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일원에서 골프 친다는 사람들이 그분과 같이 한번 라운딩하는 것을 행운으로 생각할 정도였다.
그분과 나, 그리고 제주도에 있는 '임○○'씨 세명은 서로 뜻이 맞아 의형제(義兄弟)를 맺고 '임○○'님이 큰형, '이○○'님은 둘째, 내가 막내가 됐다.
'이○○'님은 구미공단관리본부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늦게 배운 골프에 빠져 사표를 쓰고 코치도 없이 자력으로 책과 비디오를 이용해 연습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폼은 좀 이상한데도 공은 귀신같이 잘도 쳤다.
특히 이 형님은 벙커샷은 누구보다도 잘 쳤는데 그것은 트럭에 골프공을 가득 싣고 낙동강변에 가서 강물을 가로지르는 연습을 몇년동안 했단다. 지금은 김천에서 연습장을 경영하고 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했나?
골프금 지령이 내려도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그런 지시는 잘 듣지 않았다. 골프 치다 걸려 그만둔다면 불명예 제대는 아니란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걸리면 작살이 나기 때문에 골프 빽에는 '김해영'이란 가명(假名) 명찰을 달고, 모자를 깊이 푹 눌러 쓴데다가, 짙은 색안경을 끼었더니 위장은 좀 된 것 같다. 그리고 클럽하우스에는 가급적이면 들어가지 않는 등 대비를 했다.
하루는 직원들과 세무서 뒷편에 있는 코트에서 테니스를 치다가 공을 찾으려고 정원수를 이리저리 들추고 있었는데 테니스공은 보이지 않고 그 대신 오래돼 때묻은 골프공 몇개를 찾게 됐다.
'옳거니, 여기 청사마당 잔디에서 연습을 했던 사람이 있었구나!'
나는 그걸 알고 난 후에는 새벽에 청사 뒷뜰 잔디밭에서 가끔씩 아주 비밀스럽게 칼을 갈곤 했다.
그날도 피칭으로 어프로치 연습을 하고 있는 도중 직원 기숙사의 쓰레기를 치우러 온 시청청소 차량에게 들켜버렸다.
미처 피할 겨를이 없었다.
'세무서장이 새벽에 세무서 잔디밭에서 골프연습을 하더라'는 소문이 나게 생겼다. 큰일났다.
나는 수고 많다며 인사를 하고 해장국이라도 사먹으라 하면서 조금 사례를 했다. 그들은 극구 거절하다가 못 이기는 척 받아갔다.
그 뒤에 소문이 이렇게 바뀌어 나타났다.
'세무서장 참 부지런하더라. 새벽에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더라.'
약발이 역시 좋았다.
나는 그래도 연습장이나 청사 뒷뜰에서 연습을 하지만, 누구는 남의 집에서 연습을 하는 사람도 있다.
스윙을 하다 집 천장에 구멍을 내놓고서도 아직까지 보상도 안 해준다.
내가 머리를 처음 올린 날이 '94년 7월이다.
그리고 딱 1년2개월만인 '95년 9월에 싱글 스코어를 여러번 쳤다.
그리고는 척추관협착증으로 그해 12월에 수술을 하고 난 후에는 지금까지 '비기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누구는 나를 보고 골프에 미쳤다 하지만 그런 시절은 벌써 지나간지 오래다.
승객도 내려오더니 기사와 합세를 하며 범퍼를 교체하려면 100만원도 더 든다고 한다.
서울번호판을 보고 촌놈들이 서울 놈을 봉 잡으려 하는 것 같았다.
지금은 골프가 별로 재미가 없다.
왜냐하면 열만 받고 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캐디 언니들도 많이 울렸고 골프채도 많이 던져 봤으나 지금은 늙어서 그런가? 그것도 싫증이 나고 별 재미가 없다.
그만큼 성숙해졌다고나 할까.
그래도 나하고 공치면 재미는 있을 거여. 기회있으면 불러주소.
컨디션이 좋을 때는 80대 초반까지 치다가 어떨 때는 100개도 넘게 칩니다. 그러나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곧 죽어도 핸디 달라는 소리는 절대로 안합니다.
그래서 제가 잘 얻어터집니다.
돈 따서 골프장갑 하나 사려고 벌써 7년 8개월전에 계획을 세웠는데도 아직 못 샀습니다.
현충일 날이었다.
기관장은 임지를 벗어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지방청에서 연락이 왔다.
어이쿠! 이 형님과 선산골프장 가기로 부킹이 되어 있는데….
오늘 머리를 얹어준다고 했는데….
미치겠구먼.
낙동강 다리 건너에 세워져 있는 충혼탑에서 추모행사를 하고 나니 별 볼일이 없다. 관사에 돌아와 늘어지게 한숨자고 나서도 겨우 오후 한시밖에 되지 않았다.
연습장에나 가볼까? 형곡동으로 차를 몰았다.
신호를 기다리며 멈춰 서있었는데 앞에 서있던 영업용 택시가 출발한다. 나도 따라 출발을 했다.
쾅! 그냥 앞차를 받아버렸다.
비몽사몽 마치 서있는 차가 마치 달리고 있는 걸로 착각을 한 것이다. 택시의 뒷 범퍼가 약간 들어갔다.
기사가 내려오더니 이걸 고치려면 돈이 많이 든다면서 인상을 쓴다.
승객도 내려오더니 기사와 합세를 하며 범퍼를 교체하려면 100만원도 더 든다고 한다.
서울 번호판을 보고 촌놈들이 서울놈을 봉 잡으려 하는 것 같았다.
그냥 쉽게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명함을 주고 얼마가 들던지 빨리 고치고 연락을 하라고 했다.
연습이고 뭐고 포기하고 관사로 돌아와 다시 늘어지게 잠을 자버렸다.
세무서장 명함을 준 효과 때문인가 보다.
택시기사는 범퍼를 교체하지 않고 반듯하게 펴서 그냥 써도 괜찮다면서 수리비로 5만원을 요구했다. 나는 하루 일당도 덧붙쳐 줬더니 몇번이고 감사를 연발했다.
이런 손해는 누구에게 배상을 받아야 하나?
또 자자.
멀쩡한 사람 관사에 붙들어 두고 이게 뭐람!
저녁 밥 먹고 또 자버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