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는 삼층의 빈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문제였다.
평소에 각과 사무실에 가보면 간혹 책상에서 졸고 있는 직원의 모양은 참으로 보기가 흉하다.
'그래! 직원들의 휴식공간을 한번 만들어보자'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으나 예산이 없다.
돈이….
지방청에 아무리 얘기 해봐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나는 본청 경리과에 직접 로비(?)를 했다.
그리고 필요한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세가지 일을 다가오는 '세금의 날'에 때맞춰 완공을 하고 싶었다.
각 과장들과 전 직원들이 합심해 그 일에 뛰어들었고 결국 우리는 예정일자를 넘기지 않고 완공을 할 수 있었다.
'94년3월3일 세금의 날이었다.
나는 관내 각급 기관의 관서장과 국세청에서 퇴직하신 구미 선산지역에 거주하는 선배님들, 그리고 세금의 날 수상자를 초청해 직원 휴게실과 민원실, 구내식당 OPEN 기념식을 거창하게 열었다.
테이프 컷팅을 하면서.
우리가 작년에 했던 업무성과도 괄목할만하게 수직상승을 했다.
매년 심사분석에서 120위권에 머물던 구미세무서가 7위인가 4위인가 잘 기억이 나지 않았으나 엄청 뛰어올라 우수관서로 국세청장 표창도 받았다.
직원휴게실.
60여평 휴게실 바닥은 카펫회사에 연락해 수출하다 불량으로 클레임이 걸린 것을 얻어 깔았고, 정면의 단상은 직원들이 나무로 짜서 무대를 만들고 거기다 붉은색 천을 덮어씌우니 거저 그만이다.
단상에는 노래방기계와 음향시설을 갖춰놓았고 병풍을 기증받아 올려놓으니 금상첨화다.
천정 형광등은 분위기가 좋지 않아 간단한 샹데리아로 갈아치우고 창문에는 꽃무늬 커텐을, 바닥에는 안락의자를 이리저리 갖다 놓아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분위기 좋고, 시설 좋고, 일도 잘하는 구미세무서.
지방청장님 순시때 수행을 나온 지방청 K과장은 "이런 세무서에서 한번 근무해 봤으면 원이 없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면서 부러워했다.
그리고 뒷면 벽에는 책장을 여러개 갖다 놓았다.
당시 지역 국회의원이셨던 '김윤환'씨와 '박세직'씨, 그리고 '김제학' 구미시장님은 책장에 넣을 책을 사라고 금일봉을 내놓으셨다.
나는 서울집에 왔다 구미에 내려갈 때에는 집에 있는 헌책들을 가져다 놓았고 직원들도 모두 한마음으로 그렇게 했다.
망년회도, 직원의 생일축하 파티도, 각종 회식도 모두 휴게실을 이용했다. 청사 주변에 민가가 없었으므로 노래방 기계소리를 아무리 크게 틀어도 괜찮았다.
따라서 구미서 직원들의 노래실력은 가수 뺨을 칠 정도였다.
직원 조회시간에 이렇게 말한 기억이 난다.
"체납정리 실적도 여러분의 노래방기계 점수만큼 올려주기 바랍니다."
'본 휴게실은 우리들의 정성을 쏟아 만들어진 우리 모두의 휴식공간입니다. 전국 어느 관서에도 없는 유일한 시설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우리집, 내방, 내 물건 같이 아끼며 소중하게 이용합시다.'
이런 팻말을 휴게실 입구에 붙혀 놓았다.
민원실.
그때 넓힌 민원실은 아마도 전국에서 몇 번째 갈 정도로 넓고 훌륭했다. 제대로 된 표시판을 만들어 붙이고 친절하고 우수한 직원을 배치했다.
어느 모임에서 우리 민원실을 칭찬하는 소리를 가끔씩 들었다.
구내식당.
창문을 새로 갈고, 모든 벽면을 아이보리 색으로 페인팅하고, 식탁과 의자 주방용품 일절을 모두 바꿨다. 여직원회에서 당번을 정해 운영을 했는데 직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점심시간 틈틈이 여직원들은 사무실 앞마당에서 직원들에게 끓여줄 쑥을 뜯고 있는 모습에서 순수한 정을 느꼈다.
그리고 일과후에 직원들의 체력단련을 위해서 테니스장에 나이트 시설도 해줬다. 나는 직원들이 좋아하는 것을 볼 때마다 참으로 잘 했구나! 희열을 느꼈다.
분위기 좋고, 시설 좋고, 일도 잘하는 구미세무서.
지방청장님 순시때 수행을 나온 지방청 K과장은 "이런 세무서에서 한번 근무해 봤으면 원이 없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면서 부러워했다.
구미지역 어느 기관에서나 어느 세무서에서도 부러워하는 관서가 됐다고 자부한다.
63. Golf 에의 입문
구미에 온지 일년이 다 되어간다.
우리나라 50대 아마추어 중에서는 골프를 제일 잘 친다는 '이○○'씨가 선산 골프장 못 미쳐 Golf 연습장을 오픈했다.
이때부터 그 님의 족집게 코치를 본격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그분은 당시에 전국 아마추어 골프대회에 출전해 수없이 우승하는 등 실력이 대단했다. 연습장 클럽하우스에는 그동안 받은 트로피를 진열해 놓았는데 삼백개는 족히 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