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의 최근 국가진단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국민의 정부때 대대적인 개혁노력으로 규제의 량이 획기적으로 줄었으나 최근 참여정부 들어와서 다시 정부의 규제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규제혁파의 성과를 대서특필하고 한국의 성공사례를 보라던 OECD가 이제는 다시 경고음을 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요요현상일수도 있고 필요한 규제는 당연히 질적인 수준이 강화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정부보다 일 잘하는 정부를 표방하는 현정부 들어 규제의 수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냉철히 규제의 수준을 따져봐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밀튼 프리드만의 이야기를 빌지 않더라도 경제학의 제1법칙인 공짜점심은 없다는 원리는 참 맞는 이야기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국민들은 누구나 공감하면서도 일상생활에서는 자주 잊곤 한다.
직접적으로 내 주머니에서 세금으로 납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민감하면서도 간접적으로 정부의 규제로 인한 비용부분에 대해서는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소득세,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직접적인 부담에는 예민하지만, 영화관람이나 야구경기장 입장에 포함돼 있는 부가가치세 부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둔감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정부 규제로 인한 국민부담은 조세부담의 수준에 못지않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다. 정부가 환경오염을 적정한 수준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으로 정부가 투자를 통해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의 수준을 낮추기 위한 사업을 벌일 수 있다. 정부예산서의 세출부분에 프로그램, 단위사업, 세부사업으로 나타나는 부분이다.
또다른 하나의 방법은 정부가 말로 하는 것이다. 법이나 규정, 지침 등을 통해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벌금을 물리거나 인허가를 취소하는 등의 벌칙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규제를 지키기 위해 기업은 경제적인 비용부담을 추가적으로 하게 되고 이는 종국적으로 그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올린다는 점에서 이를 소비하는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둘 중 어느 수단이 더 나을까? 직접적인 조세징수를 통한 정부의 사업과 규제를 통한 간접적인 목표의 달성은 대체적인 관계에 있으며 어느 정책수단이 더 나은가는 사안별로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규제의 비용에 대해 국민들이 체감을 못한다는 점에서 실제 부담하는 비용은 생각보다 매우 클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이러한 규제로 인한 국민부담이 국민소득의 1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규제를 지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편익의 분석이 상대적으로 덜 정교하고 불합리한 부분을 감안해 우리나라의 경우 이보다 조금 더 높게 잡아야 한다. 결국 세금과는 별도로 100조원이 넘는 비용이 정부규제를 순응하는데 들어간다는 이야기며 이를 감안해 정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규제도 또다른 형태의 세금이다. 세금부담을 감안해 쉽게 정부가 말로 행정을 하려해서는 안된다. 규제 하나하나를 일몰법에 의해 신설 당시의 규제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당장 내 주머니에서 보이는 돈이 나가는 것만 신경쓰다 보면 느끼지 못하는 동안 조용히 사라지는 우리의 경제력에 대해서는 망각하기 쉽다.
그래서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조세지출예산제도와 함께 규제예산제도를 도입하려 하는 것이며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가재정법의 개정으로 조세지출예산제도, 즉 세금감면에 대해 세출과 같은 수준의 심의를 하도록 규정한 것과 맥을 같이 해 이제는 규제에 대해서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그 비용부담을 심도있게 논의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