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계장, 빽 한번 써봐" (63)

2007.07.03 09:29:23

창간 41주년 기념 기획연재 박찬훈(朴贊勳) 전 삼성세무서장

감찰에 걸려 확인서를 썼던 직원을 앞으로 나오게 했다.

 

나는 그에게 당장 사표를 쓸 것인가 아니면 전 직원에게서 돌아가면서 한대씩 얻어맞겠는가?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 했다.

 

그는 머리를 푹 숙이고 있다가 "사표를 쓰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래! 그럼 해산!"

 

나는 서장실로 K를 불렀다.

 

너무 강한 처방을 내린 것이 후회도 되고 K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K형, 정말로 사표를 낼 거요? 군기 잡으려고 내가 좀 강하게 했는데 굳이 사표까지 낼 필요는 없어요"하고 말했다.

 

그는 몇년전부터 친척이 하는 전자회사의 상무로 들어오라 해서 지금까지 망설이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리로 가겠다고 했다.

 

직원들의 정화에 대한 의지가 너무 미약하다. 특히 우리 서가 문제가 심각하다. 뭔가 경종을 울려줘야만 한다. 우리 서를 살리는데 K형이 그리로 가는 김에 희생타가 좀 되어 달라.

 

우리 서를 옳게 만들고자 하는 나를 좀 도와달라고 하며 K를 달랬다.

 

그날 K는 사표를 냈고 나는 즉시 지방청으로 진달을 해버렸다.

 

우리 직원들은 많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정말로 그렇게 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직원들은 정신이 바짝든 모양이었다.

 

그 이후에는 교호감찰에 걸려 물의를 일으키는 직원이 없었다.

 

정말 그 이후로는 마음이 좀 놓였다.

 

다리 좀 쭉 뻗치고 잘 수 있을까?

 

그래도 불안하다. 요즘은 좀 어떤지….

 

감찰 얘기가 나왔으니 한마디만 더 해야 하겠다.

 

국세청 감찰기능이 다른 부처에 비해 강력하고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거기 근무하는 직원들의 고충 또한 클 것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감찰부서도 국세청 조직이고 근무직원 또한 국세공무원이라면 자기 조직을 보호하고 자기 직원을 보호하는 것에 기본이 돼야 한다고 본다.

 

특히 우리 직원에 대한 진정 투서가 접수되면 진정인의 말만 전적으로 믿을 게 아니라, 먼저 우리 직원의 입장에서 사건 처리에 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직원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진정투서가 모함인지 사실인지를 제대로 확인해야 된다.

 

국세청을 나와 보니 직급을 불문하고 직원 한사람 한사람이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동안 월급주고 수당줘서 어렵게 키운 국세전문인을 누가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받은 금품의 액수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그가 해온 행동도 중요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신한 직원이 까딱 한번 실수한 것이라면 선처를 해줘야 합니다.

 

투서 내용이 모함이라면 당해 직원을 대신해 고발이라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게 모함이라고 밝혀지면 그걸로 끝을 내야지 다른 걸 찾아 작살내 버리는 경우가 만에 하나 있다면 그런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여러 직원들로부터 들은 소리를 전달한 것이다.

 

68.  세금도둑

 

'94년 8월초 천안에 오자마자 본청 감사관실에서 양도등기자료 점검 결과 고의적이고 정도가 심한 직원들을 고발하도록 지시가 왔다.

 

거기다가 부제(副題) 웃긴다.

 

'전임서장이 감춘 것을 신임서장이 들춰내'

 

이런,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천안서에서는 5명이 여기에 해당됐는데 전국랭킹 1위란다.

 

셋은 그만둔 직원이고 둘은 다른 서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나는 직접 천안 지청장에게 가서 고발의 취지를 설명하고 극도로 보안을 지켜달라고 부탁을 드리고 접수를 했다.

 

접수를 하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인천지역에서 '지방세 세금도둑' 사건이 터져 연일 언론에서 떠들며 대서특필을 하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이런 시기에 우리가 고발한 내용이 행여 신문에 보도라도 된다면 도매금으로 같이 넘어갈 것이 뻔하다고 생각했다.

 

지청장님에게 즉시 달려갔다. 일전에 접수한 고발장을 인천지역 세금사건이 잠잠할 때 착수를 해달라고 부탁드렸고 지청장님도 적극 협조를 해주셨다.

 

한달 보름이 지난 9월말 경이었다.

 

지청장님이 지난번 접수한 건을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하신다.

 

거기도 심사분석이 있는데 3/4분기 마감달이라 미제사건이 많으면 안 된다나.

 

나는 착수하되 천안경찰서 형사들을 동원하면 소문이 금방 날 것 같아서 온양경찰서 직원을 동원하도록 부탁을 드렸다.

 

나는 어자피 보도는 될 것이라 예상을 하고 지방지와 중앙지 주재기자분들을 모두 만났다.

 

그리고 사실내용을 설명하고 난 후, 자기 직원을 고발하면서까지 정화하려는 국세청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줄 것과 언론보도로 여론재판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그들은 다른데 보다 자기들이 먼저 보도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줬다. 그런데 부탁에서 빠진 단 한군데가 있었다.

 

M방송 지국장이 도통 만날 수 없었다. 그의 집까지 찾아가서 부인에게 물어봐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날 오후 M라디오에서 처음 보도가 나오기가 무섭게 다른 신문과 방송에서도 따라 보도하기 시작했다.

 

나는 마치 내가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창피했고 천안시민들을 대할 면목이 없었다.

 

어쩌겠나! 사실인데….

 

그러나 그들은 경제면 하단에 아주 짧게 보도해 줬다.

 

총무과장이 신문 한 장을 들고 서장실로 황급히 들어온다.

 

"그게 무엇입니까?"

 

천안지역 지방신문이었는데 1면 전체를 그 사건으로 도배질을 해놓았다. 제목을 보니 참을 수가 없었다.

 

'천안에서도 세금도둑'

 

글자 하나가 주먹만했다.

 

거기다가 부제(副題) 웃긴다.

 

'전임서장이 감춘 것을 신임서장이 들춰내'

 

이런,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계속>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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