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중국 의존 축소의 현실과 한계 미국이 제조업을 다시 불러들이고 반도체·배터리·핵심광물의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전략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하나의 질문에 도달한다. 중국을 배제한 세계 공급망이 과연 가능한가. 한때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세계 경제가 두 개의 경제권으로 완전히 갈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시장과 공급망에서 분리되는,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중국은 세계 최대 수준의 제조업 기반과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으며 수많은 원료·부품·중간재 공급망의 중심에 있다. 수십 년 동안 구축된 이러한 공급망을 짧은 기간 안에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최근의 공급망 전략은 중국과의 모든 경제관계를 끊는 **디커플링에서 위험한 의존을 줄이는 디리스킹(de-risking)**으로 이동해 왔다. 중국은 단순한 ‘세계의 공장’이 아니다.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라고 부른 지 오래됐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의 역할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다.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여 외국기업의 제품을 조립하던 생산기지를 넘어 철강·화학·기계·전자·배터리·전기자동
하나의 상품에 적용되는 여러 관세 조치의 근거를 읽어야 한다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가 0%”라고 확인했다고 하자. 그 물품에 대한 관세 검토가 끝난 것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FTA 특혜세율과 별도로 적용 여부를 확인해야 할 추가 관세나 무역구제조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관세를 이해하려면 세율보다 먼저 법적 근거를 보아야 한다. 기본 관세와 FTA 특혜관세가 있고, 반덤핑·상계관세, 수입 급증에 대응하는 세이프가드, 국가안보를 근거로 한 조치, 상대국의 무역관행에 대응하는 조치가 있다. 서로 다른 목적과 요건에 따라 시행되며, 해당 조치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함께 적용될 수도 있다. 어떤 법률에 근거한 관세인가. 어느 국가·상품·기업을 대상으로 하는가. 언제부터 적용되는가. 다른 조치와의 관계는 어떻게 정해져 있는가. 이 질문들을 따라가면 미국 관세정책의 ‘법적 설계도’가 보인다. 출발점은 미국 관세율표와 FTA다. 미국 관세의 출발점은 미국 관세율표인 HTSUS다. 수입 물품의 품목 번호와 원산지 등을 확인하고 해당 세율을 찾는다. 정상 무역 관계가 적용되는 국가의 상품에는 일반적으로 ‘Column
2026년 9월 24일 워싱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미·중 경제 관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번 회담에서는 긴장이 다소 완화됐다. 양국은 2025.10.30. 부산 정상회담에서 추가 관세와 일부 보복 관세부과를 1년간 유예하기로 한 합의를 이번 정상회담에서 2027.1. 10일까지 두 달간 연장하기로 했고, 2026년 5월 합의에 따라 만든 양국 무역 이사회를 통하여 서로 약 300억 달러 규모의 비민감 품목에 대해 관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품 가운데 농산물·수산물·목재·화장품·의료기기 등이 포함됐고, 중국산 대미국 수출품에는 소형 가전제품·완구·생활용품 등이 관세 인하 대상에 포함됐다. 백악관은 중국이 미국산 석탄을 향후 2년간 1천만톤 수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고 농산물 시장 접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별도 작업반도 설치했다고 발표했으나 중국 측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문제는 최종 합의가 나오지 않았고, AI 문제에 대하여 시진핑은 인간의 통제 하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트럼프도 대화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AI
관세·보조금·수출통제·투자규제·정부조달·제재의 결합 미국의 관세정책을 이해할 때 관세율만 따라가서는 충분하지 않다. 어느 상품에 몇 퍼센트의 관세가 붙었는지도 중요하지만, 미국이 그 관세를 다른 정책수단과 어떻게 연결하는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 미국은 시장에 들어오는 상품의 비용을 바꾸는 한편, 자국 내 생산을 지원하고 첨단기술과 자본의 이동을 관리한다. 정부조달과 경제제재 역시 기업이 어디에서 생산하고 누구와 거래할 것인가에 영향을 준다. 서로 다른 법률과 기관이 운용하는 수단들이 산업과 공급망을 둘러싼 하나의 전략안에서 작동하는 것이다. 관세는 시장 진입의 비용을 바꾼다. 외국산 상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시장에서 그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달라진다. 기업은 수출을 계속할지, 생산지를 조정할지, 미국 내 생산을 늘릴지 다시 계산하게 된다. 관세는 수입품의 가격에 영향을 주는 동시에 기업의 투자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6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제조업의 구조적 과잉생산과 관련된 정책·관행을 대상으로 한국을 포함한 16개 경제권에 대해 무역법 제301조 조사를 개시했다. **조사 개시가 곧 추가 관세 부과를 뜻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국이 경
