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계장, 빽 한번 써봐" (38)

2007.04.03 08:39:04

창간 41주년 기념 기획연재 박찬훈(朴贊勳) 전 삼성세무서장

 

 

(24) 나폴리(Naples)와 폼페이(Pompeii)

 

(전략)…. 지금부터 세계 3대 미항(美港)이라는 나폴리를 거쳐 화산도시 폼페이를 구경하고 쏘렌토를 돌아올 계획이다.

 

…(중략) 저 섬이 아름다운 '카프리'섬이고 저기 아래로 보이는 항구가 바로 '나폴리'항이라고 설명한다.

 

하늘색 파란바다와 푸른 나무숲이 함께 어우러진 천연의 미항이다.

 

'나폴리를 못본 사람은 죽을 자격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나폴리는 어지러운 교통과 여기저기 쌓여 있는 쓰레기, 세계 각 국의 부호들이 다퉈 장만하려다 투기장이 돼 버린 별장지대 등등….

 

이제는 나폴리를 안보고도 얼마든지 죽을 자격이 있을 것 같다.

 

…(중략) 그러나 여기 나폴리 해변을 정장차림으로 뻘뻘 땀을 흘리며 아무 표정없이 걷고 있는 동양사람 몇명이 있다.

 

우리 일행인 누구누구다.

 

그날의 여행일정을 미리 좀 보고 분위기에 맞게끔 옷도 좀 입었으면 한다. 나폴리 해변에서나 알프스 산에서나 어디서나 할 것 없이 넥타이를 매고 나타나는 데는 정말 기가 찬다.

 

아마도 바닷가와 산을 경건하게 바라보기 위해서 그런가 보다.

 

말이 나온 김에 몇가지 더 지적하자.

 

기차나 비행기를 탈때 좌석에 앉기가 무섭게 신발을 벗어 냄새나는 양말을 내놓는 님들이 너무 많았다. 지적하면 오히려 화를 낸다.

 

또 아무데서나 침을 콱! 뱉어내는 습관은 런던이나 파리, 버스안이나 호텔 카페트 물불을 안 가린다.

 

그리고, 불평불만이 온몸에 가득 차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사사건건 무조건 불평과 잔소리다. '가이드' 못해 먹겠다는 소리를 여러번 들었다.

 

이런 사람 한둘만 있으면 그 여행은 엉망이 돼 버린다.

 

또 좀 조용해야 한다. 식당이나 커피숍에서 제발 좀 싸움하는 것처럼 큰소리로 떠들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놈의 방귀 좀 삼가셔! 특히 식사할 때는! 그게 뭐 호기를 부리는 겁니까?

 

일부러 힘을 줘서 소리 크게 만들려 인상까지 쓰면서 그러는 행동은 집에서 마누라 앞에서나 하셔! 제발 좀! 생리작용 좋아하네!

 

또 한가지 더 있다.

 

사람 스물한명에 카메라가 스물한대가 동원된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버스에 내리자마자 구경할 생각은 않고 증명사진부터 찍어댄다.

 

마치 '사진작가모임'처럼….

 

나폴리의 아름다움이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크게 차이가 나서 그런지 왜 이렇게 흥분하는지 모르겠다.

 

…(중략) '베수비오(Vesuvio) 화산'이 저 멀리 좌측에 보인다.

 

스파게티와 피자의 본고장인 이곳은 우리일행이 버스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옷소매를 잡아끈다.

 

"여기가 원조(元祖)요!"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중략) 이제 폐허의 발굴도시 폼페이 유적지를 찾아가 보자.

 

AD 79년8월 24일 오후 한시 정각. 폼페이는 더이상 하느님의 은총을 받을 자격을 상실해 버린 걸까?

 

그 날로부터 사흘 밤낮을 쉬지 않고 용암을 쏟아 1.5km나 떨어진 폼페이를 하나도 남김없이 삼켜 버렸다.

 

도자기를 굽다 죽은 사람, 목욕하다 당한 사람, 부엌에서 요리하다 당한 아주머니, 물마시다 죽은 말, 돼지, 용암을 피해 도망치다 당한 사람, 교미하다 당한 짐승들….

