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조세법규의 복잡성
현행 우리나라의 소득세법은 무상이전시 보유기간 동안의 자본이득에 과세하지 않으면서, 이렇게 이전받은 자산의 양도시 취득가액을 상속일 및 증여일의 가액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소득세법 시행령 제162조제1항제5호).
동시에 이러한 규정체계의 허점을 이용한 조세회피행위가 발생할 여지가 존재해, 이를 줄이려는 규정을 두게 됐다. 즉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특수관계자간 증여후 양도를 통한 의도적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하는 규정(소득세법 제101조제2항)과 배우자간 증여후 양도를 통한 조세부담을 줄이는 행위를 방지하는 규정(소득세법 제97조제4항)을 함께 두고 있다.
그런데 소득세법 제101조제2항 규정은 자산의 가장증여(소득세를 부당히 감소시키기 위한 증여)가 아닌 진정한 증여행위를 통해 양도소득세 부담의 회피 또는 면탈이 이뤄지는 경우에 이를 규제할 이 없기 때문에 과세의 공평성이 깨어지게 된다.
그리고 소득세법 제101조제2항에서의 '…증여자가 그 자산을 직접 양도한 것으로 본다'는 법문은 문제가 있다. 양도자산의 진정한 소유자가 수증자인 경우에는 당해 자산의 양도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은 어디까지나 수증자에게 귀속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득이 귀속되지 않은 증여자에게 소득세를 과세하도록 하고 있는 위의 규정은 실질과세의 원칙 및 응능부담이라는 소득과세의 법리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이 두 규정들에 의하면, 수증자가 증여자의 배우자인지 또는 증여자의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 등인지에 따라서 취득가액의 승계 여부가 달라지게 하는데, 이는 합리적이지 못하다.
즉 수증자가 증여자의 배우자인 경우에는 양도과정에 개재된 증여가 가장증여인지 또는 진정한 증여인지에 관계없이 취득가액이 승계되지만, 수증자가 증여자의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 등에 해당하는 때에는 양도과정에 개재된 증여가 진정한 증여인 경우는 취득가액이 승계되지 않는다.
이처럼 이 규정은 그 입법취지는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면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조세 법규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다.
라. 부담부증여의 문제점
소득세법 제88조제1항 후문에 의하면, 부담부증여로 이전되는 자산은 증여가액 중 채무액의 비율에 의해 유상으로 이전되는 부분과 무상으로 이전되는 부분으로 나눠 과세상 취급을 달리 하고 있다. 여기에서 유상으로 이전되는 부분만을 양도소득세의 대상으로 하면서, 유상으로 이전되는 부분에 대한 양도차익은 모두 자본이득이 실현된 것으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증여자가 임차보증금 1억5천만원의 임차권이 설정돼 있는 시가 2억원의 아파트를 임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하면서 현금 5천만원을 지급하고 매수한 후, 아파트의 시가가 3억원으로 상승한 상태에서 이를 타인에게 증여하면서 위 임차보증금 반환채무를 그대로 인수토록 한 경우, 양도차익은 5천만원이 된다.
그런데 증여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부담부증여로 인해 얻게 되는 이익은 임차보증금 반환채무 면제(1억5천만원)뿐이어서 위 아파트의 취득가액(2억원) 중 일부만을 회수한 것에 불과해 아파트의 시가 상승으로 인한 이득을 취득했다고 볼 수는 없다.
반면에 위 아파트의 시가 상승으로 인한 이득(1억원)은 모두 수증자에게 무상으로 이전됐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수증자가 인수한 증여자의 채무액이 취득가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위 규정에 따라 양도차익을 계산해 보면 자산을 보유하는 동안 상승한 자본이득이 실현되지 않은 부분(5천만원)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세를 부담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미실현이득에 과세하는 결과가 되어 실현되지 않은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면제하고 있는 현행 소득세법의 체계와 상충되는 면이 있어 불합리하다.
결국 소득세법 제88조제1항 후문은 미실현자본이득을 실현된 자본이득으로 간주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단일한 재산권이전을 수반하는 법률관계의 평가를 이중으로 하게 되면, 상당한 조세회피가 가능하게 된다. 예를 들면 4천만원에 취득한 토지를 아버지가 아들에게 증여하면서 아들로 하여금 2천만원의 채무를 인수하도록 했다고 하자.
이 경우 아버지의 양도소득세 양도소득과세표준은 150만원이고 아들의 증여세 과세표준은 0이다. 반면에 순수한 증여라면 증여세 과세표준은 2천만원일 것이다.이처럼 부담부증여가 순수증여보다 세부담이 적어져 이를 이용한 조세회피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법상 실질주의는 조세평등주의를 전제로 하므로, 실질관계에서 동일하면 조세부담도 동일해야 할 것인데 현행법이 자산의 유상양도와 무상양도를 차별하고 있기 때문에 부담세액에서 차이가 나는 경우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1억원에 자산을 취득한 자가 1억8천만원으로 시가가 상승된 상태에서 1억5천만 원에 매도하거나, 1억5천만원의 채무변제를 위해 채권자에게 대물변제하거나, 1억5천만원의 채무를 수증자에게 인수시키면서 증여한 경우그 이전으로 인해 얻는 이득은 모두 동일하나 그 부담세액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