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집'이 세금 결정…결혼 페널티·내국인 역차별
황범석 세무사 "주택 양도세 과세단위, 세대→개인 전환해야"
거주주택 1채만 비과세…그 외 주택 중과 '핀셋형' 정책 필요
가족이 주택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최대 82.5%의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현행 ‘세대별 합산 과세’가 헌법이 금지한 연좌제와 유사한 구조라는 지적이 나왔다. 본인이 직접 집을 소유하지 않았음에도, 단지 가족이 집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중과세라는 불이익을 받는 구조가 연좌제와 다름없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세대가 아닌 인별 과세로 전환하고, 비과세 기준도 납세자가 실제 거주한 주택 1채로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황범석 세무사(한국세무사회 연수원 교수·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협동과정 박사과정)는 한국세무학회 아시안 택스 저널 제27권 제2호에 게재된 논문 ‘주택 양도소득세 세대별 과세 기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서 이같이 밝혔다.
논문은 현행 소득세법이 납세자 개인이 아닌 ‘1세대’를 과세단위로 삼아 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의 주택까지 합산하는 방식을 헌법·민법, 조세행정, 조세형평성, 비교법의 네 가지 관점에서 분석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주택 양도소득세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양도차익이 아닌 세대원의 주택 보유 여부다.
장기간 별거해 연락 두절된 배우자는 물론 함께 사는 부모나 형제자매가 주택 또는 주택 지분을 갖고 있을 경우까지 합산해 ‘1세대 다주택자’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배제되고 최대 82.5%(지방소득세 포함)의 중과세를 적용받는다.
황 세무사는 “주택 매각 당사자의 행위가 아닌 세대원의 재산 보유로 인해 징벌적 세금을 부과받는 것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한 불이익을 금지한 헌법 제13조 제3항의 정신에 비춰볼 때 연좌제의 연장”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세대별 합산과세에 문제가 있다고 세 차례 판결을 내린 바 있다. 2002년 자산소득 부부합산과세, 2008년 종합부동산세 세대별 합산, 2011년 1세대3주택 양도세 중과가 모두 위헌 판단을 받았다. 헌재는 세대별 합산과세가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호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배된다고 일관되게 판단했다.
황 세무사는 “민법이 부부별산제를 통해 부부라도 재산은 각자의 소유임을 명기하고 있음에도, 세법만 세대원의 재산을 한 묶음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결혼 페널티’를 대표적 모순으로 지적했다. 현행 세법상 주택 보유자간 혼인해 세대를 합치는 순간 1세대 다주택자가 돼 1주택자의 비과세 혜택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세법은 1주택자끼리 혼인하면 혼인일로부터 10년 이내 매각주택에 비과세를 적용하는 특례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혼인신고를 미루거나 주택 소유자간 이혼을 부추기는 구조적 요인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현행 소득세법은 1세대1주택 비과세가 아니면 곧바로 다주택자 중과세로 이어지는 극단적 이본법적 구조로 설계돼 있다. 여기에 주택과 세대의 개념 판단마저 매우 난해해 납세자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조세심판원 결정례에서는 오피스텔 한 채, 배우자가 상속받은 주택의 소수지분 때문에 장기간 거주한 집이 비과세에서 중과세 대상으로 뒤바뀐 사례 등이 확인됐다. 과세관청 역시 ‘세대’와 ‘실거주’, ‘주택’을 가려내기 위해 상당한 행정력을 투입하고 있다.
외국인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외국인은 가족관계등록시스템의 부재와 국가간 정보 교환의 한계로 가족관계 파악이 어려워 사실상 세대별 합산 중과세가 불가능하다.
국토교통부 통계 기준 외국인 보유 국내 주택은 10만4천여호로 이 중 72.5%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외국인에게는 사실상 인별 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구조다.
황 세무사는 “주민등록망으로 가족관계가 투명하게 노출되는 내국인만 엄격한 합산 과세를 받는 역차별 구조”라고 비판했다.
특히 영국·미국·프랑스·일본·독일 5개 국의 세법을 비교한 결과, 세대원의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중과세 페널티를 적용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했다.
이들 5개 국가들에서 주택 양도소득세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실제 거주 여부와 보유기간다. 반면 한국은 주택의 조정지역 소재 여부와 세대원의 주택 보유 수가 세금을 좌우한다.
논문은 납세자의 예측가능성과 응능부담 원칙 측면에서 한국의 주택 세제가 뒤처져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황 세무사는 “소득세법 제89조 제1항 제3호의 비과세 단위를 ‘1세대’에서 ‘거주자(개인)’로 개정하고, 비과세 기준을 납세자 본인이 실제 거주한 ‘주된 거주주택(Primary Residence)’ 1채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투기 우려는 미국식 실거주 요건과 영국식 부부 합산1주택 지정 제도를 병행하고, 거주주택 외 주택의 양도에만 중과세를 유지하는 ‘핀셋형’ 정책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황 세무사는 “서민 주거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라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투기 수요를 잡기 위해 선의의 납세자까지 동시에 타격하는 광범위한 방식은 옳지 않다”며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는 것처럼, 유주택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중과세를 받아서는 안 된다. 본인의 세금은 본인의 행위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