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근 회장 체제의 한국세무사회가 4월27일 출범했다. 조용근 회장은 이제 자신이 회원들 앞에 제시하고 약속했던 '공약'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면서 청사진을 그려놓았을 것이다.
그런데 세무사계를 둘러싼 작금의 상황은 썩 좋은 형편이 못되고 있는 같다. 우선 회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의 하나인 '성실납세제도' 문제가 국회로부터 터져 나왔다. 이미 '끝난 일'로 알았던 일이 다시 돌출되는 과정을 보면서 회원들은 많은 감상을 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근거과세를 해친다는 대의명분은 이제 한낱 구호로 전락하고 말았고, 정치권과 유관부처 등을 향한 원망과 불신까지 겹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조용근 회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회원은 없을 것이다. 국회에서 재론될 당시와 그 이전, 그는 회무를 챙기는 신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조용근 회장은 전임 회장의 뜻과 회무를 상당부분 계승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임 회장 역시 최선을 다했다는 부분에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일에는 역시 상대가 있고, '완승'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이는 특정인의 노력과 능력을 초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용근 회장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회원들을 하나로 묶는 화합을 먼저 이끌어 내야 한다. 지루하게 끌어온 세무사계의 내분문제는 이제 여러 직능단체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주목을 받는 상황까지 되고 말았다.
외부에서 볼때 회원들끼리 회무와 관련된 일을 놓고 서로 고소·고발을 하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돌아다니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겠는가를 생각해 보면, 실로 부끄럽고 허약한 단체로 낙인찍히기에 딱 좋은 상황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회원들끼리 회무와 관련 싸움질하는 회에 누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격려와 도움을 주려 하겠는가. 지금이라도 이해당사자들의 대승적인 자세가 절실한 시점이다.
또 대외교섭력의 실질적인 확충이다. 단순히 자금력 하나로 회력(會力)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회장단 등 회 집행부 대외활동을 회원들이 충분히 지원하고 있는가 하는 부분에는 냉철하게 생각해볼 점이 적지 않다고 본다.
현재 세무사회 회장은 보수(월급)를 받지 않고 있다. 활동비 명목으로 월 500만원 받는 판공비가 전부다. 이 판공비는 회원 7천500명을 두고 있는 회장으로서 경·조사비에도 부족하다는 것이 전직 회장들의 공통적인 전언이다. 규모가 비슷한 다른 직능단체와 단순비교를 해 보면 판공비가 5분의 1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거의 모든 대외 협상력은 '활동비'와 비례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것이 현실 아닌가.
직능단체의 힘은 재력에 달려 있다고 보는게 현실론적 정답이다. 그런데 세무사회는 애초부터 재원의 조달구조가 지극히 열악한 형편이다. 재원을 구성하는 주 수입원이 기본 회비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루 빨리 수입원의 다양화를 꾀하는 동시에, 실적회비의 인상문제도 검토를 미룰 일이 아니라고 본다.
실적회비는 현재 0.25%인데, 동업계인 공인회계사회는 그 4배인 1%이다. 이 문제는 회원들에게 부담이 된다 하여 그동안 유수의 회장들이 필요성은 절실히 인정하면서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싫다'는 격으로 말을 꺼내지 못했던 부분이다. 이제는 회원들도 이 문제를 당장 얼마간의 비용이 늘어난다고만 여길 것이 아니라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투자한다는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본다.
위에서 적시한 사안들은 조용근 회장에게 주어진 매우 현실적인 과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