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계장, 빽 한번 써봐" (52)

2007.05.25 09:42:46

창간 41주년 기념 기획연재 박찬훈(朴贊勳) 전 삼성세무서장

57. 유유자적 예산생활

 

지청장님과 교도소장님 그리고 나, 셋 이는 매주 수요일 오후 네시만 되면 용봉산 밑에서 만나 산행(山行)을 하고 덕산온천 쪽으로 내려와서 목욕하고 저녁을 먹고 헤어진다.

 

군수, 경찰서장 등 다른 기관장들도 거기에 합류하기를 원했으나 인원이 많아도 문제가 된다면서 허락하지 않았다.

 

수덕사는 덕산온천을 지나 갈산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거기에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님으로 계시다가 작년에 타계를 하신 법장스님이 수덕사 주지스님으로 계셨다.

 

법장스님과 오 의원, 그리고 예산지역 각 기관장들이 함께 모여 지역문제를 논의하면서 친목을 다지고자 그때까지 없었던 기관장 모임을 만들었다.

 

모임의 명칭은 법장스님이 '덕문회(德門會)'라고 지어 오셨다.

 

스님의 제의로 모임날에는 재미있는 유머나 우스갯 소리, 농담 등을 돌아가면서 하나씩 발표하도록 하여 그날은 웃음과 해학이 넘치는 모임이 됐다.

 

법장스님이 주로 음담패설을 많이 발표하셨다.

 

나중에 내가 근무하던 구미에까지 스님이 직접 쓰신 글을 가지고 방문을 해주셨다.

 

예당저수지가 거기 있다.

 

그곳은 내가 낚시에 빠져들기 시작한 70년대 말부터 최소한 한달에 한번은 다니던 저수지이다. 낚시터 관리인인 대흥리의 백○○씨, 동산교 부근의 이○○씨, 물 건너 맞은편에 있는 박○○씨 등 내가 가면 언제든지 반가히 맞아주는 분들이다.

 

그중에서 나는 백씨 집에 주로 가는데 그와 사귄 기간이 벌써 30년이 넘었다. 7급 시절이었는데 그때도 나보고 "박형 예산서장으로 와!"하던 말이 씨가 됐는가 보다.

 

정말로 오게 됐다 하니 무척 반가워 했다.

 

그날로 나는 낚시가방을 백씨 집 좌대에 놓아두고 퇴근하기가 무섭게 그리로 달려갔다.

 

진짜로 낚시 한번 신물나게 해보자 하면서….

 

경찰서 교통계에는 '김○○' 순경이 있다.

 

나는 그에게 속도 위반으로 걸려 벌금도 많이 냈다. 예당저수지로 낚시를 올 때마다 김 순경은 큰 나무 뒤에다 오토바이를 숨겨놓고 위반차들을 잡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미웠지만 단골이 되고 난 후에는 그와는 정이 많이 들었다.

 

한번은 그 친구가 큰 나무 뒤에 오토바이를 숨겨놓고 숨어 있을 거라 예상을 하고 속도를 줄였다.

 

내가 하는 낚시와 그가 하는 낚시는 마찬가지다.
다만 내가 하는 낚시는 그래도 양심이 있어 미끼를 달았고, 그가 하는 낚시는 아무것도 달지 않은 것이 달랐다.

 

내가 하는 낚시와 그가 하는 낚시는 마찬가지다.

 

다만 내가 하는 낚시는 그래도 양심이 있어 미끼를 달았고, 그가 하는 낚시는 아무것도 달지 않은 것이 달랐다.

 

오늘은 김순경이 좀 많이 잡은 것 같다.

 

검은 선그라스, 하얀 헬멧, 긴 장화구두, 멋있게 생긴 인상, 한마디로 폼을 한껏 내고 있었다.

 

나는 그 옆으로 가서 차를 세웠다.

 

"어이 김 순경! 안녕하시오?"

 

"또 낚시왔어요?"

 

"그런데 김형, 속도위반 딱지 하나 끊어주셔!"

 

"왜 그래요?"

 

"천안에서 도고로 오는 길에 60킬로 지점에서 100킬로를 놓아 속도를 위반했으니 끊어주시오"하고 자수를 했더니 자기가 못 봤으므로 그렇게는 안 된단다.

 

해장국 사먹으라 했더니 예당저수지까지 에스코트를 해준다.

 

그렇게 김 순경과 나는 친해져 있었다.

 

경찰서장을 만나는 자리에서 김 순경 얘기를 하며 정말로 강직하고 바른 경찰이라고 칭찬을 해줬다.

 

정보계에 근무하고 있던 김 순경이 나를 찾아왔다.

 

"아이구! 서장님이시구먼유. 그동안 죄송했습니다."

 

김 순경은 내가 거기 근무하고 있는 동안 많은 도움을 줬다.

 

예산서에는 '김무남' 과장이 있었다.

 

천안토박이 김 과장이 자기가 빌려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오늘 저녁을 각 과장님과 같이 하자고 했다.

 

그는 인상도 좋을 뿐만 아니라, 무슨 일에도 적극적이며, 매너 또한 배리 굿이었다.

 

자기 집사람이 내려와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날 우리는 술도 좀 먹고 화투도 치면서 밤 11시가 넘어 관사로 돌아왔다.

 

은근히 집사람이 괘씸한 생각이 든다. 벌써 예산에 내려온지 한달이 넘었는데 관사가 어떻게 생겼으며, 밥은 어떻게 먹고 잠은 어떻게 자고 있는지 궁금하지도 않은가?

 

무관심함에 기가 찬다.

 

<계속>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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