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런데 단지 세율만 낮다고 유리한 것은 세금경쟁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우리나라 기업과 해외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의 대부분은 미국, EU 아니면 일본에 소재하는 기업인데, 이들 나라 대부분은 우리나라보다 법인세 세율이 높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보다 기업의 세금경쟁력이 더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세금을 둘러싼 각종 제도의 경쟁력, 즉 납세자의 권리가 보장되고 정부의 적법하고 투명한 행정 및 세무간섭이 최대한 억제되고 있는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세금순응비용이 적은 것이다.
3. 우리나라도 기업의 세금순응비용을 낮추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최근 해외계좌신고제도와 해외탈세전담반 설치는, 분명한 당위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세금경쟁력 향상과는 별반 상관이 없는 것 같아 유감이다. 해외탈세전담반의 운용비용으로 해외에 진출한 기업의 현지 세무고충을 들어주는 해외주재 세무관 증원이 더 중요하지 않는가 한다. 해외 현지에 나가보면 우리나라 현지기업이 세무상 애로가 많은지 금방 알 수 있다. 오히려 이런 기업의 고충을 들어주고 직접 해외 과세당국과 세무문제를 조정해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외 주재 세무관을 더 많이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기업의 세금경쟁력이 향상되는 것 아닌가.
4. 해외계좌신고제도도 마찬가지로 비판의 소지가 많다. 공평의 차원에서는 해외소득도 과세돼야 함은 마땅하지만, 그 소득을 파악하는 방법이 졸렬하다. 해외로 이전된 소득의 파악이 하기 어려우니 해외에 있는 통장과 그 거래내역을 내 놓으라는 것이다. 안 내놓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를 빌미삼아 세무조사를 할지도 모른다. 사실 과세관청의 해외소득 파악은 자체적인 실력의 배양과 능력으로 해결돼야 될 일이다. 이를 납세자의 강요된 협조를 바탕으로 뭔가 해보겠다는 것이라면 한참 잘못된 정책이다. 기업을 부담스럽게 하는 제도의 도입은 결국 기업을 외국으로 내몰 수 있으며, 한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외국의 다국적기업을 쫓아낼 수도 있다. 규제가 심한 나라에 뭐 하러 오겠는가.
5. 하여, 기업의 세금경쟁력 향상을 위해 아예 우리나라 법인세를 속지주의로 개편할 것을 제안한다. 속지주의란 속인주의와는 달리 기업의 번 소득 중 국내에서 얻은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방식이다. 세수입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속인주의 방식이 유리한 것 같이 보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어보자. 해외지점의 소득은 국내 본점의 소득에 합산된다. 그러나 해외지점이 결손이 났다면 공제해 줘야 되니 그게 그것인 셈이다. 설사 해외지점의 소득을 합산한다고 해도 외국에서 납부한 세액은 우리나라가 공제해 줘야 하므로, 결국 우리나라와 그 나라의 세율 차이만큼만 세수입이 있다. 그것도 우리나라의 세율이 높을 때 얘기이다. 표면적으로는 속인주의가 과세권 행사의 폭이 넓어서 그럴 듯하지만, 해외에서 우리나라 과세권 행사는 사실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보면 그리 효율성이 높지 않다.
6. 강학상 속지주의를 논할 때 자본수입의 중립성(Capital Import Neutrality)의 관점에서 분석을 한다. 이는 자본이 어느 나라에서 왔든지간에 우리나라의 동일한 세율이 적용됨을 의미하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외국자본의 국내 유치에 유리하다. 국내기업의 해외로 소득이전행위는 이전가격세제나 조세피난처 세제로 통제할 수 있지만, 사각지대가 있다고 해도 이것은 우리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런데 외국에 숨겨 있던 돈이라도 언젠가는 드러나는 법이다. 사실 돈 쓰는 재미가 쏠쏠한 나라 중 우리나라 같은 나라가 어디 있을까 싶다. 그래서 기다렸다가 그 돈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야무지게 과세하면 된다.
7. 현 정부는 기업친화정책이란 기치 아래 집권을 했으니,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 법인세를 내국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국내에서 발생하는 소득과 국내에 들어온 자금에 대해서 철저하게 과세하는 시스템으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자본수입의 중립성이 확보돼 외국 기업들도, 국내 기업과 차별을 받지 않고, 속인주의보다 과세관청의 간섭을 덜 받을 수 있어서, 국내에 진출을 많이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에 부담이 되는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 나름대로 이를 회피하려고 애를 쓰고 그 과정에서 부정과 부패가 싹트는 것은 우리 역사가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이미 OECD 회원국 30개국 중 속지주의 과세체계를 도입한 나라가 21개국이나 된다. 우리나라도 한번 이 제도의 도입을 시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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