 

사람 스물한명에 카메라가 스물한대가 동원된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버스에 내리자마자 구경할 생각은 않고 증명사진부터 찍어댄다.

 

마치 '사진작가모임'처럼….

 

엉망진창 무지막지하게 당해 버렸다.

 

…(중략) 그 난리통에도 '베치의 집'은 건물과 정원까지도 피해가 없이 온전하게 남아있다. 부자집 망나니 '티부티누스의 집'에 그려진 벽화는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침실장면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었다.

 

식당 건물에는 이런 충고의 글도 적혀있었다.

 

'남의 아내에게 눈독들이지 말라'

 

사창가도 있었고 바로 그 옆에 약국도 있었다.

 

주로 성병약을 취급했다고 한다.

 

시기, 질투, 모함, 공갈, 협박, 독선, 위선, 탐욕, 사기, 부정, 사치, 방탕, 잔인, 악랄….

 

폼페이는 이런 용어들로 표현될 수 있는 인간들만이 살았던 곳이었을까? 생매장당한 그들 틈에 선(善)하고 정직(正直)한 사람들도 끼어 있을 것 같아 안타깝다.

 

아마도, 하느님은 선악(善惡)을 대충 구별 할 수 있지만, 정확하게 구분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생각됐다. 

 

하여튼, '베수비오화산'의 폭발은 1천900여년전의 생활상을 응고시켜 보관해 뒀다가 현재의 우리에게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자제와 검소의 교훈'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 같았다. …(후략)

 

(25) 스위스(Swiss)로

 

'Alitalia' 항공의 N43265호 항공기 192번 좌석에 앉아 유럽에서의 마지막 관광코스인 스위스를 생각해 본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중의 하나, 시계 등 정밀공업이 발달한나라, 국제적인 은행, 알프스 산 등등' 이제부터 현지확인을 해보자.

 

오후 여섯시 스위스에서 제일 큰 도시 취리히(Zurich) 공항에 도착하니 다른 나라에서 느끼지 못한 신선한 공기냄새가 난다.

 

그런 자연산 공기를 호흡한 탓일까?

 

지나가는 스위스 사람들의 모습이 모두 신선(神仙)같다.

 

유럽여행에서 놓쳐서는 안될 곳이 두군데가 있다.

 

로마와 스위스다. 로마에는 사람이 만든 유적이 있고, 스위스에는 자연이 만들어 놓은 대자연이 있다.

 

스위스는 국토 전체가 공원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들은 손수 가꾼 아름다운 공원에서 세계제일의 부(富)를 누리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6천$, 한마디로 인간답게 살고 있는 모습이다.

 

…(중략) '교회에 가는 대신 은행에 가라' 라는 그네들의 속담과 같이 그들의 경제활동은 은행과 밀접한 것 같았다.

 

그 작은 나라에 무려 4천700여개의 은행이 있다고 하니 국민 1천300명에 한개꼴이나 되는 셈이다.

 

세계 각 국에서 출처를 밝히지 못하는 검은돈에 대해 철저한 비밀유지의 대가로 오히려 예금주가 이자를 부담하는 소위 '부(負)의 이자(利子)'를 받고 있다.

 

… (중략) 현지 유학생 K와 C군의 안내로 우리 교포가 운영하는 음식점 '고려정'에서 저녁식사를 끝내고 난 후 마치 깔끔한 하숙집 같은 호텔 'Tivoli'에 짐을 갖다놓고 서둘러 시내 구경을 나왔다.

 

유럽의 어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밤이 되면 술집을 제외한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버려 거리는 한산하기 짝이 없었다.

 

중앙통인 '반호푸'거리에는 위대한 교육자 '페스탈로지' 선생의 동상이 서 있었다.

 

먼지 한점없는 거리를 산책하다 숙소로 돌아와 일찍 잠을 청했다.

 

내일은 바로 알프스산맥의 최고봉 '융프라우'에 가야 한다. <계속>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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