원료를 확보하고 가공하는 능력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 반도체·배터리·자동차가 미래 산업의 중심에 서 있다면, 이제 그 산업을 움직이는 원료를 보아야 한다. 필요한 광물과 소재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기술과 생산시설을 갖추고도 공장을 돌릴 수 없다. 안정적인 전력이 없다면 원료를 확보한 공장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산업경쟁의 범위가 완제품에서 부품으로, 다시 원료·정제·에너지로 넓어지고 있다. 핵심 광물과 에너지는 더 이상 제조업의 배경 조건이 아니다.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경제 안보의 기반이다. 광산을 확보해도 공급망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리튬·니켈·코발트·흑연은 배터리에, 희토류는 전기차 구동 모터와 풍력발전기에 중요하다. 갈륨·게르마늄을 비롯한 광물도 반도체·통신·방위산업의 공급망과 연결된다. 이들 자원의 전략적 가치는 거래금액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적은 양이라도 대체하기 어렵고 공급이 끊겼을 때 생산 전체에 영향을 준다면 핵심 자원이 된다. 그러나 광물이 어느 나라에서 채굴되는지만 살펴서는 공급망을 이해할 수 없다. 채굴한 광물을 산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분리·정제하고, 소재와 부품으로 가공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바로 이
관세전쟁의 진짜 전장은 미래 산업의 생산능력과 공급망이다 세계의 관세전쟁을 들여다보면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모든 상품을 똑같이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이 있다. 바로 반도체·배터리·자동차와 같은 전략산업이다. 왜 이들 산업이 관세전쟁의 한복판에 서게 되었을까. 이들 산업은 하나의 상품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의 기술과 생산, 일자리와 공급망, 나아가 국가안보까지 좌우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어느 나라가 철강·조선·자동차를 많이 생산하느냐가 산업 경쟁력의 중요한 척도였다. 지금은 여기에 반도체와 배터리, 인공지능(AI), 로봇, 첨단통신 등이 더해졌다. 특히 반도체·배터리·자동차는 서로 독립된 산업이 아니다. 전기자동차에는 수많은 반도체와 대용량 배터리가 들어간다. 자율주행차가 발전할수록 첨단 반도체와 AI,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이 세 산업을 누가 주도하느냐는 단순히 몇 개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 산업생태계 전체를 누가 주도하느냐의 문제다. 반도체는 국가안보의 핵심이 되었다. 반도체는 흔히 ‘산업의 쌀’이라고 불
리쇼어링·일자리·제조 역량·국가안보의 결합 미국이 세계의 산업 질서를 다시 짜려 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해외로 나간 제조업을 다시 미국으로 불러들이고, 핵심 산업의 생산능력을 자국 안에 확보하는 것이다. 미국이 관세를 높이고,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에 혜택을 주며, 반도체·자동차·배터리·철강·알루미늄·의약품·핵심 광물 등 주요 산업의 국내 생산을 강조하는 것은 서로 별개의 정책이 아니다. 그 중심에는 하나의 공통된 목표가 있다. 미국의 제조 역량을 다시 키우겠다는 것이다. 왜 지금 미국은 다시 제조업을 강조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이해해야 미국의 관세 전략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세계화는 효율성을 높였지만 제조 기반의 약점도 남겼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 기업들은 세계화의 가장 적극적인 참여자였다. 기업들은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 중국·멕시코·동남아시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겼다. 원료와 부품도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국가에서 조달했다. 기업으로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생산비가 낮아졌고 수익성이 높아졌다. 미국 소비자도 세계 각국에서 생산된 값싼 상품을 사용할 수 있었다. 미국은 금융·소프트웨어·연구개발·서비스 등 고
관세전쟁의 진짜 목표는 무역수지가 아니라 산업 주도권이다 미국의 관세정책을 단순한 보호무역으로만 보면 지금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미국이 관세를 다시 국가전략의 수단으로 꺼내 든 배경에는 무역적자와 제조업 쇠퇴, 중국과의 전략경쟁, 그리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드러난 공급망의 취약성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한 걸음 더 들어가 미국은 관세를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를 보아야 한다. 필자는 그 목표를 단순한 무역수지 개선보다 더 큰 데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미국에서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 핵심 부품과 원료를 어디에서 조달할 것인가, 첨단기술을 누가 지배할 것인가, 그리고 세계의 공급망을 어떤 국가들과 구축할 것인가를 다시 결정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의 관세정책은 무역정책을 넘어 세계의 생산기지와 공급망을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하려는 산업전략의 한 부분으로 보아야 한다. 제조업을 다시 보는 미국 지난 수십 년간 세계 경제를 움직인 기본 원리는 자유무역과 세계화였다. 기업은 생산비가 낮은 곳으로 공장을 옮겼고, 원료와 부품은 가장 싸고 효율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국가에서 가져왔다. 미국 기업도 예외가 아
