 저물고, 경제 안보가 새로운 국제질서를 이끌고 있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수많은 통상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성장해 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과거의 성공 방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경제 안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국가전략을 세우는 일이다. 

 

관세는 더 이상 국경에서 세금을 걷는 제도가 아니다. 관세는 국가의 산업을 보호하고, 공급망을 지키며,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설계하는 전략이다. 아스펜 안보 포럼이 던진 이 메시지를 우리는 결코 가볍게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경제안보 시대의 승자는 관세를 많이 부과하는 국가가 아니라, 관세와 통상정책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공급망과 산업 경쟁력을 지키는 국가이다. 이제 대한민국도 '통상국가'를 넘어 '경제안보 선도국가'를 국가비전으로 삼아야 할 때다."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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