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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6.10.08. (목)

정운기의 '대한민국 관세의 선택'

핵심 광물과 에너지가 새로운 경제 안보의 무기가 되고 있다

원료를 확보하고 가공하는 능력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

 

반도체·배터리·자동차가 미래 산업의 중심에 서 있다면, 이제 그 산업을 움직이는 원료를 보아야 한다. 필요한 광물과 소재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기술과 생산시설을 갖추고도 공장을 돌릴 수 없다. 안정적인 전력이 없다면 원료를 확보한 공장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산업경쟁의 범위가 완제품에서 부품으로, 다시 원료·정제·에너지로 넓어지고 있다. 핵심 광물과 에너지는 더 이상 제조업의 배경 조건이 아니다.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경제 안보의 기반이다.

 

광산을 확보해도 공급망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리튬·니켈·코발트·흑연은 배터리에, 희토류는 전기차 구동 모터와 풍력발전기에 중요하다. 갈륨·게르마늄을 비롯한 광물도 반도체·통신·방위산업의 공급망과 연결된다. 이들 자원의 전략적 가치는 거래금액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적은 양이라도 대체하기 어렵고 공급이 끊겼을 때 생산 전체에 영향을 준다면 핵심 자원이 된다.

 

그러나 광물이 어느 나라에서 채굴되는지만 살펴서는 공급망을 이해할 수 없다. 채굴한 광물을 산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분리·정제하고, 소재와 부품으로 가공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바로 이 중간 단계에 공급 집중의 위험이 숨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은 자석용 희토류의 세계 채굴에서 약 60%를 차지했지만, 분리·정제에서는 약 91%, 소결 영구자석 생산에서는 약 94%를 차지했다. 광산의 위치와 실제 산업용 부품의 공급능력이 같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수치다.

 

따라서 공급망 확보는 광산 투자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채굴에서 정제, 소재, 부품에 이르는 각 단계의 생산능력과 대체 가능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특정 광물의 채굴치를 다변화하더라도 정제시설과 핵심 부품 생산이 한 나라에 집중돼 있다면 공급 중단의 위험은 남는다.

 

수출통제는 작은 원료의 힘을 드러냈다.

 

이 위험은 이미 생산 현장에서 나타났다. 중국은 갈륨·게르마늄·흑연 등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했고, 2025년에는 일부 희토류와 관련 제품에 대한 통제를 확대했다. IEA는 당시 희토류 영구자석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일부 자동차 업체가 가동률을 낮추거나 공장을 일시 중단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한 대에서 영구자석이 차지하는 가격은 높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부품을 구하지 못하면 완성차를 생산할 수 없다. 경제 안보에서 중요한 것은 원료의 가격뿐 아니라 공급의 집중도, 대체 가능성, 공급 중단 시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다.

 

미국은 핵심 광물의 해외 의존을 안보 문제로 본다.

 

미국은 가공 핵심 광물과 파생 제품의 수입 의존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라 조사했다. 2026년 1월 대통령 포고문은 2024년 기준 미국이 핵심 광물 12종을 전량 순수입에 의존했고, 추가로 29종의 순수입 의존도가 50%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응은 광산 개발에만 머물지 않는다. 국내 정제·가공 능력을 확대하고 교역 상대국과 공급망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가공 핵심 광물과 파생 제품에 관해서는 교역 협정 협상과 가격하한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협상의 성과에 따라 추가 수입 조치를 검토할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핵심 광물이 자원 정책의 영역을 넘어 산업·통상·안보 정책의 대상이 된 것이다. 다만 조사를 시작하거나 추가 조치의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사실과 실제 관세를 부과했다는 사실은 구별해야 한다. 기업은 정책의 방향과 함께 조치의 법적 단계도 확인해야 한다.

 

공장을 움직이는 전력도 공급망이다.

 

원료와 함께 살펴야 할 것이 에너지다. 반도체 공장과 배터리 공장, AI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의존한다. 공장과 설비를 갖추었더라도 필요한 전력을 적정한 비용으로 공급받지 못하면 생산 확대와 장기 투자가 어려워진다.

 

앞으로 첨단산업의 입지는 기술과 인력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전력망을 제때 확충할 수 있는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 그 비용을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지가 함께 중요해진다. 원료를 들여오는 경로와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는 체계가 모두 산업 공급망의 일부다.

한국은 취약한 단계를 구체적으로 찾아야 한다.

 

한국은 반도체·배터리·자동차에서 강한 제조 역량을 갖고 있지만 핵심 광물과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한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원료를 어디에서 가장 싸게 살 수 있는지만 살펴서는 안 된다. 어느 단계가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는지, 수출이 중단되면 대체 공급처가 있는지, 비축과 국내 가공 능력은 충분한지를 품목별로 점검해야 한다.

 

공급망 정책도 이에 맞추어 정교해져야 한다. 필요한 광물의 조달처를 다변화하고, 정제·가공 능력을 확보하며, 기업이 대체 원료와 소재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국내 가공에 필요한 원료와 설비의 관세 부담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지도 해당 산업의 여건을 살펴 검토할 수 있다. 관세 역시 공급망 안정이라는 목표와 연결해 판단해야 한다.

 

11회에서 살펴본 반도체·배터리·자동차의 경쟁은 공장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공장에 들어갈 광물을 누가 정제하고 부품으로 만드는가, 필요한 전력을 누가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에 따라 생산의 지속성이 달라진다. 경제 안보 시대의 산업 전략은 바로 그 지점까지 살펴야 한다.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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