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어떤 국장님은 드라이로 크지도 않은 고추를 말리거나 항문을 건조시키고 있다. 보기가 싫었지만 누구하나 말도 못하고 나보고 어떻게 좀 해보란다.
그날도 거기를 말리고 있었는데 내가 알아듣도록 타일러 줬다.
"국장님! 거기 붕알 있는데 드라이로 절대 말리지 마세요!"
"왜요?"
"그곳에는 말입니다. 일정한 습도가 항상 유지돼야 해요."
"내 친구가 드라이로 똥구멍 말리다가 마른 버짐이 퍼져서 아직도 고생을 하고 있어요! 잘못하면 큰일납니다."
그렇게 말해줬더니 다시는 그걸로 거길 말리지 않았다.
나는 구내 목욕탕의 규율부장이 돼 있었다.
나도 담배를 피우지만 담배꽁초를 길에 함부로 버리는 놈들 내게 걸리면 국물도 없다.
한번은 삼성동 사거리에서 신호를 대기하고 있는데 앞에 서 있는 차를 운전하던 아가씨가 꽁초를 길에 홱 던진다.
나는 얼른 차 문을 열고 그 꽁초를 주워서 차안으로 던져넣었다.
"이봐요! 이러면 안돼!"
"너 같은 인간들 때문에 담배 피우는 사람 다 욕먹어!"하면서 심하게 꾸중을 해줬다.
그후 어느 날, 우리 사무실 부근에서 앞차를 운전하는 녀석이 또 꽁초를 버렸다. 습관적으로 나는 문을 열고 나가서 그가 버린 꽁초를 집어 들고 그 녀석의 차안으로 집어던지려다 순간적으로 멈췄다.
덩치가 크고 좀 험상궂게 생겼기 때문이다.
인상을 쓰며 나를 노려보며 그가 말했다.
"왜 그래요?!"
"아예! 죄송하옵니다마는 이걸 길에다 버리시는 것을 좀 삼가해 주시오면 고맙겠사옵니다" 최고로 공손하게 읊조렸다.
내가 왜 이렇게 간사해져 버렸는지….
일전의 아가씨와 같은 방법을 쓰다가는 얻어터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내가 그냥 지나치지 않는 사례들이 또 있다.
조심들 하셔!
골프장 탈의실에서 바지 터는 놈, 목욕탕 안에서 침을 뱉거나 방귀 뀌는 놈, 고속도로 갓길 운전하는 놈, 악수하면서 먼 산 쳐다보는 놈 등등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 개혁, 잘난 소리 해대지만 나는 정신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도덕, 예의범절, 질서, 남을 생각하는 마음….
이런 거 말입니다.
요즘은 위아래가 없어 진짜로 열 받습니다.
납세도, 국방도, 교육도, 뭣이든 의식(意識)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는 그것부터 개혁해야 됩니다.
그래야 모든 게 잘 돌아갈 겁니다.
내말이 틀렸습니까?!
나, 이제 그런 꼴을 보고도 못 본체 해버릴까 아니면 그냥 계속할까? 지금도 고민 중이다.
집사람은 제발 그냥 지나치라고 한다.
73. Golf, Golf, Golf
구미에서 시작한 나의 골프는 이곳 천안에 오면서 실전(實戰)연습과 더불어 본격화된다. 위에서는 공무원이 골프를 치면 능지처참(陵遲處斬)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 막 미치기 시작한 나는 자제(自制)를 하는데 애를 먹었다.
납세도, 국방도, 교육도, 뭣이든 의식(意識)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는 그것부터 개혁해야 됩니다.
그래야 모든 게 잘 돌아갈 겁니다.
살금살금 도둑 골프를 치는데 들켜도 그리 큰 범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청 L청장님은 무조건 치면 죽인다는 '매파'였고 대전청 L청장은 들키지만 말라는 '비둘기'파였다.
한국사람 특징이 하지 말라고 하면 곧 죽어도 하지 않는가?
후자의 방법이 더 큰 효과가 있었다.
아직 필드에 나갈 실력까지는 되지 않았기 때문에 천안의 청수산장에 있는 연습장에서 아침저녁으로 연습공을 쳐댔다.
천안에서 병천쪽으로 가다 보면 '우정힐스'라는 아담한 골프장이 있다. 거기 'S' 본부장이 찾아와 나를 유혹했다.
천안은 골프 8학군인데 여기 있는 동안 궤도에 올라서야 한다.
아침 새벽에 와서 9홀을 치고, 샤워하고, 밥 먹고 출근하면 딱이라 했다. 여름에는 일찍 나가면 풀코스 모두 돌 수도 있다나.
가끔씩 전속인 '최광수' 프로의 지도 라운딩도 할 수 있단다.
'옳지! 사무실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거기 가서 풀자!'
'역시 나는 행운아야….'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김 과장을 살살 부추겨서 그와 함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4, 5개월을 매일 아침에 칼을 갈았다.
서울에서 고등학교 동창 세놈이 연휴가 낀 주말을 이용해 지도 라운딩을 한답시고 내려왔다. 첫날은 도고cc다.
그들은 내게 핸디라면서 두 놈은 12개를 한 놈은 14개를 줬다.
나는 첫 홀부터 기를 팍! 죽여버렸다.
세 녀석은 모두 보기를 했는데 나는 티샷이 오비가 날 뻔했고 스푼으로 친 두번째 샷이 실수로 홀 컵에 붙어 버디를 잡아 버렸다.
장님 붕어 잡은 격이랄까? 셋 놈은 우연히 그런 거라고 축하해 주면서 버디 값까지 계산해 3개씩을 내놓았다.
'에라이 이눔들아! 이제 맘대로 해봐!' 하면서 두둑해진 주머니를 쓰다듬었다.
그날 핸디없이도 나는 88타를 쳤고 그들은 90대를 넘었으니 내가 우승을 했다. 들어온 수입으로 그들이 보는 앞에서 우쭐거리면서 장갑과 골프화를 샀다.
골프를 배운지 불과 7개월 만에 80대를 친 것이다.
그날 저녁 그들은 자존심이 상한다면서 내일 '우정힐스' 에서도 오늘 준 핸디를 그대로 주겠다고 우긴다.
나는 속으로 '그래, 주는 거 안 받을 내가 아니야, 이눔들아! 거기는 매일 칼을 갈던 내 텃밭인데 혼 좀 나봐라' 하면서 이튿날 아침 아홉시를 기다렸다.
그날도 내가 우승을 했고 핸디로 받은 것과 합쳐서 엄청 수입을 올렸다. 박씨 집에 경사가 난 것이다.
그날 그린피를 모두 지불하고도 좀 남은 것 같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