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종합소득세는 '96년 이후 세율이 인하되고 공제가 확대됐지만 세율과표구간은 종전 체계(0∼1천만원, 1∼4천만원, 4∼8천만원, 8천만원 초과)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물가상승에 편승해서 인위적으로 세수를 증대하려는 의도가 섞여 있다는 등, 다분히 감정적인 주장이 표출되는 경우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지난 10여년 동안의 물가상승 및 소득 증가를 감안할 때 세율구간이 고정돼 있었다는 것은 일견 분명히 문제를 제기할만한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소득세 부담은 세율구간뿐만 아니라 각종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감면, 세율수준 등에 따라 종합적으로 결정되는 만큼, 다른 요인의 변화를 무시하고 세율구간에만 초점을 맞춰 불합리함을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왜냐하면 명목세율구간이 고정돼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요인이 변함에 따라 실질세율구간이 변화했고, 또한 그런 변화가 명목세율구간을 고정시킴에 따른 효과를 완전히 상쇄해 버렸다면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과연 종합소득세의 세율구간을 포함해서 종합소득세의 실효세부담 수준이 과연 상승했는지의 여부를 살펴본다. 만약 그렇다면 그 요인이 실질소득 증가에 의한 따른 누진과세적 성격으로 인한 자연발생적인 것인지 아니면 물가상승에 따른 명목소득의 상승효과를 이용해 실질적으로 증세효과를 얻은 것인지의 여부도 논한다. 만약 물가상승을 통해 실질세수를 증가시켰다면 이는 종합소득세가 물가세로서 기능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먼저 지난 10여년간 세율구간을 비롯해 소득공제 수준과 공제율, 세율수준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면 종합소득세가 물가세로서 기능했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종합소득세율의 인하(10∼40%→8∼35%), 근로소득공제(예: 공제한도 800만원→무제한), 보장성보험료 공제(한도 50만원→100만원), 의료비특별공제(한도 100만원→500만원) 등의 확대, 신규 소득공제의 도입(예: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등) 등의 제도변화가 있었다.
확대된 소득공제로 인해 과표의 베이스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에, 과표기준의 세율과표구간이 고정돼 있었다고 하더라도 소득금액으로 환산해 본 세율구간은 상향조정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것만으로 종합소득세가 물가세로서 기능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물가세 효과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소득세 실효세부담률의 변화 등과 같은 간접적인 증거자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5월 현재 2006년도 종합소득세 신고가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2006년에 소득세 부담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므로 1996∼2005년 동안의 소득세 부담 변화를 살펴보자.
도시 가계조사자료를 이용해 근로소득세와 사업소득세를 모두 포괄한 종합소득세의 실효세부담률을 추정해본 결과, '96∼2005년 동안 실효부담률이 2.9%에서 3.4%로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효세부담률의 상승은 주로 고소득층에서 관찰됐으며 중·저소득층에서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
최고소득층인 10분위 경우에는 실효세부담률이 5.6%에서 6.4%로 상승했지만, 중소득층인 6분위는 2.2% 수준, 최저소득층인 1분위는 0.2∼0.3% 수준에서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지난 10년간 종합소득세의 부담구조는 좀더 누진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소득유형에 따라 실효세부담률의 변화를 구분해서 살펴보면, 근로소득세의 경우 2.86%에서 2.84%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반면에 자영업자에 대한 사업소득세의 경우에는 3.45%에서 4.9%로 실효세부담률이 크게 상승했다. 그러므로 지난 10년간 종합소득세의 실효세부담률이 상승한 것은 사업소득세의 실효세부담률의 상승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에 대한 소득포착률이 50% 초반대에서 60%대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사업소득세의 실효세부담률 상승은 상당부분 소득포착률의 상승, 즉 과표양성화 효과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사업소득세의 경우 소득공제의 확대 정도가 근로소득세에 비해 작았기 때문에 사업소득세 측면에서 물가세의 효과가 일부 있을 수도 있다.
근로소득세의 경우에는 실효세부담률의 변화가 거의 없어 지난 10년간 물가세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사업소득세의 경우에는 과표양성화를 통해 실효세부담률이 크게 상승했으며 물가세에 의한 부분은 작은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사업소득세의 경우 물가세 효과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자영업자에 대한 과표양성화가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과연 그것을 물가세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만큼 핵심적인 논란거리는 되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지난 10여년 동안 종합소득세가 물가세로서 기능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소득세제가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체계를 지향한다면, 세율구간을 묶어두고 공제를 확대하는 방식보다는, 공제와 세율구간을 적절히 배합해 함께 조정해주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