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올 여름의 뜨거운 감자, 유류세 논쟁

2007.08.01 16:48:54

성명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유가부담이 만만치 않다. 기름값이 높아도 자동차를 운행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고유가가 고통스럽기만 하다. 최근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근본원인은 국제유가 상승 때문이다. 불과 3년전만 해도 배럴당 20달러대이던 유가가 단숨에 두세배 이상으로 대폭 올랐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유가 상승요인 중 일부가 환율하락으로 인해 상쇄됐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유가는 더 높아졌을 것이다.

 

유가가 높다 보니 비난의 화살이 정유사와 정부로 쏟아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대외적 충격을 틈타 정유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 또는 '해마다 20조원 이상의 세수를 유류에서 징수하면서 고유가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심정을 외면하고 있다'는 식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2000년 이후 두차례에 걸친 에너지 세제개편에 따라 경유, 등유 세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됐다. 경유차를 소유한 사람들의 유가 부담이 크게 증가하면서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소득수준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유가가 선진국의 2배 이상이고, 세금은 최고 미국의 25배 수준이라는 비판이 여론의 힘을 얻고 있다. 아울러 지난 6월20일 독일 기술협력공사가 전세계 171개국을 대상으로 기름값을 조사한 결과, 정부예산 중 유류세 비율이 우리나라가 15%로 가장 높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비난이 더욱 들끓고 있다. 이런 주장들은 호소력이 크기 때문에 일견 '유류세를 인하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와 같은 비판의 목소리에 정서적으로는 필자도 동감한다. 그렇지만 조세전공자의 한 사람으로서 중요한 무엇인가가 논의에서 빠져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석유류와 같이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재화의 경우에는 수입에 의존해 소비할 수밖에 없다. 도입가격은 국제가격에 따라 결정되므로 국민소득의 높고 낮음과는 상관이 없다. 따라서 석유의 경우 생산원가는 이미 국제유가에 의해 대부분 결정되기 때문에 국민소득수준을 감안해 상대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왜냐하면 소득수준을 감안한 상대가격은 선진국일수록 낮아지고 후진국일수록 높아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진국과 비교하면 당연히 우리나라의 유가가 가장 높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지만 후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최저수준이 된다. 왜 유독 후진국과의 비교는 빼고 선진국하고만 비교하는지 되묻고 싶다.

 

유류의 절대가격 수준이 높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것 자체만으로 곧바로 '좋다'거나 '나쁘다'라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절대가격수준이 낮아도 적정 수준이 더 낮다면 가격은 비싼 것이고, 절대가격수준이 높더라도 적정 수준보다 낮다면 현재 가격은 비싸지 않다고 봐야 한다. 세수비중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세수비중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이 잘못됐다고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나라마다 사회·경제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여건의 차이에 따라서는 특정항목의 비중이 두드러지게 높게 나타나는 것이 최적인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석유류의 경우에는 일반소비재와 달리 소비시에 환경오염 및 혼잡비용이 발생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외부비용이라고 한다. 외부비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사회·경제적으로 적정한 수준보다 높은 수준에서 소비가 이뤄지기 때문에 사회후생이 최적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은 경제학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조세론에 따르면, 외부비용을 조세로 부과해 가격효과를 통해 소비를 감축함으로써 최적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유류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비세를 과세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석유류의 경우 적정세율수준을 논하기 위해서는 외부비용 수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환경오염 및 교통혼잡 비용은 밀도 또는 집적도가 높을수록 가속적으로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인구밀도가 매우 높다.

 

반면에 도로여건은 선진국보다 열악하다. 세계적으로 가장 혼잡도가 높다고 알려진 영국 런던에 비해서도 서울의 제반조건은 훨씬 열악하다. 따라서 차량운행으로 인한 집적도는 선진국 수준을 넘어 가히 세계 최고수준이다. 객관적 사실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의 유류세가 국제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류세 비중이 높은 것도 여건상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유류세 부담 증가로 인한 고통 완화를 위한 정책으로 가격정책보다는 소득보조정책이 적절하다. 유류세 인하를 통한 가격정책은 지원이 불필요한 고소득층에 더 큰 혜택을 주므로 재정부담이 가중되며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효과가 미미하다.

 

외부비용에 대한 치유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반면에 소득보조정책은, 고유가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계층을 선별적·중적으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적은 예산으로 보다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대체에너지 개발 및 대체 대중교통수단 확충 지원 등을 통해 유류 수요를 억제함으로써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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