원산지 세탁을 막는 것이 대한민국 수출의 신뢰를 지키는 길이다 세계 무역 질서가 자유무역 중심에서 경제 안보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바로 우회 수출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특정 국가나 기업에 관세·수출통제·무역구제 조치를 강화한다고 해서 해당 물품의 교역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높은 관세와 규제를 피하려고 제3국을 경유하거나, 제3국에서 일부 가공한 뒤 그 나라 제품으로 원산지를 바꾸어 수출하려는 유인이 커진다. 대한민국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제조업 기반과 항만·공항 등 물류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으며, 미국·EU를 비롯한 주요 시장과 광범위한 FTA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우리 경제의 이러한 장점이 역설적으로 우회 수출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제 우회 수출 문제를 일부 기업의 원산지 위반이나 단순한 통관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수출 전체의 신뢰를 좌우하는 경제 안보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 관세가 높아질수록 우회 수출의 유혹도 커진다. 과거에는 관세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FTA가 확대되면서 원산지의 중요성이 주로 특혜관세 적용 여부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관세를 걷는 세관을 넘어 국가의 경제 안보를 지키는 세관으로 많은 국민은 세관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밀수품을 단속하며, 여행자의 휴대품을 검사하는 기관으로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관세의 부과·징수와 밀수단속은 세관의 가장 오래된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보면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오늘날 세관의 역할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국경을 넘는 것은 상품만이 아니다. 상품과 함께 기술과 자본, 데이터가 움직이고 공급망이 연결된다. 마약과 총기, 위조 상품과 위해물품도 국경을 넘는다.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공급망 의존,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입, 원산지 세탁도 국가 경제에 새로운 위험이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제와 공급망의 국경 관리가 흔들리면 국가안보의 한 축도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세관도 달라져야 한다. 세관을 단순한 ‘징세 기관’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제 국경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세관의 출발은 관세였지만 역할은 이미 달라졌다 근대 세관이 만들어진 중요한 이유 중 하
관세 혜택을 판정하던 원산지에서 공급망과 경제 국적을 판단하는 원산지로 우리에게 ‘원산지’라는 말은 오랫동안 자유무역협정(FTA)과 함께 사용됐다. 한국산으로 인정받으면 상대국에서 낮은 협정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고, 수입 물품이 협정 상대국의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면 우리나라에서도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업에게 원산지는 주로 “FTA 특혜관세를 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였으며, 정부의 원산지 정책 역시 “FTA 활용을 지원하고 원산지 위반을 검증·단속”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경제 안보 시대가 되면서 원산지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이제 세계는 완제품의 생산국만 묻지 않는다. 어느 나라의 원료를 사용했는지, 핵심 부품은 어디에서 생산되었는지, 핵심 공정은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 어느 국가와 기업이 공급망을 지배하고 있는지까지 따지기 시작했다. FTA 시대의 원산지가 ‘관세 혜택을 위한 원산지’였다면, 경제 안보 시대의 원산지는 원산지 정보를 ‘공급망을 판단하는 정보’로까지 확대해서 볼 필요가 있다. FTA 원산지는 '상품의 법적 국적'을 판정했다 FTA에서 원산지가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의 물품이라고 해서 모
