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국세청장 1년…'국세청 魂, 불꽃은 탄다'

2008.11.30 18:00:00

'국민에게 빚 갚는다' 심경, '위기' 속 쏟아진 大事들 무리없이 처리

'위기'와 '고통' '열정'이 혼재한 시간

 

한상률 국세청장이 11월30일자로 취임 1년을 맞았다.

 

그 1년은 한상률 청장이나 전체 국세청직원들에게는 실로 '고난의 시간'이었다.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인해 땅에 떨어진 국세청의 신뢰회복과, 시대변화에 따른 새로운 세정환경 수용이라는 과제를 온 몸으로 안고 헤쳐내야 했다.

 

취임 당시 전군표 청장의 뇌물수수사건으로 더 떨어질 곳이 없을 정도로 추락한 국세청의  위상 속에서 대 혼란을 수습해야하는 무거운 짐을 '예고 없이' 짊어진 그는, 취임 후 곧바로 국세행정 기조를 국민신뢰회복에 맞췄다.

 

그러나 최근 이주성 15대 국세청장의 뇌물혐의 구속 등으로 또 한번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형국이 된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 있다.

 

그는 지금 유가환급, 종부세환급 등 사상초유의 ‘환급 대란’을 수행하고 있다.

 

유가환급업무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약 70%가 환급대상인 '대 역사(役事)'다.

 

취임당시 한상률 국세청장은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갖자"면서 “시련에 굴하지 말고 오히려 이를 극복해 도약의 기회로 삼자”고 1만9천여 국세공무원들에게 역설했다.

 

 

극한의 위기 속에서 한상률 청장은 이명박 정부로부터 재신임을 받았다. 국세청장이 정권이 바뀌면서 새 대통령에게 신임을 받은 것은 추경석 전 국세청장(9·10대)에 이어 두번째다.

 

두 대통령에게 신임받은 두번째 국세청장 

 

위기 속에서 재신임을 받은 한상률 청장은 '오로지 헌신하는 것으로 국민에게 속죄하고, 인사권자에게 보답한다'는 일념으로 세정운용에 임했다. 

 

한 청장은 평일은 물론이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국세청에 출근하는 일이 다반사였으며 정병춘 차장과 각 국실의 국장, 과장들도 자연스럽게 '일하는 분위기'에 젖어 들었다.

 

혼란의 큰 시련을 겪으면서도 그는 굵지굵직한 세정현안들을 깔끔하게 처리해 냄으로써 주위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았다.

 

취임하자마자 한 청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종합부동산세였다.

 

당시 일부에서는 종부세에 대한 조세저항으로 '실패'를 우려했지만 99%의 자진신고율을 보이며 성공적으로 완수함으로써 국세행정의 저력을 견인·과시했다.  

 

국세청장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을 국장과 각급 기관장(지방청장, 국세공무원교육원장, 세무서장 등)에게 주되, 업무성과계약을 통해 업무를 다잡고 국세청장 본인도 국민에게 ‘국세청 신뢰도 제고’라는 성과계약을 스스로 선언하고 조인했다.

 

한상률 청장은 또 국세청의 '사회공헌활동'을 새로운 경지로 이끌어냈다.

 

국세청은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불우아동, 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금모금활동 및 자원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직원이나 관서를 업무고과에 반영하는 것으로  봉사활동을 독려했다.

 

국세청 사회공헌, 새로운 차원으로 격상

 

국세청은 ‘이웃에게 사랑을, 국민에게 행복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국세청의 차별화된 사회공헌프로그램을 추진했다.

 

한상률 국세청장을 비롯해 정병춘 국세청 차장, 김갑순 서울청장, 조성규 중부청장, 국세청 국장 등 고위 간부들은 사회봉사단체인 ‘해비타트’ 사랑의 집짓기 행사를 통해 건축가로 변신하기도 했다.

 

‘타운미팅’을 통해 여과 없는 조직내 상하간 의사소통을 이끌어 냈으며, 부실과세 축소 등 세정쇄신이 전개됐다.

 

작년 가을 충남 태안 앞바다가 기름범벅이 됐을때는 한상률 국세청장을 비롯한 국세공무원들의 손길이 앞다퉈 모아졌으며, 이는 한 청장의 조직장악과 통솔력에 대한 하나의 상징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세정실무부문에서의 변화도 괄목할만한 수준이었다. 