무엇에 얼마의 관세를 매길 것인가가 국가전략이 되어야 한다 관세율은 오랫동안 세금을 거두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되어 왔다. 수입 물품에 일정한 세율을 적용하고, 이를 통해 국가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 관세의 가장 전통적인 기능이었다.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기능도 있었지만, 자유무역협정(FTA)이 확대되고 평균 관세율이 낮아지면서 관세의 산업 정책적 의미는 점차 약해졌다. 그러나 경제 안보 시대에는 관세율을 다시 보아야 한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관세를 얼마나 걷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물품에는 관세를 낮추고, 어떤 물품에는 관세를 유지하거나 높여야 하는가?”이다. 반도체, 배터리, 핵심 광물, 의약품, 에너지, 식량처럼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결정적인 물품의 공급이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다. 공급이 중단되면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경제 안보의 문제다. 따라서 앞으로의 관세율 정책은 세수 중심에서 벗어나 산업·공급망·경제 안보를 함께 고려하는 전략적 관세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관세율표를 보면 그 나라의 전략이 보여야 한다. 관세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원료의 관세를 낮추면 그 원료를 사용하는 국내 기업의
개방은 시키되, 국익과 공급망까지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된다 세계 무역 질서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미국은 관세를 제조업과 일자리, 공급망과 국가안보를 지키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중국은 관세뿐 아니라 수출통제와 산업 지원, 핵심 광물 정책을 결합하고 있으며, EU도 경제 안보와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며 통상·산업정책을 다시 짜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제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가? 자유무역을 계속 확대해야 하는가. 아니면 세계적인 보호무역의 흐름에 맞추어 우리도 관세장벽을 높여야 하는가? 나는 이 문제를 자유무역이나 보호무역이냐의 양자택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제3의 길이 필요하다. 개방의 이익은 최대한 살리되 국가적으로 지켜야 할 산업과 공급망은 전략적으로 지키는 길이다. 이를 ‘전략적 자유무역’이라고 부르고 싶다. 자유무역은 대한민국 성장의 토대였다. 대한민국은 자유무역을 포기할 수 없는 나라다. 우리는 자원이 부족하고 국내시장이 상대적으로 작다. 원유와 가스, 광물과 원재료를 해외에서 들여와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세계시장에 수출하면서 성장했다. WTO 체제와 FTA 확대는 우리 기업의 시장을 세계로 넓혔고, 관세 인하는 기업이 더
미국이 관세를 국가전략의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무역 질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제 관세는 단순히 수입품에 세금을 매기는 제도가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 생산했는지, 핵심 원료를 어디에서 조달했는지, 어떤 기업과 거래했는지까지 따지는 경제 안보의 수단이 되고 있다. 문제는 미국만 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과 유럽연합(EU), ASEAN도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이들의 대응반식은 서로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관세 문제를 더 이상 관세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은 ‘관세에는 관세’에서 자원·공급망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과 가장 치열하게 충돌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미·중 통상 갈등 초기에는 양국이 서로 관세를 올리는 전형적인 보복관세 전쟁의 모습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의 대응 수단은 훨씬 다양해졌다. 대표적인 것이 희토류 등 전략물자의 수출통제다. 중국은 2025년 4월 일부 중·중희토류 관련 품목에 대해 수출통제를 시행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국가안보와 국제적 비확산 의무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국이 가진 전략적 자산이다. 중국은 첨단산업에
관세가 다시 세계정치의 전면에 섰다. 지금 미국이 사용하는 관세는 단순한 세금도,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전통적 무역장벽도 아니다. 제조업을 되살리고 공급망을 재편하며, 상대국의 정책 변화를 끌어내고, 필요하면 외교·안보 문제까지 압박하는 국가전략의 수단이 됐다. 미국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한국은 관세율 몇 퍼센트의 등락에 매달리다 더 큰 흐름을 놓칠 수 있다. 관세는 더 이상 '무역정책의 끝단'이 아니다 미국의 관세정책이 바뀐 출발점은 세계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미국은 오랫동안 값싼 수입품, 효율적인 글로벌 분업, 낮은 관세가 소비자 후생과 기업 경쟁력을 높인다고 보았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 제조업 공동화 논쟁, 코로나19 때 드러난 공급망 취약성,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에너지·원자재 불안, 첨단기술 패권 경쟁을 거치면서 판단이 달라졌다. 경제적 효율성만으로 국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1기 때의 대중국 301조 관세와 철강·알루미늄 232조 조치는 그 전환의 시작이었다. 바이든 행정부도 대중국 관세의 상당 부분을 유지했고 반도체·배터리·핵심광물 등 전략산업에 대한 산업정책을 강화했다. 트럼프 2기 들어서는 이 흐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