 

‘고객 섬김으로 친기업적 세정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모토를 펴면서 납세자가 가장 껄그럽게 생각하는 ‘세무조사’분야에 획기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기업 친화적인 세정환경을 조성하고 동시에 경제활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세무조사 건수를 축소하고 세무조사 유예 및 면제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이와함께 ‘조사국 비노출’의 내부방침을 폐지하고 극히 일부를 제외한 조사국 직원들의 명단을 과감히 공개하는 등 세정 투명성을 위한 가시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는 납세자에게 조사국 비공개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국세청 내부적으로는 직원들간에도 의사소통의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는 여론을 수렴한 것이다.

 

 

납세협력비용축소, 인사안정, 유능인재 아껴  

 

한 청장은 납세협력비용의 획기적 절감을 추진하기 위해 한국세무사회, 한국공인회계사회, 리서치기관 등이 참여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납세협력비용을 주기적으로 측정해 과다하게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축소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함으로써 ‘세계 초일류 납세서비스 기관’이 되기 위한 노력이었다.

 

세계 초일류 납세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고객섬김’과 ‘성과지향’을 세정운영의 기본방향으로 설정했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 일환으로 국세공무원 교육원에서 민간기업의 경영기법인 ‘6시그마’와 ‘고객의 소리(Voice of Customer) 통합관리시스템’에 대한 우수사례를 전 직원이 공유하도록 했다.

 

인사의 공정성과 안정성 확보에도 애쓴 흔적이 많이 보인다. 승진인사나 전보인사때 능력과 지역안배에 고민한 흔적이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눈에 띈다. 지방청장 등 관서장의 조기이동을 가급적 피했다. 또 명예퇴직을 사실상 무용하게 만들어 '유능한 인재'를 아꼈다. 

 

기업들과의 대화채널도 '찾아가는 간담회'로 바꿨다.

 

해외에 나가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재국으로부터 부당한 세금대우를 받는 일이 없나를 가장 먼저 살피더라는 것이 기업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OECD주요국 고위급 대표회의’에서는  공격적 조세회피(ATP)를 이용한 역외탈세행위 방지를 위한 국제적 공조체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내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기업애로, '찾아가는 세정'으로 바꿔

 

한 청장은 또 직원 교육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전국 지방국세청을 순회하면서 국세공무원을 대상으로 ‘지식정보화시대의 국세행정 운영방향’이란 주제로 특강을 했으며, 참가인원이 올해 11월말 현재 1만5천여명에 달하고 있다.

 

한상률 국세청장은 “지식정보화 시대는 다양성과 개별성 등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새로운 가치를 세정현장에 접목시켜나갈 계획”이라면서 “이를위해 민간기업의 경영기법인 ‘6시그마’운동과 함께 ‘고객의 소리’(VOC)를 통해 그야말로 ‘고객지향적인 납세서비스기관’으로 발돋움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청장은 직원들에게 ‘서번트 리더십’이라는 도서를 선물로 주고, 조동화 시인의 ‘나하나 꽃되어’라는 시를 공유하면서 '위기'를 겪으며 흐트러졌던 국세행정을 하나로 집결시켜 나가고 있다.

 

또한 외국가수 ‘폴포츠의 인생역경’이야기 등을 주제로 대화하고 직원들과 ‘번개미팅’도 하고 가끔 오찬도 함께 하면서 하나된 조직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혼신을 쏟고 있다.

 

남아 있는 '업보'…신뢰회복 '답보' 큰 부담 

 

하지만 지나간 1년은 적지않은 과제도 남겼다. 왜소해진 국세청의 위상을 얼마만큼 세웠느냐' 하는 것과,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 등 해묶은 과제는 눈에 띄게 나아진 게 없다는 소리에 변변한 답을 찾기 어렵다.

 

이는 전임 청장들이 남겨놓고 간 상처가 '업보'가 되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한상률 청장 앞에는 남들이 겪어 보지 못했던 큰 과제 하나가 더 놓여있는 셈이며, 청장으로 재임하는한 그것을 풀어낼 책임이 그에게 있다. 

 

또 끈임 없는 '구애'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국세청에 대한 신뢰가 좀처럼 낳아지지 않고 있는 것도 큰 부담이다.    

 

한상률 청장의 2년차 국세행정 운용이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 궁금하다.

 

 

 



김영기 기자 ykk95@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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